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성자' 공백에 투자자 비용 부담 커지나

강신애 2021. 9. 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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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 면제 카드' 내건 거래소
저유동성 종목 거래 급감 우려

시장조성자 제도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돌입하면서 그로 인한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시장조성자 공백으로 저유동성 종목에 대한 거래가 줄어들고 투자자의 거래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장의 원활한 운영과 투자자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선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증권사 등 3자가 서둘러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사진=김기훈 기자 core81@

거래소, 금감원에 정면 대응?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장조성자로 참여 중인 증권사 13곳은 한국거래소에 시장조성 의무 면제를 신청했다.

지난 7일 거래소가 시장조성자 14곳에 시장조성 의무 면제 신청을 받겠다고 공문을 보낸 뒤 1곳을 제외한 모든 증권사가 의무 면제를 신청한 것이다.

거래소의 시장조성 의무 면제 카드는 앞서 금감원이 국내 시장조성 증권사 9곳에 대해 '시장교란' 혐의로 총 480억원의 대규모 과징금을 사전 통보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과징금 부과를 받은 증권사들이 거래소 규정에 적합하게 시장조성 의무를 이행했으나 시장교란 혐의를 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자 거래소로선 기존 규정 준수를 강요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거래소의 이번 조치를 두고 금감원을 향해 정면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아예 제도 운영을 멈추면서 제도 미 작동에 대한 부작용을 증명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성 방치…투자자 비용은?

시장조성 제도가 '올스톱' 되면서 증권가에서는 저유동성 종목에 대한 유동성 문제가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앞서 시장조성 증권사들의 시장조성 행위가 고유동성 종목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있지만, 아예 제도 자체를 멈출 경우 시장조성 작용이 필수인 저유동성 종목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시장조성자 제도는 애당초 유동성이 부족한 종목들의 원활한 거래를 돕기 위해 도입됐다. 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해당 종목에 대해 상시로 매도와 매수 양방향 호가를 제시해 거래가 활발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는 거래소의 이번 조치로 저유동성 종목들의 호가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저유동성 종목은 기본적으로 거래량이 매우 낮으며 이에 따라 매수-매도 호가 차이가 발생한다. 즉 매도자가 원하는 매도 호가와 매수자가 원하는 매수 호가가 서로 맞지 않아서 거래 체결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만일 거래가 체결된다고 해도  매도, 매수 호가 스프레드(격차)가 커진 상태에선 투자자의 거래비용 부담은 커진다. 투자자가 주식을 팔 수 있는 가장 비싼 가격인 '최우선 매수호가'와 반대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가장 싼 가격인 '최우선 매도호가'의 차이가 크면 투자자는 비싼 값에 주식을 사고, 싼값에 주식을 팔 수밖에 없게 된다.

이때 매수-매도 주문으로 이 호가 스프레드를 줄여 거래 비용을 줄여주는 것이 시장조성 증권사의 역할이다. 실제 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신규 시장조성 대상 종목으로 지정된 종목들의 시장조성 전후 스프레드는 3.2틱에서 2.4틱으로 줄어들었다. 이 스프레드가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거래비용은 줄어든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시장조성자 개점휴업을 선언하면서 저유동성 종목의 거래 급감과 투자자 비용 부담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장조성자 '공백 장기화' 우려

현재 시장조성자제도 의무 면제가 무기한으로 정해진 만큼 시장조성자 공백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거래소는 금융당국의 최종 결정이 나오기까지 사실상 시장조성자 제도의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통상 금감원 제재는 자본조사심의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 의결까지 거쳐서 진행되는 만큼 제재 결과가 확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 타격에 대해선 우려하면서도 증권사들에 불법의 소지가 있는 제도 이행을 강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일부 종목이 영향을 받을 순 있으나 현재 제도 이행 자체로 불법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행을 강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행 시장조성제도가 고유동성 종목에 집중돼 운영되는 등의 미비점은 있으나 시장조성제도 자체를 멈추는 것은 더 큰 문제"라며 "금융당국, 거래소, 증권사 3자간 합의를 통한 제도 재개와 제도를 운영하는 거래소의 책임감 있는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이번 시장조성자 논란은 마치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이 금감원과 거래소의 싸움에 증권사가 낀 상황으로 볼 수 있다"며 "문제는 증권사가 입은 피해가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강신애 (ksa@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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