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 열린다"..'국산 바이오시밀러' 기회 될까

차지현 2021. 9. 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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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 바이오시밀러 지원 확대
미국 진출 국산 바이오시밀러 기대감 상승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 연방 정부가 약가 개혁의 일환으로 의약품 가격을 낮추기 위한 세부 계획을 공개하면서다. 미국 정부는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고 의료보험에서 바이오시밀러의 처방을 확대하는 등 바이오시밀러 지원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산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시장 진출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미국 보건부(HHS)는 지난 9일 미국 의약품 가격을 낮추기 위한 세부 계획을 공개했다. HHS는 △기존 의약품 약가 인상률 제한 △의약품 독점 기간 단축을 통한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입 가속화 △의료 보험의 바이오시밀러 처방 확대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한 비경쟁적 행위 방지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경제의 경쟁 촉진에 대한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의 경제 성장과 혁신을 가로막는 불공정 경쟁을 근절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약가 개혁 계획은 행정명령의 후속 조치다. 미국 행정부는 "이번 조치가 제약바이오 업계의 시장 환경을 개선해 소비자들의 약가 부담을 줄이고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약가 개혁은 미국 전문의약품(ETC)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지나치게 높다는 데서 시작됐다. 미국 랜드 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ETC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에 비해 2.6배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와 비교해도 미국 ETC 가격이 3배 이상 높다. 특히 미국 바이오 의약품의 가격은 국내 바이오 의약품보다 4.5배 이상 높다.

미국 정부는 높은 약가의 원인으로 '의약품 제조기업간 경쟁 부재'를 꼽았다. 경쟁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아 규모가 큰 제약사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고 이 탓에 미국인 4명 중 1명이 의약품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목할 점은 미국 정부가 제약바이오 업계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방법으로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바이오시밀러의 진입장벽이 높은 국가 중 하나였다. 의약품 유통 구조가 복잡한 데다, 보험 업계에서 리베이트 등을 통해 의도적으로 바이오시밀러를 배제해 바이오시밀러의 성장이 어려웠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지난 2017년 본격적인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정부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커지면 경쟁이 활발해져 약가가 낮아지고 궁극적으로 환자의 약가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행정 서명 이후인 지난 7월 말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처음으로 '대체 가능(인터체인저블) 바이오시밀러'를 허가했다. 대체 가능 바이오시밀러로 인정받으면 처방 의사의 동의 없이 약국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을 바이오시밀러로 대체 처방할 수 있다.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업계 전반의 인식 개선을 꾀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미국의 약가 개혁으로 국내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진출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미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체들 역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2021년 9월 기준 FDA 허가를 받은 바이오시밀러는 총 30개다. 이 중 국산 바이오시밀러는 7개다. 지난 6월 기준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인플렉트라'와 '트룩시마'는 미국 시장에서 각각 17.2%, 26.9%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 '온트루잔트'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하드리마'와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에티코보'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끝난 이후 출시가 가능하다. 미리 FDA의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받은 만큼 특허 만료와 동시에 출시가 가능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휴미라와 엔브렐은 각각 오는 2023년, 2029년 특허가 만료된다.

여기에 주요 오리지널 바이오 의약품들이 잇따라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건선 치료제 '스텔라라'와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 모두 오는 2023년에,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는 2025년에 미국 특허가 만료된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모두 바이오시밀러 3종의 임상3상에 돌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알테오젠, 동아에스티, 삼천당제약 등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도 미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이다.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ALT-L9'을 개발하고 있는 알테오젠은 지난해 자회사 알토스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고 올해 하반기 임상3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동아에스티도 스텔라라의 바이오시밀러 'DMB-3115' 역시 지난 1월 FDA으로부터 임상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아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의 비중은 지속해서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연평균 27%씩 성장, 오는 2028년 308억달러(약 3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미국의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됨에 따라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국내 기업들의 기회도 분명 늘어날 것"이라며 "다만, 법안이 마련되고 행정적인 조치가 이뤄지려면 시간이 필요한 만큼 국내 기업들이 미국 내 유통 파트너사 구축, 보험 등재, 가격 책정 등의 문제를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차지현 (chaji@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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