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파업' 큰 고비 넘겼지만, 불씨 여전..무임승차 손실 보전 논의 본격화할까

김태희 기자 2021. 9. 1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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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 역사에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홍보물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14일 총파업은 피했다. 다만 노조 찬반투표 결과 등이 남아있는 데다, 이번 사태를 야기한 공사의 재정 적자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공사 노사는 물론 서울시와 정치권에서도 노약자 무임승차에 대한 국가 손실 보전 등의 내용을 담은 도시철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요구가 커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밝힌 잠정 합의안을 보면, 노사는 공사의 재정위기 극복 및 재정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서울시에 공익서비스비용 손실 보전 등을 건의하기로 했다. 노사는 ‘노사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안전 강화 및 재정 여건 개선을 위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한다.

노사는 또 심야 연장운행 폐지, 7호선 연장구간 운영권 이관을 추진하고 이에 따른 인력운영 등에 대해서 협의한다. 전년도 임금 수준을 유지하고 임금피크자(만 59·60세)의 임금 삭감율을 현행 10%·20%에서 14%·30%로 높이는 방안도 담겼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이은주 의원은 노사가 막판 교섭을 벌이던 지난 13일 서울교통공사를 방문해 합의서 채택 직후 재정난 해결을 위한 의정활동 경과 등을 보고했다.

합의안이 마련되면서 파업 철회라는 당장 큰 고비는 넘겼지만, 해결해야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우선 이번 합의안에 대한 노조 조합원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조합원 과반수 이상의 투표와 과반수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합의안 효력이 발효되기 때문이다. 투표는 준비 작업을 거쳐 다음달 초쯤 이뤄질 예정이다. 내년도 임금 동결과 임금피크자의 임금 삭감율 증가 등이 담긴 만큼 일부 조합원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궁극적으로는 누적되는 적자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다. 합의안에 임금 동결과 임금피크자 임금 삭감율 증가, 심야 연장운행 폐지 등 적자분 감소를 위한 대책이 일부 담기긴 했지만 현재 적자 규모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적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비용 압박 탓에 향후 어떤 방식으로든 노사가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서울교통공사는 2017년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합병한 회사다. 이후 매년 5000억원대 적자를 내다 지난해에만 1조113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이보다 40% 이상 많은 1조6000억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실제 적자폭이 1조7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노조는 14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와 서울시가) 도시철도의 심각한 재정난을 강 건너 불 보듯 하던 태도를 버리고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재정위기가 ‘안전 위기’, 교통복지 축소 등 ‘공공성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서둘러 지원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만성 적자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무임승차에 대한 국가 손실 보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지하철의 법정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분을 국고로 지원하는 내용의 도시철도법 개정안 통과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1984년부터 만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법정 무임승차 제도를 도입한 이후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등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서울교통공사는 무임승차 제도 운용으로 2016년 3442억원, 2017년 3506억원, 2018년 3540억원, 2019년 3709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서울시와 공사 노사 등은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국가의 손실 보전을 주장한다. 코레일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이미 무임승차 손실 비용의 60% 수준을 정부가 보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무임승차 등 국가의 교통복지 제공 비용을 운영기관에 고스란히 부담시켜 온 것이 재정 악화의 근본 원인이라는 점을 짚지 않을 수 없다”면서 “노동조합의 요구인 공익서비스 비용 국비 보전에 대해선 정부와 국회가 귀 기울이고 합리적 방안을 찾는 것이 타당하다. 코레일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노조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호영 서울교통공사 노조 선전홍보국장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코로나19 이전부터 무임승차는 주요 적자 원인 중 하나였다. 공사 자체의 노력만으론 적자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당장 코레일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수준의 지원책을 마련해보자는 데 뜻을 모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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