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먼지가 된 기분" 우승 행진 멈춘 박민지, 원인은 자신감 하락?

김현지 2021. 9. 1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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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김현지 기자]

올 시즌 초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뒤흔들었던 박민지가 하반기에 들어 주춤하고 있다. 성적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시즌 초반에 보여줬던 승부처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한 방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초 개막한 KLPGA 투어. 7월 초까지 박민지의 기세는 대단했다. 3개월 간 무려 6승이나 쓸어담았다. 지난 7월 11일 막을 내린 '대보 하우스디 오픈'에서 우승한 박민지. 이 우승까지 개막 3개월 여만에 쓸어담은 상금만 해도 11억 2,804만 7,500원이다.

이는 역대 시즌 상금 10억 원 돌파 시점 중 가장 빠르던 박성현의 기록보다도 2개월 앞섰다. 그런가 하면 하반기 시즌이 시작하자마자 여러 차례 우승의 문을 두드리던 박민지. 비록 승수 쌓기에는 실패했으나 7월부터 9월까지 매달 1차례 이상 톱5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지난주 막을 내린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4위로 대회를 마침과 동시에 KLPGA 투어 역대 시즌 상금 기록을 경신했다. 박민지는 이 대회에서 5,400만원의 상금을 얻었다. 올 시즌 누적상금은 총 13억 3330만 7500원이 됐다.

종전 KLPGA 투어 역대 시즌 최다 상금액은 지난 2016년 박성현이 기록한 13억 3309만 667원이다. 박민지는 가을 시즌 시작과 동시에 이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우승이다. 시즌 초반 6승을 기록하며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을 세우고 싶다"고 이야기했던 박민지. 그러나 최근들어 번번이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하며 가까워보이던 최다승 기록이 다시 먼 꿈처럼만 느껴진다.

가장 문제는 자신감 하락이다. 올 시즌 박민지의 주 무기는 샷이 아니었다. 자신감과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이었다. 그러나 계속해 우승의 문턱에서 고배를 마시니 자신감 역시 자연스레 떨어지는 모양새다.

매 대회 우승을 목표로 무조건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긍정적인 태도로 경기에 임했던 박민지였지만, 최근에는 조금 위축된 모습이다.

지난주 치러진 'KB금융 스타챔피언십' 메이저 대회라 쟁쟁한 대선배들과 함께여서였을까. 좀 더 위축된 모습이었다.

기자 회견 당시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대회에 출전했을 당시 언니들의 통산 우승 합계가 244승이었다. 당시 나는 통산 3승, 4승 정도였는데,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고 하며 "그래서 따라가려고 노력을 많이 한 덕분에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냈다. 그때가 먼지였다면 이제는 건더기 정도는 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그 다음날 그는 다시 위축됐다. 2020년 대회 우승자이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주 무대로 하는 김효주와 한 조로 경기한 박민지는 "어제 건더기가 아니라 먼지 덩어리라고 하는 게 맞았다"고 운을 띄우며 "효주 언니와 1라운드를 함께 경기 해보니 다시 먼지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게다가 본격적으로 우승 경쟁에 나서던 최종라운드에서는 우승에 대한 욕심도 내려 놓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종전 박민지와는 다소 다른 모양새였다.

최종라운드를 앞둔 박민지는 "시즌 최다승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우승이 아니어도 잘 하고 있는 건데, 이게 잘 하고 있는 게 맞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 했다.

"매 대회 우승이 목표다. 특히 시즌 최다승 기록을 깨고 싶다"며 우승을 쓸어담아 어디서든 곧 우승이 나올 것 처럼 보였던 박민지의 자신감이 이제는 사라졌다. 그는 "그냥 하반기에 1승만 더 하면 좋겠다. 남은 대회 어디서든지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박민지의 갑작스레 멈춰버린 우승 시계. 우승권에도 자주 이름을 올리고 여러 번 상위권으로 대회를 마친 만큼 다행히 샷감의 문제는 아닌듯 보인다.

사실 KLPGA 투어 역대 한 시즌 최다승 기록 역시 아직 도전 진행중이다. 역대 기록은 신지애가 2007년 기록한 9승이다. 신지애는 9월 16일 'SK에너지 인비테이셔널 여자골프대회'까지 12개 대회 중 11개 대회에 출전해 6승을 쓸어 담았다. 박민지는 이미 7월에 6승을 기록했으니 신지애보다 2개월이나 빨랐다.

더욱이 당시보다 현재 대회수가 훨씬 많이 늘었다. 박민지는 올 시즌 아직 남은 대회도 많다. 시즌 초반의 페이스와 현재의 샷감이라면 남은 대회에서 3승을 거두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다행히 분위기를 반전시킬만한 터닝포인트도 있었다.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공동 4위를 차지하며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역대 시즌 최다 상금액을 경신한 것이다. 박민지에게는 떨어진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계기가 될 것이다.

박민지는 "잘되거나 안되거나 변함없이 씩씩하게 내 골프를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하며 "매 대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사진=박민지/KLPGA)

뉴스엔 김현지 928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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