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OS 탑재 금지"..공정위, 구글에 과징금 2,074억원

김유대 2021. 9. 1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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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삼성전자 등 모바일 기기 제조사를 상대로 자사 운영 체제(OS) 안드로이드 탑재를 강요한 혐의로 2,000억 원대 과징금을 물게 됐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늘(14일) 구글LLC, 구글 아시아퍼시픽, 구글 코리아 등 3사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74억 원(잠정)을 부과했다고 밝혔습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은 2011년부터 현재까지 제조사가 안드로이드를 변형한 ‘포크 OS’를 탑재한 기기를 만들지 못하도록 막았습니다.

구글은 제조사 입장에서 필수적인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 계약, 최신 버전 안드로이드 소스코드를 제공하는 안드로이드 사전접근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파편화 금지 계약’(AFA·Anti-Fragmentation Agreement)도 반드시 체결하도록 요구했습니다.

AFA는 제조사가 출시하는 모든 기기에 경쟁 OS가 되는 포크 OS를 탑재하지 못하고, 제조사가 직접 포크 OS를 개발할 수도 없게 했습니다.

또한, 포크 OS에서 구동되는 앱을 개발하려는 목적으로 앱 개발 도구(SDK)를 파트너사나 제3자에게 배포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구글은 AFA상 의무를 따르지 않더라도 예외적 승인을 통해 ‘면제기기’ 출시를 허용했지만, 까다로운 추가제약 조건을 준수해야 해 사실상 앱 활용이 어려운 ‘깡통 기기’가 될 수밖에 없도록 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입니다.

구글은 2008년 안드로이드 OS를 처음 내놓으면서 누구든지 안드로이드 OS를 별도 계약 없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변형할 수도 있다는 ‘오픈 소스’를 표방했지만,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 OS의 시장 진입을 막았다는 겁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제조사가 포크 OS를 탑재한 스마트 기기를 1대라도 출시하면 AFA 위반으로 플레이스토어 및 안드로이드 사전접근권을 박탈하는 식입니다.

구글은 제조사들의 기기 출시 전 호환성 테스트(CTS) 결과를 구글에 보고하고 승인받게 하는 방식으로 AFA 위반 여부를 철저히 검증했습니다.

그 결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모바일 등 안드로이드 계열이 아닌 OS는 줄줄이 이용자 확보에 실패해 시장에서 퇴출당했고, 포크 OS의 시장 진입은 사실상 봉쇄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공정위는 설명했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3년 출시한 스마트시계 ‘갤럭시 기어1’에 안드로이드를 변형한 포크 OS를 탑재했는데, 구글이 AFA 위반이라고 문제 삼자 후속 모델부터는 자체 개발한 ‘타이젠’ OS를 적용했습니다.

삼성전자는 기어3 모델까지 타이젠 OS를 썼지만, 앱 생태계가 조성돼 있지 않은 탓에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올해 8월 구글의 스마트시계용 OS를 탑재한 ‘갤럭시 워치4’를 출시했습니다.

공정위는 “구글이 당시 스마트 시계용 OS를 출시하지 않았음에도 삼성전자가 스마트 시계 분야를 선점하지 못하도록 기어1 출시를 방해한 것”이라며 “초기 삼성전자가 개발한 포크 OS로 갤럭시 기어1을 출시할 수 있었다면, 스마트 시계 시장의 경쟁상황은 현재와는 많이 달랐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구글은 스마트폰과 스마트시계 뿐만 스마트TV나 스피커, 로봇 등의 영역에서도 제조사들에게 포크 OS를 허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공정위는 구글이 이런 방식으로 모바일 OS 분야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독점 사업자의 지위를 공고히 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자체 기기에만 탑재되는 애플의 iOS를 제외하고 전 세계 스마트 모바일 OS 시장(중국 제외)에서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2010년 38%에서 2019년 97.7%까지 상승했습니다. 또, 전 세계 주요 모바일 기지 제조사와 AFA를 체결한 비율도 2010년 45.1%에서 2019년 87.1%까지 올렸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통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는 이미 출시된 경쟁 상품의 원재료 구입을 방해하거나 유통 채널을 제한하는 방식이 대부분인데, 구글의 행위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경쟁 상품의 개발 자체를 철저히 통제하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경쟁제한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공정위는 구글에 과징금과 함께 플레이스토어 라이센스와 안드로이드 OS 사전접근권을 연계해 AFA 체결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또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기기 제조사에 통지해 기존 AFA를 시정명령 취지에 맞게 수정하고 그 내용을 공정위에 보고하도록 명령했습니다.

다만 조치의 실효성, 국제관례 등을 고려해 국내 제조사는 국내 및 해외시장에 대해, 해외 제조사는 국내 출시 기기에 대해 시정명령이 적용되도록 범위를 정했습니다.

과징금 2,074억 원은 법 위반 행위가 있던 2011년 1월부터 자료가 확보된 올해 4월까지의 앱 마켓 매출액을 기준으로 잠정 산출됐습니다.

이달 매출액까지 포함한 최종 과징금은 공정위가 2016년 퀄컴의 갑질 행위에 부과한 1조 311억 원에 이어 시장지배력 남용 및 불공정 행위 사건 중 두 번째로 큰 금액이 될 전망입니다.

지난 2018년 유럽연합(EU) 경쟁 당국도 구글의 안드로이드 OS 독점적 지위 남용에 대해 43억유로(5조6천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습니다.

미국 법무부(DOJ)는 지난해 10월 구글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검색엔진을 선(先)탑재하도록 하는 행위로 검색서비스 시장 등에서 시장의 경쟁을 저해했다며 반(反)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공정위는 2016년 7월 구글코리아에 대해 현장조사를 시작한 뒤, 이례적으로 전원회의를 3차례나 열면서 구글에 대한 제재를 확정했습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구글은 모바일 OS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고 기타 스마트기기 OS 분야에서 혁신을 저해했다”며 “이번 조치로 모바일 OS 및 앱 마켓 시장에서 향후 경쟁압력을 복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유대 기자 (yd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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