[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81>논리에 기대어 찾는 혁신

정현정 2021. 9. 1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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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어스(bias). 우리말로 '편이' 또는 '편향'이라 불린다.

기업이 잘 빠지는 '생각의 오류'를 논한다면 이걸 빼고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다 1997년 한 세미나에서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에게서 철강기업의 혁신 과정을 듣게 된다.

그가 미래를 말하며 마구잡이 상상력을 따라가는 대신 이런 시례를 든 덕에 기업의 상상은 비로소 시작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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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어스(bias). 우리말로 '편이' 또는 '편향'이라 불린다. 기업이 잘 빠지는 '생각의 오류'를 논한다면 이걸 빼고 설명하기 어렵다. 누군가는 세 가지를 들기도 한다. 첫 번째 가용성 편향이다. 주변의 정보만을 참고하는 이른바 '국지탐색'에 빠지는 경향이다. 두 번째 친숙성 편향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과대평가하는 걸 말한다. 셋째 확증 편향이라 이른다. 새로 드러난 정보를 내 생각과 신념을 증명하는 증거인 것처럼 해석하는 경향이다. 누구든 피할 수 없는 인지의 한계지만 기업에는 기회를 놓치게 하고, 느닷없는 위기로 내몰기도 한다.

우리는 매일 생각의 한계를 경험한다. 정보를 잘못 가공하고, 그릇된 선택을 한다. 혁신을 즉흥과 직감의 산물처럼 여기기도 한다. 심지어 많은 지식을 만들어 내고는 버려두기도 한다. 왜 그럴까.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면 발명과 실행은 다른 것이다. 가능성을 보는 우리 눈은 항상 얼마만큼 가려져 있다. 이 난처한 현실에 대안이 있을까.

미국 브리검영대 매리엇 경영대학원의 제프리 다이어 교수에게는 몇 가지 조언이 있다. 첫 번째는 제1원칙을 세우라는 것이다. 지금 모두가 전제하는 '지배적 가정'이 맞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다. 스페이스X 프로젝트도 초기부터 난관에 부닥쳤다. 문제는 추진체였다. 계획은 러시아제 추진체를 사용하는 것이었지만 거절당했다.

누구에게도 대안은 없어 보였다. 누군가 이미 성공한 해결책을 적용해 보자고 한다. 테슬라가 기존 상용 배터리를 쓴 것처럼 우주선용으로 제작된 것 대신 상용로켓을 여럿 쓰기로 한다. 지금 스페이스X는 크고 작은 로켓을 묶은 추진체 길이만 축구경기장 폭 만하다.

ⓒ게티이미지뱅크

두 번째는 논리적 유기성에 대입하는 방식이다. 1990년대 중반 내내 인텔은 저가 PC용 프로세서 시장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1997년 한 세미나에서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에게서 철강기업의 혁신 과정을 듣게 된다. 요지는 당대 최고 기업이던 US스틸이 저가시장에 무관심했다가 이곳을 발판 삼은 신흥기업에 주류시장마저 내줄 처지가 됐다는 것이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이건 아마도 충격으로 다가왔는가 보다. 앤디 그로브 인텔 공동창업자는 저가 PC시장을 '디지털 철근'으로 묘사했다고 한다. 교훈은 분명했다. “오늘 저가시장을 잃으면 내일 고가시장을 내놓아야 할지 모릅니다.” 인텔은 곧 저가형 셀러론 프로세서를 내놓았고, 이 바닥의 시장은 보전했으며, 펜티엄 시장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미국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저작 가운데 '미래조직의 도래'라는 에세이가 있다. 그의 저작 어느 것이 그렇지 않을까마는 그의 메시지는 직관적이다. 1988년에 그가 떠올린 미래 조직에 그는 '정보기반조직'이라고 이름 붙인다. 그리고 이 조직을 어디에 빗대어 떠올려 볼지 설명해 나간다.

그는 이 미래 조직의 현시된 모습으로 로펌기업, 종합병원, 오케스트라가 쉽게 상상되지는 않지만 인도에 두었던 영국통치기의 행정조직을 언급한다. 지금 따져보면 그가 말한 수평조직은 유행을 떠나 보편이 됐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기업이 로펌과 종합병원으로 진화한 것은 아니다.

그가 미래를 말하며 마구잡이 상상력을 따라가는 대신 이런 시례를 든 덕에 기업의 상상은 비로소 시작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상상력을 바른길로 인도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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