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만 특별대접..'화이트리스트' 만들어 관리한 페이스북

송지유 기자 2021. 9. 1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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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스포츠스타·연예인·언론인·인플루언서 등 VIP 명단에똑같은 내용인데 유명인이 올린 게시물은 삭제 안해 내부고발자 문건으로 공개..페이스북도 인정, 시정 노력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업체인 페이스북이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 유명인 게시글에만 특별기준을 적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AFP통신

세계 30억명 이상이 이용하는 최대 소셜미디어 업체인 페이스북이 유명인들의 계정을 따로 관리하는 일명 '화이트리스트'를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폭력·선동을 조장하거나 성적인 콘텐츠 등 자극적인 내용을 검열하는 과정에서 누가 올렸느냐에 따라 게시물 삭제 여부가 달랐다. 그동안 "모두에게 똑같은 정책을 편다"고 주장해 온 페이스북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페이스북이 '엑스체크(Xcheck)'라는 명칭으로 유명인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했다고 보도했다. 이 리스트에는 정치인과 스포츠스타, 연예인, 언론인, 인플루언서 등이 포함됐다. 똑같은 내용이라도 유명인이 올린 게시물에 대해서는 검열이 늦게 이뤄졌고 실제 삭제되는 비율도 일반인보다 낮았다.

페이스북이 화이트리스트에 올려 자사 검열정책으로부터 보호해 온 유명인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 브라질 축구선수 네이마르, 흑인 보수 유튜버인 캔디스 오웬스 등 2020년 기준 58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도 이 리스트에 포함됐다. 사람 뿐 아니라 '더그더퍼그' 등 펫 인플루언서 계정도 엑스체크 대상으로 보호를 받았다.

페이스북이 '엑스체크'라는 화이트리스트에 포함시킨 유명인들. /사진=월스트리트저널 갈무리

'VIP' 유명인은 나체사진 올려도 'OK(?)'
페이스북의 화이트리스트 '엑스체크' 관련 내부 문건/사진=월스트리트저널 갈무리
페이스북이 화이트리스트를 운영해왔다는 사실은 내부고발자가 공개한 문건으로 드러났다. 공개 문건 중 일부는 내부고발자 보호를 위해 의회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넘겨졌다.

페이스북의 화이트리스트는 사업 초기 유명인의 게시물을 건드렸다가 회사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해 설계된 프로그램으로 관리해야 할 명단이 점점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페이스북 내부 문건을 기초로 수십명의 전·현직 임직원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은 그동안 유명인이 자사 정책에 위반한 게시물을 올려도 즉시 삭제하지 않았다. 대신 정규직 직원으로 구성된 전담 조직을 만들어 이 팀에 유명인의 게시물 관리를 맡겼다. 이 전담팀은 명백하게 삭제해야 할 게시물도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더 늦게 삭제 해 내부적에서도 지적이 많았다.

2019년 축구선수 네이마르 사건이 대표적이다. 네이마르는 한 여성에게 강간 혐의로 고발 당하자 자신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해당 여성의 이름과 나체사진을 게시했다. 강간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올린 글이지만 일반적으로 이 같은 게시물은 '동의 없는 사적인 이미지' 규정에 따라 즉시 삭제돼야 한다. 네이마르 게시물에는 페이스북의 처리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 내부에서도 '리벤지 포르노'(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하려고 유포하는 성적인 사진·영상)라는 의견이 나왔지만, 이 게시물은 하루 이상 공개돼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사용자 약 5600만명이 나체사진을 봤고 6000회 이상 공유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 계정을 정지당했지만 사실은 화이트리스트 대상으로 그동안 특혜를 입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지지세력을 결집하는 발언을 쏟아내 계정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페이스북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올 1월초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 난입사건이 터진 뒤에야 트럼프 계정을 정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사진=AFP통신

"페이스북 나빠요"…이용자들 분통, 계정 삭제 이어질 듯
지난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 앞에서 한 여성이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FP통신
그동안 페이스북은 가짜뉴스·혐오·선동 등 게시물을 삭제하는 자사의 정책이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혀왔다. 특히 저커버그는 "모든 이용자들이 지위나 명성에 관계없이 동등한 입장에서 말할 수 있다"며 "진실 중재자가 되고 싶지 않다"고 강조해 왔다. 화이트 리스트를 만들어 유명인들에게만 VIP 대접을 해왔다는 사실에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크게 분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페이스북은 사내 화이트리스트 관행을 없애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직원들은 회사의 해결 의지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페이스북에 등 돌리는 이용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년간 페이스북을 이용해 온 프랭크 리만은 "페이스북은 정직하지 않고 교만하다"며 "방금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폴 크리스텐센은 "10대들 중 단 2%만 페이스북을 이용한다는 점에 위안이 된다"며 "젊은 사람들은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갔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텍사스주 등 보수성향이 강한 주에서 빅테크 업체가 게시글을 삭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SNS 통제법'을 마련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이번 페이스북 화이트리스트는 정치권에서도 큰 이슈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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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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