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까지 넘봤던 구글..공정위가 '안드로이드 아성' 흠집냈다

이재연 2021. 9. 1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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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공정위의 역대급 구글 제재의 의미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관련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정위 제공

구글 안드로이드의 아성은 깨질 수 있을까.

공정거래위원회가 14일 내놓은 강수는 스마트 시계나 자율주행차 같은 신산업에서 진가를 발휘할 전망이다. 이들 산업의 경우 이미 구글의 안드로이드 생태계가 고착화된 스마트폰 산업과는 다르게 전개될 여지가 있다. 안드로이드 오픈소스를 마음껏 변형해 자체 운영체제를 개발할 수 있게 된 삼성과 엘지(LG)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향후 신산업의 소프트웨어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인 만큼 관심이 높다.

아직 세상에 없는 기기도 규제…어떻게 가능?

공정위는 이번 시정조치 대상에 포함된 ‘기타 스마트 기기’의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았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탑재될 수 있는 기기라면 모두 시정조치 대상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아직까지 시장에 판매되고 있지 않거나 개발조차 되지 않은 기기여도 마찬가지다. 이번 시정조치의 초점이 기기가 아닌 운영체제(OS)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공정위 사무처가 국내에선 비교적 생소한 ‘혁신시장 접근법’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시장을 획정하고 그 안에서의 경쟁 상황을 분석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과감히 배제했다는 뜻이다. 이 접근법은 아직 출시된 상품·서비스가 없는 연구개발 단계 산업의 독과점 문제를 규율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법이다. 연구개발 시장 자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간주하는 이 기법은 기업들의 혁신 노력을 보호하려는 취지도 담겨있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 시대에 특히 중요성이 더 크다. 플랫폼의 경우 이용자가 많을수록 상품 가치가 더 높아지는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승자독식 성향이 강하다. 시장의 독과점 현상이 자연적으로 심화되며, 그렇게 된 후에는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시장 내 경쟁’이 아닌, 이른바 ‘시장 개척을 위한 경쟁’(Competition for a market)을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도 그간 전문가그룹에선 꾸준히 나왔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사건에서 공정위가 이런 기법의 타당성을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구글 쪽이 강하게 반발했던 지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향후 행정소송의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선례가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법원 (소송) 과정에서 좀더 엄격히 보실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안드로이드 위상 흔들릴까

눈길은 삼성전자와 엘지전자 등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활용하고 있거나 활용할 국내 스마트기기 제조사 행보에 쏠린다. 이번 공정위 제재의 특징은 국내에 본사가 있는 스마트폰 제조사라면 모두 파편화금지계약(AFA)에서 완전히 해방된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모든 기기에 안드로이드 ‘포크’ 운영체제를 실을 수 있다.

특히 아직 태동 단계인 스마트 시계나 텔레비전, 자동차 등 운영체제가 관건이다. 앞서 구글은 스마트 시계용 운영체제 ‘웨어 OS’와 자동차용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등을 개발하며 이들 시장의 주도권도 노려왔다. 자동차도 스마트폰처럼 구글에 주도권을 뺏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완성차 업계 일각에서 나왔던 이유다.

그러는 동안 제조업계의 자체 운영체제 개발은 난항을 거듭했다. 안드로이드 오픈소스를 활용할 수 없어 제약이 컸던 것이다. 삼성전자 같은 경우 안드로이드 포크를 만들어 스마트 시계 ‘갤럭시 기어1’에 탑재하려 했으나 구글 압박에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출시한 타이젠은 리눅스 기반 운영체제다. 엘지전자도 텔레비전이나 자동차 등의 운영체제를 모두 리눅스 기반으로 개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운영체제를 개발할 때 이제까지는 고려할 수 없었던 ‘안드로이드 포크’라는 추가적인 선택지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처의 파급이 클 것으로 기대한다. 타이젠 같은 리눅스 기반의 운영체제는 앱 생태계 구축에 한계가 있는 만큼, 구글에 위협이 되기는 어려웠다는 평가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타이젠 대신 구글의 웨어 OS를 탑재한 갤럭시 워치4를 출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운영체제 개발과 앱 생태계 구축이) 점차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등의 기술 발전과 맞물려 홈 가전과 차량 분야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런 관점에서 이번 조치는) 향후 플랫폼 분야 법 집행에 이정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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