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고노담화 無力化, 文정부도 책임 있다

기자 2021. 9. 1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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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지난 4월 각의에서 '종군 위안부' '강제 연행'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지 5개월 만에 교과서에서 그 표현이 사라지게 됐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강제성을 인정한 1993년 고노 담화가 기반이 돼 아시아 국민의 피해와 고통에 사죄하는 1995년 무라야마(村山) 담화,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만들고자 했던 1998년 김대중-오부치(小淵) 한·일 공동선언, 한국을 직접 언급해 사죄한 2010년의 간(菅) 담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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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일본 정부가 지난 4월 각의에서 ‘종군 위안부’ ‘강제 연행’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지 5개월 만에 교과서에서 그 표현이 사라지게 됐다. 이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군의 관여를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河野談話)’를 사실상 무력화한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1993년 고노 담화에서 위안부에 대한 강제성을 인정하면서부터 국제사회에서는 위안부 ‘강제연행’과 ‘성노예’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굳어졌다.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움직임도 거세다. 담화 당시에는 ‘협의의 강제성’과 ‘광의의 강제성’으로 나눠 일본 정부의 관여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또한, 아베(安倍) 정권 때는 외교 사료를 검증하는 무리수까지 두면서 고노 담화의 정당성을 부정하려고 했다. 지금까지 우파들은 공공연하게 고노 담화는 한·일 양국 정부에 의한 타협의 산물이고, 일본 정부의 견해와는 배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사히 신문이 1982년 위안부의 강제연행을 처음으로 고백했던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 관련 기사를 오보라고 인정하고 철회한 후에도 국내외적으로 강제연행의 표현은 계속 사용돼 왔다. 그만큼 고노 담화의 내용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이제 고노 담화의 정당성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부의 각의에서 부정되는 상황이 됐다. 일본에서는 스가 총리의 ‘공훈(功勳)’이라고 치켜세우지만, 스가 총리는 일본 정치권의 입장을 대변했을 뿐이다. 아베의 장기집권을 거치면서 일본 정치권 내 온건파는 사라지고 매파가 득세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게다가 우파의 주장이 일본 사회에서 먹혀들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본 교과서에서 ‘종군 위안부’ ‘강제 연행’ 표현이 사라진다는 것은 지금까지 한·일 양국이 쌓아온 공통의 역사 인식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한·일 관계는 양국이 1965년 기본조약의 불충분함을 인정하고 과거사 문제에 대해 보완 조치를 하면서 발전할 수 있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강제성을 인정한 1993년 고노 담화가 기반이 돼 아시아 국민의 피해와 고통에 사죄하는 1995년 무라야마(村山) 담화,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만들고자 했던 1998년 김대중-오부치(小淵) 한·일 공동선언, 한국을 직접 언급해 사죄한 2010년의 간(菅) 담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이어졌다. 아베 총리조차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상황으로 일본 정부가 인정한 강제성은 사상누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 식이다.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가 걸린 이번 상황을 그냥 넘겨선 안 된다. 돌이켜보면 2015년 위안부 합의에 불만을 제시했던 문 정부가 아무런 전략 없이 화해치유재단을 일방적으로 해산하면서 일본 우파의 역공은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피해자 중심주의’를 주창하면서도 2015년 위안부 합의에 대한 후속조치는 등한시했다. 그 결과 위안부 문제는 미해결 과제가 돼 오히려 퇴보했다는 평가마저 있다. 이번 상황도 문 정권의 외교적 미숙이 일본 우파에 빌미를 제공한 게 아닌지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 일본의 막무가내식 행동도 문제가 많지만, 문 정부의 잘못된 대응이 화를 부른 측면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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