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임대인' 425명이 떼먹은 전세보증금 5793억원 넘어

김희진 기자 2021. 9. 1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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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동작구 상공에서 바라본 도심 / 김창길 기자


전세보증금을 2건 이상 돌려주지 않은 임대인 425명이 연체한 보증금이 57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제출받은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세부내역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8월 말 기준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2건 이상 돌려주지 않은 ‘나쁜 임대인’은 총 425명으로, 이들이 돌려주지 않은 전세보증금은 5793억4910만원에 달했다.

가장 많은 전세보증금을 떼먹은 임대인은 2016년 9월부터 세입자 보증금을 이용한 갭투기로 2020년 기준 477채의 등록임대주택을 매입한 A씨다. A씨는 지난 8월까지 총 284가구의 보증금 576억6900만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HUG가 571억7700만원을 대위변제했으나 회수한 금액은 1억5300만원(0.3%)에 그쳤다.

2위는 2020년 기준 591채의 등록임대주택을 보유하며 일명 ‘빌라왕’이라 불리던 B씨다. 그는 올해 8월까지 총 192가구의 보증금 357억9925만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344억 3225만원을 대위변제한 HUG가 회수한 금액은 3억5266만원(1.0%)에 불과했다.

HUG 전세보증금 미반환사고 상위 10위 임대인 현황.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


나쁜 임대인은 지난해 8월 257명에서 지난 4월 356명으로 38.5% 증가한 데 이어, 지난 8월 425명을 기록했다. 한 해 동안 65.4% 증가했다. 소병훈 의원은 “급증하는 전세보증금 미반환사고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국토부가 조속한 시일 내 ‘나쁜 임대인 공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쁜 임대인 공개제도’는 세입자의 보증금을 고의·상습적으로 돌려주지 않고 있는 임대인의 이름이나 그들이 소유한 주택 주소, 다른 가구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사실 등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 5월 ‘나쁜 임대인 공개법(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소 의원은 “더 많은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국토교통부가 조속한 시일 내 명단 공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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