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두테르테 따라하기

기자 2021. 9. 1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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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스트인 로드리고 두테르테(76) 필리핀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 부통령으로 출마한다고 한다.

두테르테는 연임이 어려워지자 권력 연장을 위해 한 체급 낮춰 부통령 출마를 선택한 것이다.

그녀는 대선 출마 여부를 공식 표명하고 있지 않지만, 이미 두테르테 부녀는 다바오에서 시장-부시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내년 대선에서 두테르테가 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6년 후 대선 도전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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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포퓰리스트인 로드리고 두테르테(76) 필리핀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 부통령으로 출마한다고 한다. 필리핀 대통령은 6년 단임제로 연임이 금지되는데, 특이한 점은 부통령도 대통령처럼 선거로 선출한다. 두테르테는 연임이 어려워지자 권력 연장을 위해 한 체급 낮춰 부통령 출마를 선택한 것이다. 2016년 대선에서 부패·범죄·마약과의 전쟁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두테르테는 마약 혐의자 4000여 명을 무차별 살해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된 상태다. 그의 부통령 출마는 편법으로라도 권력을 연장해 ICC 기소에 대한 면책특권을 유지하기 위한 꼼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제는, 대통령 후보로 유력 거론되는 인물이 현재 다바오 시장인 그의 큰딸 사라(43)라는 점이다. 그녀는 대선 출마 여부를 공식 표명하고 있지 않지만, 이미 두테르테 부녀는 다바오에서 시장-부시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1988년 다바오 시장에 출마해 당선된 두테르테는 3선 연임 제한 규정 때문에 출마가 어려워지자 딸 사라를 시장 후보로 내세우고 자신은 부시장으로 출마해 동반 당선됐다. 이후 부시장 임기를 마친 뒤 두테르테는 다시 다바오 시장에 출마했다. 3선 연임 제한을 부시장에 출마하는 편법으로 돌파한 것이다. 내년 대선에서 두테르테가 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6년 후 대선 도전도 배제할 수 없다.

딸을 활용한 두테르테의 집권 연장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영감을 줬다. 2000∼2008년까지 대통령을 연임한 푸틴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를 2008년 대선 후보로 내세움으로써 3선 연임 제한을 돌파했다. 자신은 총리로 일하며 6년 중임제 개헌을 강행, 2012년 대통령으로 복귀했다. 1960년대 ‘아시아의 선진국’으로 불렸던 필리핀은 이어지는 포퓰리즘 정치 탓에 후진국으로 전락했다. 대선이 주기적으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형식상 민주주의국가지만, 집권층의 갖은 편법이 고착된 신형 권위주의 국가다. 정치인들은 국가를 퇴행시키는 기생충과 같은 존재가 됐다.

야당 대선 예비후보들 간에 두테르테식 정치 논란이 불거졌다. 여당은 대선용 현금살포 정책까지 펴는데 야당은 정쟁으로 지새니 한국 정치도 필리핀을 따라가는 듯하다.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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