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레이즈 미 업' 과감했던 첫 도전, 딸렸던 뒷심에는 아쉬움 [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1. 9. 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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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OTT 채널 웨이브의 첫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유 레이즈 미 업’의 한 장면. 사진 웨이브


다매체 시대는 그만큼의 도전과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이미 도전과 용기는 대한민국 드라마들이 직면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거대자본을 무기로 밀고 들어온 해외의 OTT 서비스들은 한국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들로 지상파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또한 토종 OTT 매체로 출범한 업체들 역시 그 틈바구니에서 생존과 안착을 시도해야 한다. 드라마는 자본의 예술이기도 하지만 아이디어의 예술이다. 한 줄의 좋은 시놉시스가 어떤 금전적인 배경보다 앞설 때도 있다.

2019년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힙을 합쳐 만든 OTT 업체 웨이브(Wavve)가 출범 2년 만에 첫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를 제작했다. 윤시윤과 걸그룹 EXID의 멤버 하니로 이름을 알렸던 안희연이 주연인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이다. 지난해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로 청춘의 로맨스를 그렸던 김장한PD와 드라마 작가로는 데뷔작을 쓰는 모지혜 작가가 힘을 합쳤다.

소재부터가 지상파에서는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발칙한’ 느낌이다. 6년 공무원 시험 준비생활 동안 자존감이 극도로 떨어져 짠내가 날 지경인 주인공 도용식(윤시윤)이 발기부전 증세까지 겪으면서 비뇨기과를 찾았다가 고교시절 첫 사랑이었던 이루다(안희연)와 환자와 의사 관계로 만난다는 이야기다. 용식을 루다가 치료해주면서 결국 용식 안에 있는 트라우마도 서서히 걷힌다는 줄거리다.

비뇨기과, 발기부전 등의 단어는 그동안 지상파에서는 들을 수 없는 용어들이었다. 하지만 이미 다른 OTT에서는 소재의 한계는 사라진지 오래다. 이 작품 역시 주인공이 트라우마로 인해 핑크색에 강박에 가까운 집착을 한다는 설정에 과감한 키스장면 그리고 트랜스젠더 점쟁이인 제니퍼(김설진) 캐릭터 등 도전을 택한 요소가 많다. 하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공시생들의 공통된 애환 그리고 자격지심을 섞어넣어 공감의 폭을 넓혔다. 분명 시작은 발칙하긴 하지만 지금 시대에 위축된 모든 사람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던진다는 점에 있어서는 대중성이 있다.

OTT 채널 웨이브의 첫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유 레이즈 미 업’의 한 장면. 사진 웨이브


결국 색다른 소재는 초반에는 눈을 끌 수 있지만 여운을 남기는 것은 이 소재를 공통된 감정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이다. 8부작인 드라마는 막판에 조금씩 힘을 잃으면서 이 부분에는 아쉬움을 남겼다. 주인공이 경찰 때문에 고초를 겪는 장면에서는 불심검문이나 수색에 대한 고증이 부족해보이며 막판의 갈등 해결은 우연에 기대는 부분이 많다. 드라마의 결말은 그동안 차근차근 쌓아온 전개에 비해 갑작스러운 부분도 있다.

지금 시대 OTT 채널의 새로운 드라마가 가져야 하는 미덕 중에서 새로운 이야기에는 성공했지만 납득할 만한 전개에서는 미진했던 셈이다. 이는 모든 새로운 드라마의 숙제이기도 하다. 전문적인 소재, 과감한 소재, 기이한 소재에서 보편의 공감을 자아내기는 쉽지 않다. 작가의 안정적인 전개와 연출자의 집중력이 더욱 필요한 셈이다.

그래도 OTT하면 외국 업체를 먼저 떠올렸던 상황에서 웨이브의 도전이 시작됐다는 점에서는 큰 점수를 줄 수 있다. 물론 독특하고 도전적인 소재는 좋지만 결국 결말에 시청자에게 무엇을 남길지를 고민하는 뒷심이 어쩌면 더욱 중요하다. 진짜 도전은 뒷심에 있을지도 모른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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