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미군감축설, 등 떠미는 정부

김남석 기자 2021. 9. 1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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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 군사위원회는 지난 2일(현지시간) 주한미군을 2만8500명 미만으로 감축하는 데 예산을 쓸 수 없도록 명시했던 조항을 삭제한 2022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중국과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이 당장 주한미군을 철수 또는 대폭 감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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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 워싱턴 특파원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는 지난 2일(현지시간) 주한미군을 2만8500명 미만으로 감축하는 데 예산을 쓸 수 없도록 명시했던 조항을 삭제한 2022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일방적 감축을 막기 위해 의회가 2019회계연도 NDAA에 삽입해 3년간 유지됐던 안전장치가 사라진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주한미군을 줄일 가능성은 없다며 느긋하다. 국방부는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해 미측과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고, 외교부 역시 “주한미군 감축 의도가 없다는 점을 미국으로부터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중국 견제를 위해 꼭 필요한 곳이 한반도이기 때문에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일은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주한미군 감축 논란을 보며 떠오른 나라가 필리핀이다. 남중국해·대만을 직접 사정거리에 두고 중국의 서태평양 진출을 저지하는 최적 위치인 만큼 미국으로서는 대중 견제를 위해 한국만큼이나 중요한 지정학적 가치를 가졌다. 미 식민지였던 필리핀이 1946년 독립했지만 미군이 계속 주둔한 이유다. 하지만 1992년 필리핀 의회가 클라크 기지 사용 연장을 불허하자 미군은 철수했다. 이후 안보 리스크가 커진 필리핀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또 중국은 2012년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있는 스카버러 암초를 무력 점거했다. 한국은 어떤가. 문재인 정부 들어 주한미군을 등 떠미는 일이 잦아졌다. 경북 성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는 4년째 반미단체의 장비·물자 반입 저지가 계속돼 3월 방한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사드 기지의 열악한 여건을 계속 방치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항의했다. 한·미 연합군은 3년째 대규모 실기동훈련을 못해 해외 전지훈련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던 지난해 7월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 군사력의 오버캐파(overcapacity·과잉)가 아닌가 한다”고 발언했다.

중국과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이 당장 주한미군을 철수 또는 대폭 감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철군 등 미국의 군사·외교전략이 급변하고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GPR)’ 검토가 마무리단계인 시점에서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이 빠진 점은 불안하다.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검토해온 데다 바이든 행정부의 군사전략이 지상군 배치 대신 첨단군사기술로 초장거리에서 적을 공격하는 ‘지평선 너머’ 전략으로 변화하는 점 역시 한국에 밀집된 지상군의 분산 배치 가능성을 키운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필리핀처럼 주둔국이 반기지 않고 비용·위험 대비 효용이 떨어지면 미국의 국익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제아무리 지정학적 가치가 커도 대중국 견제에서 번번이 발을 빼고 주한미군을 내심 불편해하는 정부·여당의 행동이 계속되면 70년 동맹의 신뢰도 언젠가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한국은 아프간과 다르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말에 무작정 안심하기보다 서둘러 자체 방위력을 끌어올리고 무엇보다 동맹의 일원으로서의 가치를 제고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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