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자산규모 규제 풀어야 vs 콘텐츠 투자 보장 불투명
방송통신위원회-한국언론학회 주최 '소유·겸영규제 제도개선' 토론회
김용희 교수 "지상파 소유제한 대기업 기준, 10조에서 20조로"
SBS 최대주주 TY홀딩스, 조만간 10조 규제로 지분 매각 국면주목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자산총액 10조 이상 대기업은 지상파 주식 10%를 초과 소유할 수 없도록 한 현행 방송법에서 10조를 20조로 바꾸자는 주장이 나왔다. 외국자본의 지상파 지분 제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13일 방송통신위원회-한국언론학회 공동 주최 '소유·겸영규제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엔 지상파가 모든 방송의 중심이고 시작이었지만 콘텐츠 소비에 있어서는 이제 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다. 지상파는 유료방송·OTT서비스에게 국내 방송시장의 주요사업자 위치를 넘겨줬다”면서 지상파 소유·겸영규제 변화를 지상파 경쟁력 강화의 대안으로 꺼냈다.
김용희 교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4조(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의 지정 등) 및 시행령 제21조(공시대상기업집단 및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지정), 방송법 제8조(소유제한 등) 및 시행령 제4조(소유제한의 범위 등)를 언급하며 “도입의 목적 자체는 선했지만 오늘은 이런 규제가 합당한지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방송법상 자산규모 10조 이상 기업은 지상파 주식의 10%, 종편 및 보도PP 지분 30%를 초과 소유할 수 없고 외국자본은 지상파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고 전하면서 “지금 경제 규모에서 10조라는 자산규모가 (규제 기준으로) 적당한지 논란이 크다. 대기업이 지상파를 소유하면 안 된다는 것이 적당한 규제인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내 GDP가 굉장히 성장하고 있고, 넷플릭스같은 초국적 미디어기업이 출연하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며 “(대기업의) 방송 사유화를 우려하지만 국내 방송사가 경쟁 해야할 기업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 10조가 과연 큰 기업인가”라고 되물으며 “지금은 (방송사가) 재원을 확충하고 싶어도 법 때문에 시도조차 못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월1일 광주방송 대주주 호반건설을 대기업으로 지정해 호반이 광주방송 지분을 10% 이상 소유할 수 없게 되었고, 호반은 5월4일 JD투자유한회사에 광주방송 지분 35%를 매각했다. 울산방송 대주주 삼라도 10조를 넘기며 지분 매각에 나섰다. SBS 대주주인 TY홀딩스 자산총액은 9.7조로 알려져, 조만간 10조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방통위 내에서도 상임위원을 중심으로 10조 규제 완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용희 교수는 “최대주주 자산이 증가하면 지상파 사업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면 최대주주가 지분을 정리할 경우 대체 사업자를 찾기 어렵고 대체 사업자가 방송사의 경영 안정성을 저해할 우려도 존재한다. 결국 최대주주 성장이 결과적으로 방송사업의 실패로 귀결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현행 10조 규제를 20조 규제로 확대하는 안”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한편 “지상파의 외국자본 지분 제한 규제도 과도하다. 드라마 판권 경로에 따른 수익모델을 고려해 마진을 높이기 위해선 넷플릭스나 텐센트 같은 해외 사업자와의 지분 교환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야 한다. 우려보다는 생존을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 지금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소유·겸영 규제 완화는 국내 40곳 대기업에게 방송사를 가질 수 있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다. 이 사업자들이 과연 콘텐츠 투자를 위한, 새로운 수익전략을 만들어주는 요인을 줄 수 있을까”라고 되물으며 “지분 소유제한과 대주주의 콘텐츠 투자는 분리해 보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김동원 실장은 “10조에서 20조로 상향 조정한다고 TY홀딩스가 SBS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될 수 있을까”라고 되물으며 “TY홀딩스가 태영 시절부터 자산총액을 어마어마하게 키우는 동안 SBS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는 9년간 15%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태영은 방송보다 폐기물 오폐수처리장에서 더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방송사를 소유한 기업집단이 어디서 수익을 창출하는지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겸영 규제를 푼다고 했을 때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신규사업자가 전혀 다른 전략으로 들어오지 않는 이상, 현재 방송사업자들이 더욱 방송 겸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역민방 회장이 되면 지역상공회의소 의장이 되고, 개발협의회 회장이 되고, 국회의원을 만난다. 자신의 사회적 자본 확대를 위해 방송사를 쓰고 있다”면서 “한국 상황에 비춰볼 때 소유·겸영 규제 완화로 콘텐츠 투자를 통한 경쟁력 확보라는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방통위는 “방송법상 소유겸영 규제는 대규모 자본과 특정사업자 등에 의한 언론의 독과점 방지, 방송의 다양성 구현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로, 2008년 이후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면서 “이번 토론회 이후에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다양성을 제고하면서도 미디어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소유겸영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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