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출소 한달만에 '잠행' 깨고 공개행보 나선 까닭
사업장 방문보단 부담 적어..삼성 '사회공헌' 지원 강화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광복절 가석방으로 출소한 지 한달만에 잠행을 깨고 14일 첫 대외 일정으로 김부겸 국무총리와 만난 것은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표면적으로는 재계 1위 삼성이 총리실 주도의 청년 취업난 해소 문제에 팔을 걷어붙이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는 점에서 정부와 기업의 '협업'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달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조치와 관련된 사회적 논란을 두고 부적절하다면서 경영복귀에 힘을 실어준 김 총리에 대한 화답의 성격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1시 40분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청년희망 ON 프로젝트' 간담회를 통해 김 총리와 만났다.
이 부회장은 김 총리가 부임한 지난 5월 당시에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상태여서 이번이 두 사람의 첫 회동인 셈이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13일에 가석방으로 207일간의 구속 생활을 마치고 출소했는데, 이날이 이 부회장의 첫 공개적 대외활동이다. 그간 이 부회장은 출소 이후 Δ8월 19일 Δ8월 26일 Δ9월 2일 Δ9월 9일 등 4차례나 법정에 출석하는 것 외에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는 자신을 둘러싼 '취업제한' 조치로 정부를 비롯해 정치권, 시민단체 등에서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섣불리 경영활동에 나섰다가 불필요한 문제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출소 이후 한달간 대외활동을 자제해오던 이 부회장이 전격적으로 김 총리와 만남을 갖게 된 배경에는 '청년 취업난'을 해결해야 한다는 공통된 문제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삼성은 2018년부터 진행해온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프로그램 교육생 수준을 현행 연간 1000여명에서 내년부터 2000여명으로 2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SSAFY는 2018년 삼성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이래로 1년간 청년들에게 무료로 소프트웨어를 교육해주면서도 매달 100만원씩 파격적인 교육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 부회장도 미래세대 주역이 될 청년들의 취업난 해소와 국가적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에 삼성이 힘을 보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SSAFY 프로그램에 상당한 애정을 가져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이 자체적으로 교육보조금과 강사비 등의 각종 비용을 부담해왔는데 앞으로 정부에서도 각종 지원방안을 추가로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와 기업이 청년 취업난을 해소하기 위해 전향적으로 손을 잡았다는 것이 상징적"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날 행사가 국가적 문제로까지 대두된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해 정부와 재계 1위 삼성이 협력한다는 의미에서 대내외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크지 않았다는 점도 이 부회장의 행보에 부담이 적었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 부회장이 반도체, 스마트폰, 바이오 등 삼성의 주요 사업장을 방문하는 것을 두고는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 '취업제한' 조치를 위반한 것이란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단순히 삼성그룹 차원의 경영활동이 아니라 범국가적·사회적 측면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와 삼성이 협력을 다짐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행보에 대한 일각의 비판 메시지가 나올 리가 만무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지난 8월 24일 향후 3년간 240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할 때에 "삼성의 CSR(사회공헌) 활동이 우리 사회에 더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CSR 방향성을 재정립하고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재계 1위 기업으로서 사회공헌 활동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한 후속으로 삼성은 이달초 청소년 교육지원 CSR 활동인 '드림클래스'를 진로 설계 및 체험과 결합한 미래역량 육성 중심의 다차원적 교육 프로그램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청소년 단계에서 드림클래스를 전면 개편한 데 이어서 청년들의 취업난 해소를 위해 SSAFY 프로그램을 확대한 것을 보면 사실상 미래세대 육성을 위한 CSR 역량을 총집결한 셈"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활동에 힘을 실어준 김 총리에게 화답하기 위해 부담을 무릅쓰고 간담회에 참석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김 총리는 지난달 31일 보도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법적인 절차가 필요하다면 따라야 하지만 이미 가석방된 이 부회장의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적절한 방안이 아니다"면서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sho21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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