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인도적 지원' 찬물 끼얹은 北미사일..방한 中왕이 '입' 주목

노민호 기자 2021. 9. 1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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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北미사일 中 곤혹..'제재 해제' 대미 우회 메시지 가능성"
"北 공개 두둔할지도 관심..北 대변할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중국 외교부)© 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북한이 '북한판 토마호크' 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해 한미 간 대북 인도적 지원 기류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반도 정세에 '후폭풍'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방한하는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입'에 시선이 쏠린다.

왕 위원은 14일 오후 늦게 국내에 입국해 1박2일간의 방한 일정에 돌입한다. 15일에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가진다.

그의 방한은 베트남과 캄보디아, 싱가포르를 거쳐 이뤄진다는 점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 네트워크 강화' 기류에 대응하는 측면이 있다.

왕 위원의 방한을 며칠 앞두고 한미는 북핵 수석대표 협의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은 지난 12일 "상당한 협의의 진전이 있었다"고 말하기까지 한 상황.

하지만 북한은 지난 11~12일 새로 개발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쏘아 올리면서 일련의 분위기에 '변수'가 발생했다. 왕 위원 입장에서도 북측의 '무력시위'라는 과제를 안고 한국에 오는 셈이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국방과학원이 11일과 12일 새로 개발한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3일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사전에 중국에 순항미사일 발사 사실을 통보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럼에도 중국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특히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주둔 군대를 철수시킴에 따라 중국이 이후 정세를 책임지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문제까지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대외 정책에 있어 국경과 주변국 정세 안정에 특히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는데 가뜩이나 아프간 사태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 문제가 도드라지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신장위구르 자치구와 연결되는 '와칸 회랑' 지대를 통한 신장 지역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이슬람 테러단체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의 침투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미중패권 경쟁 속 미국의 대중견제 전선 구축 움직임에 대항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미국이 아프간 철수로 국제적인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다른 외교 사안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미국은 과제를 덜고 중국은 과제를 떠안는 서로 상반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7월28일 탈레반의 2인자로 알려진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톈진에서 회담을 갖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일련의 상황에서 왕 위원은 이번 방한 시 북한에 대한 기존 입장을 견지하며 대북제재 해제의 필요성이라는 대미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발신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된 '힌트'는 전날 중국 외교부의 입장 표명에서 엿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관련국이 자제를 유지하고 서로 같은 방향으로 노력하기를 촉구한다"며 "관련국은 대화와 접촉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쌍궤병진'(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 동시진행)과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동시적 방법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양 위원은 "이번 방한에서 왕 위원은 우리 측에 북한이 핵·탄도미사일 모라토리엄(유예)를 지키고 있는 만큼 미국도 상응조치 차원에서 대북제재 완화·해야한다며 그래야 자신들도 (북한 문제를 두고) 미국과 협력할 용의가 있다는 식의 얘기를 우리에게 할 듯"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중패권 경쟁 속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 고착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왕 위원이 대놓고 북한을 두둔할지도 관심사라는 평가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 외교부가 관련국들의 자제 유지와 쌍궤병진 등을 언급했는데 이에 비춰볼 때 왕 위원이 북한을 대변하는 발언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대북제재를 공개적으로 언급할지는 모르지만 쌍궤병진 입장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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