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빅테크와 거대금융, 독점과 과점의 충돌과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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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韓非)는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는 인간은 이익을 얻으려는 마음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고 봤다.
또 '재난과 어려움은 사악한 마음에서 생기고 사악한 마음은 욕심에서 비롯된다' 고 경계했다.
코로나19로 금융 서비스를 비롯한 경제활동 전반이 플랫폼에서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 빅테크와 핀테크의 금융시장 진출을 막고 기존의 과점적 금융질서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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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韓非)는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는 인간은 이익을 얻으려는 마음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고 봤다. 또 ‘재난과 어려움은 사악한 마음에서 생기고 사악한 마음은 욕심에서 비롯된다’ 고 경계했다. 한비가 본 욕심이 재난으로 이르는 경로는 이렇다.
“이익을 얻으려는 욕망이 심하면 근심하게 된다. 근심하면 질병이 생기며, 질병을 얻으면 지혜가 줄고, 지혜가 줄면 분별력을 잃게 된다. 분별력을 잃으면 경거망동하게 돼 재앙과 화를 부른다.”
플랫폼은 ‘정거장’이다. 스마트 시대에는 인터넷 사업자, 콘텐츠 제공자와 사용자, 기기 공급자와 이용자 등 다양한 주체가 만나는 일종의 ‘생태계’다. 이전 플랫폼은 이용자 수에 기반을 둔 광고가 주 수익원이었다. 코로나19로 금융 서비스를 비롯한 경제활동 전반이 플랫폼에서 이뤄지기 시작했다.
플랫폼은 영리기업이다. 수익모델 구축과 이익극대화를 추구한다. 플랫폼에 더 많은 이익이 될 구조를 선호한다.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한 이익 극대화는 경쟁 제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쟁 제한은 자본주의의 근간인 자유롭고 창의적인 기업활동에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19세기 자본주의 본산이라는 미국에서도 독점에 도달한 철도대기업과 석유메이저를 공권력으로 강제 해체시키는 조치가 취해진다. 독점만큼은 아니지만 일부가 전체를 지배하는 상황이 과점이다. 역시 경쟁을 제한하는 부작용이 크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플랫폼이다. 인터넷 검색과 사회관계망(SNS)에서는 독점에 가까운 시장지배력을 자랑한다. 증권업과 자산운용업을 제외하면 국내 금융업은 대부분 과점 체재다. 5개 시중은행과 5대 생명보험, 5대 손해보험사와 5대 신용카드사가 시장 대부분을 점유한다.
공급자 중심이던 기존 금융업을 소비자 중심으로 혁신하기 위해 그동안 높았던 진입장벽을 핀테크에 특별히 낮춰줬다. 그랬더니 빅테크와 거대 IT기업이 금융업에 진출했다. 금산분리와 동일인 한도 제한 등으로 꽁꽁 묶여있던 은행 인허가가 5년 새 3개나 새로 나왔다. 그랬더니 이번엔 금융에 진출한 빅테크가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핀테크 육성을 외치던 여당과 정부가 이제는 빅테크 등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모양이다.
이제 와서 빅테크와 핀테크의 금융시장 진출을 막고 기존의 과점적 금융질서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대형 금융그룹들도 디지털 플랫폼으로의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 플랫폼 경제로의 전환은 거스르기 어려운 흐름이다. 이들의 욕심을 합리적으로 제어해 소비자와 시장의 재난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질서를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 법과 정책으로 시장의 ‘균형상태(equilibrium)’를 이뤄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가 합리적 선택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빅테크와 금융사 간 갈등은 욕심의 충돌일 수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령의 모호성이 이를 더욱 부채질했다. 중요한 것은 ‘룰(rule)’의 명확성이다. 한비는 ‘학문을 담당하는 현인(賢人)은 바르고 신임을 받게 행동하는 자이고, 정치를 담당하는 지인(知人)은 미묘한 말을 하는 자’라고 꼬집었다. 법과 제도를 만들었지만 탁월한 지혜를 가진 자도 알기 어렵다면 갈등과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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