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 못했는데 허리케인 또 온다..기름값 다시 뛰나?
국제 원유시장이 미국 텍사스 기상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허리케인 아이다(Ida)에 이어 열대성 폭풍 니콜라스(Nicholas)의 상륙으로 원유시장의 공급 차질이 당분간 계속될 거란 전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 인도분 가격을 전 거래일 대비 1.05% 오른 배럴당 70.45달러를 기록했다. WTI 가격이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달 3일 이후 처음이다.
현재 유가의 상승 요인은 공급 차질이다. 지난달 말 허리케인 아이다가 미국을 강타하면서 백만 명 이상의 주민이 정전 피해를 입었고, 미국 연안의 원유 생산 약 50%가 중단됐다. 특히 미국 전체 생산량의 20%가량을 책임지는 멕시코만 지역의 원유 생산이 중단됐고, 아직 완전한 생산 재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장은 허리케인 아이다에 따른 피해 복구 속도가 더딘 상황에서 열대성 폭풍 니콜라스의 상륙 소식이 WTI 가격의 추가 상승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클 휴슨 CMC마켓츠 수석 애널리스트는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한 미국의 원유 공급 우려가 (원유)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며 유가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쿠가와 히로유키 닛산증권 애널리스트는 "(니콜라스의) 위력이 아이다만큼 강력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니콜라스 상륙이 이미 아이다가 휩쓸고 간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주의 회복 속도를 제한할 거란 우려는 존재한다"며 유가의 추가 상승을 점쳤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니콜라스의 중심부가 이날 오전 멕시코 북동부와 텍사스 남부 해안 부근을 지나, 오후 늦게 또는 저녁 늦게 텍사스 남부 해안이나 중부 해안을 따라 육지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이어 텍사스 해안도시에 허리케인 주의보와 폭풍해일 주의보 등을 발령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NHC 이날 저녁 늦게 열대폭풍 니콜라스가 시속 120km에 달하는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허리케인으로 강화됐다며 휴스턴 지역에 최대 457.2mm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미 기상예측센터(WPC)는 니콜라스 상륙을 앞두고 폭우위험 4단계를 이날 텍사스 북쪽까지 확대하고, 휴스턴 메트로지역 일부도 포함했다. 현재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지역 900만명 이상이 홍수주의보 대상에 포함됐다. 그레그 에벗 텍사스 주지사는 "폭우를 동반한 니콜라스가 매우 느린 속도로 텍사스주 전역을 지나갈 것"이라며 홍수 위험 대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미국 투자은행(IB)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날 올겨울 한파로 2022년 초 유가가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BofA는 앞서 유가 100달러 도달 시점을 내년 중반으로 내놓은 바 있는데, 이를 6개월 정도 앞당겼다.
프란시스코 블랜치 BofA 분석가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이 원유 증산에 나서고 있지만 수요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며 "겨울 한파가 예상보다 강하면 내년 초쯤에 유가가 100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가 올 하반기에는 박스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공급 부족으로 서서히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미국발 공급 차질에 따른 유가 상승폭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뎉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코로나19(COVID-19) 재확산으로 원유 수요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거란 이유에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올해 4분기 원유 수요 예상치를 기존보다 11만배럴 하향 조정한 9970만배럴로 내놨다.
다만 OPEC는 2022년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1억80만배럴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인 2019년 1억30만배럴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하반기 델타 변이로 주춤했던 수요 회복세가 내년에 다시 빨라진다는 것이 OPEC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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