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OS 무한갑질' 한국서 역대급 제재

이재연 2021. 9. 1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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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구글이 한국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제재를 받는다.

삼성전자 같은 기기 제조사에 '운영체제(OS) 갑질'을 한 혐의가 인정됐다.

아마존이 만든 파이어 운영체제(Fire OS)나 삼성전자가 갤럭시 기어1에 적용했다가 구글 압박에 포기했던 자체 개발 운영체제가 여기에 해당한다.

제조사가 기기에 구글 안드로이드 외에 다른 운영체제를 탑재하지 못하도록 사실상 차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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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과징금 2천억·시정명령
제조사 모든 스마트 기기에
앱 볼모로 새 운영체제 탑재 막아
삼성 '갤럭시 기어1' 시도했다가 포기
공정위 "시정명령 해외도 적용"
구글 반발 "법원에 항소할 계획"
연합뉴스

미국 구글이 한국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제재를 받는다. 삼성전자 같은 스마트폰 제조사에 ‘운영체제(OS) 갑질’을 한 혐의가 인정됐다. 앞으로 삼성이 국내외에서 판매하는 모든 스마트 기기는 구글 갑질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렇듯 광범위한 시정조치는 전세계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기 제조사들을 상대로 안드로이드 ‘파편화금지계약’(AFA)을 강제한 혐의(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로 구글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074억원을 부과했다고 14일 밝혔다. 2016년 직권조사를 시작한 지 5년 만에 나온 제재다.

사건의 핵심은 구글이 기기 제조사들과 맺은 파편화금지계약이다. 이 계약을 체결한 제조사는 출시하는 모든 기기에 안드로이드 포크를 탑재할 수 없다. 안드로이드 포크란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된 안드로이드 소스코드를 변형해서 만든 다른 운영체제를 뜻한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기어1에 적용했다가 구글 압박에 포기했던 자체 개발 운영체제가 여기에 해당한다. 제조사가 안드로이드 외의 다른 운영체제를 쓰기 위해서는 아예 독자적인 계열의 소스코드를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면제 기기’ 조항도 무력화됐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구글에서 ‘면제 기기’로 인정해주면 안드로이드 포크를 탑재할 수 있으나, 이때 구글은 몇 가지 제한을 부과했다. 특히 제3자 회사가 개발한 앱이 해당 기기에서 작동되면 안 된다는 조건을 걸었다. 제3자 앱이 70여개 탑재될 예정이었던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어1이 무산된 이유다.

제조사 입장에서 파편화금지계약 체결에 대한 선택권은 실질적으로 없었다. 2011년부터 구글은 파편화금지계약을 맺은 제조사에 한해서만 구글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 계약과 안드로이드 사전접근권 계약을 맺었다. 사전접근권은 구글이 최신 버전 안드로이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하기 6개월 전에 미리 제공하는 것을 가리킨다. 하이엔드(고급 사양) 기기를 만들어야 하는 제조사는 구글에 볼모로 잡힐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구글은 앞으로 파편화금지계약을 이런 계약과 연계해 강제하면 안 되며, 기존의 파편화금지계약도 수정해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공정위의 이번 시정조치는 전세계 경쟁당국 중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안드로이드 기기 대표 주자인 삼성전자의 국내외 판매량을 모두 포괄하기 때문이다. 삼성 본사가 국내에 있기 때문에 국외 판매량에 대한 관할권도 공정위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스마트폰은 물론 스마트 시계처럼 운영체제가 탑재되는 다른 모든 기기도 시정조치 대상에 포함됐다. 앞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유럽 내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에 한해서만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차세대 플랫폼 경쟁이 시작되고 있는 기타 스마트 기기용 운영체제 개발 분야에서 혁신을 저해한 사건”이라며 “(향후 해당 분야의) 운영체제 개발 경쟁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구글, 즉각 법원에 항소할 것

구글은 공정거래원회의 판단을 전면 부인하며 법원에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구글은 14일 공정위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어 “공정위의 결정은 안드로이드 호환성 프로그램이 전체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갖는 중요성과 안드로이드와 애플 아이오에스(iOS) 간의 경쟁을 간과했다”며 “공정위의 서면 의결서를 수령하는 대로 법원에 항소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공정위의 결정이 관할권과 국제예양의 기본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구글은 강조했다. 구글은 “공정위가 시정명령의 범위를 해외까지 확장했고, 안드로이드 호환성 프로그램이 자국의 경쟁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한 국가들에 대해서까지 따르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글은 “호환성 프로그램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눈부신 혁신의 원동력이 되었고, 국내 기기 제조사 및 앱 개발자들의 세계적인 성공을 가능케 했다. 그리고 이는 다시 국내 소비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선택권과 더 나은 품질과 이용자 경험으로 이어졌다”며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안드로이드 호환성 프로그램의 중요한 부분들을 무력화함으로써 앱 개발자들이 안드로이드를 위한 앱을 개발할 유인을 떨어뜨리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저해하며, 애플 iOS 및 다른 경쟁 사업자들과의 플랫폼 간 경쟁을 저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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