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 3.3㎡당 688만원, 역대 최고 상승..분양가상한제 다시 논란

황재성 기자 2021. 9. 1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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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서초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1.9.6/뉴스1
분양가상한제 대상 공동주택의 분양가 산정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가 3.42% 오른다. 2008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게다가 철근가격 급등을 이유로 불과 2개월 전에 1.8% 올린 데 이어 또다시 높인 것이다.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상승폭은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주택공급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등 부작용이 잇따르면서 개선책 마련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분양가상한제가 또다시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 기본형 건축비, 역대 최고 상승

국토교통부는 기본형건축비 상한액을 3.42% 인상해 15일 이후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하는 공동주택에 적용한다고 오늘(14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공급면적(3.3㎡) 당 건축비 상한액은 664만9000원에서 687만9000원으로 오르게 된다.

이는 2008년7월(4.4%) 이후 최고 수준이다. 국토부가 2008년 3월 도입한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의 기본형건축비 및 가산비용’에 따르면 최초 고시인 2008년 3월 상승률은 2.2%였다. 이후 그해 7월 철근가격 급등(약 62%)을 이유로 7월에 4.4%를 추가 인상했고, 9월에 다시 3.2%를 또 올렸다.

이후 기본형 건축비는 2009년 3월 -0.1% 하락했다가 그해 9월 0.1%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뒤 2019년 9월까지 0.5~2.7% 범위에서 꾸준한 오름세를 이어갔다. 지난해에는 3월에 -2.7%가 급락했다가 9월에 다시 2.2%가 오르는 롤러코스트 장세를 보였다.

올해는 3월에 0.9% 오른 데 이어 철근값 급등을 이유로 7월에 1.8% 추가 상향 조정됐다. 그런데 이번에 2개월 만에 다시 인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실제 분양가도 크게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평소처럼 정기 조정 주기를 감안해 3월에 이어 9월에 조정한 것으로 보면 상승률이 무려 5.3%에 달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실제 분양가격은 분양 가능성과 주변 시세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된다”며 “실제 분양가는 기본형 건축비 인상분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 뉴시스


● 철근값과 인건비가 기본형 건축비 올렸다

건축비 상한액은 16~25층 이하, 전용면적 85㎡, 공급면적(전용면적+공용면적) 112㎡, 세대 당 지하층 바닥면적 39.5㎡ 크기의 아파트 등을 짓는 데 투입되는 각종 건설자재비와 인건비 등을 더해서 구한 값이다.

국토부는 2008년 이후 매년 3월1일과 9월15일, 두 차례에 걸쳐 기본형 건축비를 산정해 공개해왔다. 자재비 인건비 등의 변화를 반영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일정으로 기준가격을 제시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올해는 3월1일 이후 관련 제도가 도입된 이래 두 번째로 7월에 1.8% 인상해 고시했다. 철근, 레미콘, PHC파일, 동관 등 4가지 주요 건설자재 가격이 기본형 건축비 고시 후 3개월 이내에 15% 이상 오르거나 떨어지면 이를 반영해 건축비를 새로 산정해 고시하도록 정한 규정 때문이다. 이른바 ‘단품 슬라이딩 제도’이다.

올해의 경우 주요 건설자재인 고강도 철근가격이 33%가량 급등했다.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국토부는 이번 고시에서는 7월 가격 조정 때 반영하지 못한 철근 외 자재들의 가격과 인건비 가격 변동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특히 간접 인건비가 직전 고시 때보다 2.09%포인트(p) 오른 것이 주원인이라고 덧붙였다.

● 분양가상한제 실효성 논란 불붙을 듯

이번에 기본형 건축비가 크게 오르면서 분양가상한제를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 의도가 또다시 흔들리게 됐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주택의 분양가는 ‘택지비(땅값)+택지 가산비+기본형건축비+건축가산비’로 구성된다. 그런데 택지비를 산정하는 핵심기준인 공시지가가 표준지를 기준으로 올해 10.4%(전국 평균)나 오른 상태다. 부동산 경기 활황으로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대폭 높여진 게 원인이다.

결국 택지비와 건축비가 오른 만큼 분양가가 오를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게다가 주변 시세를 반영해 분양가 상한을 정하는 ‘고분양가 심사제’도 장기화한 집값 상승에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이미 서울의 민영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올해 7월 처음으로 3000만 원(3.3㎡)을 넘어섰을 정도로 크게 올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3.3㎡당 2112만 원)과 비교하면 4년 2개월 만에 분양가는 무려 44% 상승했다.

반면 분양가상한제에 발목이 잡혀 사업 진행이 중단된 서울시내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서울에서만 55곳, 7만여 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가상한제로 인한 기대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집값 안정을 위해 공급 확대에 다걸기를 한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손보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9일 LH와 민간협회, 건설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간담회에서 “고분양가 제도운영과 분양가상한제 심사과정 등에서 민간의 주택공급에 장애가 되는 점이 없는지를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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