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춘추전국' 끝내나.."합병·재편 장려"
중소 업체·후발 주자 도태 가능성 커져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전기차 시장이 수많은 업체의 난립으로 춘추전국 시대를 방불케 하는 가운데 당국이 과잉 투자와 산업 효율 저해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하면서 '대어' 위주로 시장을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14일 경제 매체 제일재경(第一財經) 등에 따르면 샤오야칭(肖亞慶) 중국 공업정보부장은 전날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최 기자회견에서 "현재 신에너지차 기업 숫자가 너무 많아 업체 규모가 작고 분산된 상태에 있다"며 "기업 합병과 재편을 격려해 산업의 집중도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의) 신에너지차 기술은 높기 때문에 시장 자원을 최대한 집중함으로써 분산화를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전기차 산업은 보조금 지급 등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급성장을 거듭했다.
따라서 전기차 산업을 관장하는 공업정보화부 수장의 이번 발언 후 업계는 당국의 유도 속에서 이미 기반을 잡은 대형 업체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될 가능성이 한층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신에너지차 시장이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작년 중국 내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110만9천대로 작년 동기보다 9.8% 늘었다.
중국 당국이 신에너지차로 분류하는 차량의 대부분은 순수 전기차(B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PHEV)이다.
작년 중국에서 판매된 차량 중 신에너지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5.7%였는데 이 비중은 더욱 빠르게 높아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전기차 전환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인 국무원은 작년 11월 '14·5계획'(14차 5개년 경제계획)이 마무리되는 2025년 자국에서 팔리는 차량 중 20%는 친환경차가 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처럼 전기차가 중국의 핵심 차세대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중국 안팎의 수많은 업체가 시장에 뛰어들어 혼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먼저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미국의 테슬라, 중국 토종 업체인 비야디(比亞迪·BYD)·상하이GM우링(SGMW) 3사가 현재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3강' 체제를 굳힌 가운데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삼총사'인 웨이라이(蔚來·니오)·샤오펑(小鵬·엑스펑), 리샹(理想·리오토)이 본격 양산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무게가 옮겨가자 관망하던 전통차 업체들도 전기차 시장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폴크스바겐, 벤츠, GM, 현대기아차, 도요타 등 주요 전통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상하이자동차, 창안차, 지리차, 둥펑차 등 중국의 토종 브랜드들도 모두 전기차 모델을 쏟아내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알리바바가 상하이차와 합작해 세운 즈지(智己)차, 인터넷 포털 업체 바이두(百度)가 지리(吉利)차와 합작해 세운 바이두차, 부동산 재벌 기업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세운 헝츠(恒馳)차, 세계 최대의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가 된 디디추싱(滴滴出行), 중국 스마트폰 1위 업체 샤오미 등 빅테크(대형 정보통신기업)까지 전기차 시장에 일제히 뛰어들었다.
하지만 비야디, 테슬라 등 일부 상위 업체 외에는 대부분 제대로 이익을 내지 못한 상태로 막대한 투자금만 쏟아붓고 있는 상태다.
너무 많은 업체들이 시장에 참여하면서 중국 당국이 과잉 생산에 따른 후폭풍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일재경은 중국자동차공업협회 자료를 인용해 작년 말 기준 중국의 신에너지차 생산 능력이 2천669만대였지만 실제 판매량은 136만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향후 중국 전기차 시장 참여 업체들 중 상당수가 도태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공업정보화부 산하 전자정보산업발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우리나라의 신에너지차 산업이 생산 과잉 위험에 직면함에 따라 중소 업체들이 도태될 수 있다"며 "(당국이) 반드시 신규 프로젝트를 규제하고 자원을 통합해 신에너지차 업체가 더욱 크고 강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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