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연인의 소환을 부르는 '환승연애'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2021. 9. 14.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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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사진제공=티빙

보현은 합숙 초반 꽤나 울었다. X(호민) 때문이었다. 거실에서 잠이 든 자신에게 남몰래 담요를 덮어주면서도 "다시 만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선을 그은 X. 아직 이별 3개월차인 보현은 자신과 이별의 속도가 다른 X 때문에 자주 눈물을 흘렸다. 울고 있는 보현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다. 코코의 X 민재다. 민재는 우는 보현을 곧잘 달랬다. 맛있는 것도 사주고, 낯간지러운 말도 종종 건넸다. 보현의 눈가엔 어느 새 눈물이 멈췄다. 그런데 호민이 다시 보현을 흔들었다. 여행지에 가서야 보현과 민재의 사이를 눈치챘기 때문이다. 아차 싶은 호민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 중이다. 이러다 보현을 놓칠 것 같아서다. 보현도 그런 호민이 싫지가 않다. 오히려 기다렸던 순간이다. 그래서 산책 이야기에 설레하고, 갑작스런 나들이 제안에도 "YES"를 외친다. 민재는 보현을 웃게할 뿐이지만, 호민은 보현을 웃기면서도 울릴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민영은 혼란스럽다. 민영은 합숙 초반 X(주휘)를 오해했다. X에게 호감 문자는 오지만 현실에선 딱히 관심을 보이는 것 같지 않았다. 허나 찾아오는 밤이 길어질수록 오해를 풀 시간은 많아졌다. 함께 취하는 밤이 많아지면서 X와 깊은 대화도 하고 은밀한 교류도 나눴다. 마침내 민영은 주휘만 바라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남녀가 여럿 모이면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혜선의 X 정권은 초반부터 민영에게 꽤나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했다. 민영도 그런 정권이 싫지 않았다. 여기에 새로 입소한 혜임의 X 상우까지 데이트 때마다 자신을 선택했다. 새로운 남자와 데이트를 해보니 생각보다 재밌고 시간도 금세 갔다. 허나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숙소 분위기가 영 좋지 못했다. 한눈에 봐도 모두가 주휘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주휘의 예민한 표정과 말투, 행동 하나하나가 민영을 불편하게 만든다. 

사진제공=티빙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는 다양한 이유로 이별한 커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지나간 사랑을 되짚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나가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X커플 10명의 합숙기를 그린다. '환승연애'는 연애 리얼리티 붐에 한 자리를 차지하며 꽤 인기를 얻고 있다. 정확한 누적 조회수가 공개되진 않았으나 제작진은 당초 12부작으로 기획했던 방송을 3회 연장했다. 연장의 조건은 인기에 기준하기에 '환승연애'에 대한 대중 관심을 짐작할 수 있다.

'환승연애'에 대한 앞선 기사에서 "환승이라 부르고 환상이라 불리는 헤어진 연인과의 드라마틱한 상황들"을 관전 요인으로 꼽은 적이 있다. 실제 이러한 요인이 대중의 흥미를 돋우며 과몰입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헤어진 연인이라는 관계만으로 출연진들은 각자만의 서사를 갖는다. 보현의 눈물과 정권의 변심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다른 재미는 옛 연인과의 조우 자체다. X와의 한집살이는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판타지 같은 일이다. 정권이 입소를 앞두고 혜선에게 했던 "길에서 마주치길 바랐다"는 말과 일맥상통한 심리다. 모두가 한번쯤은 헤어진 연인과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상상을 하곤 한다. '환승연애'는 바로 이러한 심리를 더한 자극의 상황으로 펼쳐낸 것이다. 이는 시청자가 출연진으로부터 빠른 감정 전이를 갖게 만든다.

사진제공=티빙

의외의 재미는 MC다. 관찰 예능을 보다 보면 MC들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할 때가 많다. 출연자들의 심리를 제대로 공감하지 못하거나, 불필요한 말을 길게 늘여 맥을 끊어놓는 일이 꽤 빈번하다. '환승연애'의 패널은 한팀처럼 각자의 역할을 잘 수행해 프로그램의 감칠맛을 돋운다. 역시 개그맨이다 싶은 이용진은 자신들을 일컫어 "젊은 '동치미' 느낌"이라는 식의 짧고 굵은 농담으로 웃음을 유발하고, 사이먼 도미닉은 한 예능에서 보여줬던 전설의 눈물신을 재현하며 출연진에게 과몰입한다. 리액션을 담당하는 유라는 출연진의 상황에 격하게 공감하며 활기를 불어넣고, 김예원은 오랜 라디오 DJ 경력자답게 차분하고 정돈된 멘트로 안정감을 준다.

후반부로 접어든 '환승연애' 출연진 10명은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X와의 관계를 다시 이어갈지, 아니면 새로운 인연과 사랑을 싹틔울지 결말을 직접 보기 전까진 감히 짐작하기 어렵다. 현실에 환상이 비집고 들어온 '환승연애', 어떤 맺음이든 이상할 게 없어 그 끝이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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