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신수도권' 공약 경선주자 무기력한 퇴장에 지역 정가 씁쓸

최일 기자 2021. 9. 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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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공약 내건 정세균 사퇴에 "다른 후보가 계승해주길"
추석 연휴-호남 경선 앞두고 丁 지지 표심 향방 촉각
정세균 전 총리가 지난달 24일 ‘충청 신수도권 조성’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과 사진. 그는 충청 신수도권 공약을 내세워 자신을 ‘제2의 노무현’으로 각인시키려 애썼다. ©News1 최일 기자

(대전=뉴스1) 최일 기자 = “노무현 대통령이 시작하고, 정세균이 지켜낸 세종시를 제대로 완성하기 위해선 서울 수도 시대를 끝내고 충청 신수도권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입법·사법·행정의 모든 축을 충청으로 옮겨야 합니다. 청와대와 국회는 물론 대법원과 법무부, 대검찰청까지 충청으로 이전해야 합니다.”

자신의 이름과도 같고, 웃는 얼굴이 캐릭터와 닮았다 해 ‘세균맨’이란 별명이 붙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 그가 대선판에서 쓸쓸히 퇴장했다.

‘충청 신수도권 조성’이란 야심찬 계획을 제1공약으로 내세워 더불어민주당 20대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 나섰던 그가 전체 일정의 3분의 1을 소화한 1차 슈퍼위크 직후 5%에도 미치지 못하는 득표율(4.27%)로 4위에 그치자 스스로 예비후보직에서 물러났다.

당초 이재명 경기지사(51.41%), 이낙연 전 대표(31.08%)와 함께 ‘빅3’로 분류됐던 정 전 총리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11.35%)에게도 밀리는 충격 속에 결단을 내린 것이다. 첫 순회 경선지인 지난 4일 대전·충남에서만 3위에 올랐을 뿐 4일 세종·충북, 11일 대구·경북, 12일 강원 및 1차 슈퍼위크 경선에서 모두 추 전 장관에게 무릎을 꿇었다.

당내 최고령(1950년생) 대선주자이기도 한 정 전 총리는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부족한 자신을 오랫동안 성원해준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평당원으로 돌아가 하나 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백의종군하고 나라와 국민과 당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겠다”라는 사퇴의 변을 내놓았고, 타 예비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은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목전으로 닥친 추석 연휴, 그리고 이 지사가 과반 득표로 여유있게 1위를 달리는 경선 판도에 변곡점이 될 수도 있는 호남(25일 광주·전남. 26일 전북) 경선을 앞두고 정 전 총리의 중도 낙마가 미칠 파장에 관심이 모아진다.

대전지역 정가에선 정 전 총리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충청을 축으로 국가균형발전을 완성하겠다며 그가 제시한 충청 신수도권 공약이 여당 내에서조차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묻히는 형국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정세균 전 총리가 13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후 차량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News1 오대일 기자

정 전 총리는 2002년 16대 대선 당시 ‘신행정수도 건설’ 공약으로 돌풍을 일으킨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내 경선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끝내 후보직을 꿰찼던 19년 전 그날의 재연을 꿈꿨지만 ‘이재명 대세론’과 이재명·이낙연 양강구도 속에 역부족을 드러냈다.

대전에선 조승래 의원(유성갑)이 정 전 총리 대변인으로 활동했고, 당초 대선주자 중 이광재 의원을 지지했던 장철민 의원(동구)은 이 의원이 정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7월 5일 레이스를 접자 정 전 총리를 도왔다.

지난달 23일에는 대전시의회 남진근·박혜련·이광복·민태권 의원을 비롯해 Δ동구의회 이나영·성용순·신은옥·황종성 Δ서구의회 김영미·전명자·최규·강정수·김동성·윤준상·조규식 Δ유성구의회 인미동·김관형·황은주·최옥술 Δ대덕구의회 이경수 의원 등이 정 전 총리 지지를 공개 선언한 바 있다.

정 전 총리를 밀었던 지역 정치인들이 남은 5명의 예비후보 가운데 어떤 쪽으로 마음을 줄지 주목되는데, 현재까지 압승을 거둔 이 지사보다는 이 전 대표에게 쏠릴 공산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자연스럽게 ‘반(反)이재명’ 연대가 형성되며 ‘이재명 견제론’이 힘을 얻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반면, 이 지사측에선 전북 진안이 고향인 정 전 총리 사퇴가 같은 호남 출신인 이 전 대표(전남 영광)에게 유리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여파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호남의 경우 지역 연고보다는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인물에게 표를 몰아주는 ‘전략적 투표’를 하는 특성이 있다는 것.

이재명 열린캠프의 황운하 대전본부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모두 부산 분들이지만 호남에서 표를 몰아줘 민주당 후보가 됐고 정권을 잡았다”라며 영남(경북 안동) 출신인 이 지사가 ‘비호남’이란 점은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호남 경선에서 이 지사가 50%를 넘느냐, 못 넘느냐가 결선투표 성사 여부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의 ‘입’ 역할을 했던 조승래 의원은 1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정 전 총리가 사퇴를 결단한 데 대해 “국민과 당원이 이번 선거 과정에서 선택하고자 하는 색깔은 아마 ‘정세균의 색깔’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 같다”라며 “지금 국면에서 특정한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드린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 전 총리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대전시의원 A씨는 “지역위원장 뜻에 따라 정 전 총리 지지선언문에 이름을 올렸던 것”이라며 자의(自意)보다는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공천을 의식한 행동이었음을 토로하고 “내심 지지하는 후보는 따로 있다. 정 전 총리 쪽에 줄을 섰던 지방의원들 제각각 지지 후보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시의원 B씨는 “여야 대선주자들을 통틀어 정 전 총리가 가장 강력하고도 구체적인 지역균형발전 전략을 내놓았는데 당원과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 채 일찍 뜻을 접어 아쉽다”라며 “다른 후보들이 ‘충청 신수도권’ 공약을 잘 계승해 본선에서 이슈화하길 바란다”라는 소망을 드러냈다.

choi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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