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센스2', 육감을 얻어야 보이는 진실

아이즈 ize 이현주(칼럼니스트) 2021. 9. 1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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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현주(칼럼니스트)

사진출처='식스센스2' 방송화면 캡처

어쩌면 낯설 수도 있었던 영어 단어 '식스센스'가 오늘날처럼 익숙하게 된 데는 영화의 공이 컸다. 물론 세대에 따라 그 영화를 직접 봤거나, 못 봤을 수도 있겠지만 전대미문의 반전으로 유명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터. 어쨌거나 영화 '식스센스(The Sixth Sense)' 덕분에 이 단어는 '오감을 뛰어넘는 여섯 번째 감각'이라는 지극히 직역적이면서도 말 그대로 '육감적으로' 우리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다.

이렇듯 그다지 쓸모는 없지만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바탕지식이 있다면, tvN의 '식스센스'를 보지 않더라도 적어도 이 예능 프로그램이 무슨 의도로 제작되었는지는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제목에서 영화부터 떠올리고, 살짝 그 내용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옛날 예능 프로그램 '진실게임'을 떠올렸다고 고백하면 요즘 흔히 쓰는 말로 연식이 드러나 조금 민망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리고 그 옛날 '진실게임'을 진행하던 젊은 유재석이 현재, 눈부신 성공과 명예의 주인공인 '유느님'이 되어 '진실게임의 블록버스터 버전'에 등장하는 것을 보는 게 재미있고, 새삼스럽기도 하다. 인생은 그런 것이다. 미래의 내가 어떤 모습일지 당최 알 수 없는 것. 그리고 누군가 작정하고 속이려 들면 속아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

요즘 방송하는 '식스센스2'는 확실히 이전보다 강력해졌다. 제작진은 더욱 교묘하고 스팩터클한 방법으로 출연자들을 속이고 미궁에 빠트린다. 진짜 같은 가짜, 가짜 같은 진짜…. 일상에서 그것들에 너무 많이 속아왔기에 이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마음가짐은 출연자들 못지않게 결연하다. 절대 속을 수 없다! 모든 것을 다 의심해라, 가짜를 꼭 찾아내고야 말겠다!

사진출처='식스센스2' 방송화면 캡처

'거짓말 하지 않기'.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에게 제일 먼저 그렇게 가르친다. 또한 우리 모두 그렇게 배우며 컸다. 정직은 부모와 자식 간은 물론 나아가 사회 구성원의 신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지 않나. 사실 이는 우리 사회가 그만큼 정직하지 못하다는 증거기도 하다. 아주 어린 아이들도 거짓말을 한다고 학자들은 이야기한다(그렇다. 아이의 빤한 거짓말이 눈에 보일 때 부모는 얼마나 좌절하는가). 찰스 포드는 그의 책 '거짓말의 심리학'에서 "거짓말은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현상이다. 우리는 매일, 매시간 우리에게 쏟아지는 정보 가운데 진실한 것을 추려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고 했다. 하물며 서양 옛말에는 "귀로 들은 것은 절대 믿으면 안 되며, 눈으로 본 것은 그 반만 믿어라"라는 말도 있다며.

그래서 '식스센스2'를 볼 때는 다른 예능과 달리 편안하게 즐기는 대신 눈을 부릅 뜨고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하게 된다. 그러나 가끔은 진짜라고 믿고 싶은 곳, 사람도 있다. 지난 11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수상한 상담가 특집' 편이 그 대표적인 예.
이날 '식스센스2'에는 색채로 사람의 심리 상태를 진단하고 조언하는 컬러 테라피 전문가, 무용과 미술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아트 테라피 전문가. 그리고 오직 몸짓만을 보고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미세 표정 분석 전문가까지 다양한 테라피 전문가가 등장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두 번째 아트 테라피 전문가 편. 진짜인지 가짜인지 (당시엔) 알 수 없는 아트 테라피 무용 치료가는 다양한 방법으로 출연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그는 무용 치료의 핵심은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라며 다양한 미션을 수행케 했는데, 그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먼저 출연자들을 둘씩 짝을 짓게 한 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자신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런 뒤 한 사람을 세워놓고 나머지 사람이 그 주변을 돌며 서 있는 사람이 듣고 싶은 말을 하게 했다. 무용 치료가와 짝궁이 된 나라는 "나라야, 잘하고 있어!"라는 말이 듣고 싶다고 했고 무용 치료가는 그의 주위를 돌며 계속 이 말을 외쳤다. "나라야, 잘하고 있어!", "나라야 잘하고 있어!"…. 

사진출처='식스센스2' 방송화면 캡처

어찌 보면 우스꽝스럽기도, 손발이 오글거리기도 한 장면이었지만 머리와 달리 마음은 이미 울컥하며 눈가를 촉촉하게 만들었다. 주인공 오나라뿐 아니라 소민과 제시도 눈물을 보였고, 아마도 그 장면을 본 제법 많은 시청자들 또한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모두 힘들구나. 남에게 보다 특히 자신에게 인색한 우리는 스스로를 칭찬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잘하고 있다"는 그 한마디가 뭐 그리 어렵길래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걸까. 

개인적으로 '식스센스2'는 음식에 관련된 것보다 그렇게 우리 주변의 특이한 곳들을 소개해 주는 것이 훨씬 흥미롭다. 음식 콘텐츠는 이미 너무 차고 넘치지 않나. 물론 12회 중식당의  예처럼 아예 공실을 식당으로 변신시키는 것보다 코로나19로 어려운 기존 매장을 리모델링해주는 식의 긍정적인 속임수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지만. 
'식스센스2' 최대의 재미는 무엇보다 가짜를 얼마나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냐다. 출연자와 시청자들을 감쪽같이 속이는 것이 '식스센스2' 제작진의 최대 미션이겠지만 적어도 그 속임수를 섣불리, 허투루 내놓지는 않겠다는 제작진의 진심이 읽혀 밉지 않다. 이 무슨 역설적인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그 진심 덕분에 채널을 고정할 수밖에 없다. 힌트를 얻기 위해 중간중간 출연자들이 펼치는 게임 또한 쏠쏠한 볼거리. 현재까지 '똥촉'인 나의 승률은 보잘것없지만 기분 좋게 속는 기분으로 또 다음 회를 기다려 보련다. 제작진이 또 얼마나 진심을 다해 거짓을 짓는지 확인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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