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화물 항공사 '에어인천' 새 주인 찾는다

2021. 9. 1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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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회계법인 매각주관사 선임
틈새시장 공략 불구 경영난 심화
매각가 최대 800억원 전망 나와

국내 첫 화물 전용 항공사인 에어인천이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화물 운송 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서도 지속된 적자 누적와 대형 항공사들과의 경쟁 심화로 매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어인천은 최근 한울회계법인을 매각주관사로 선임하고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주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재무적투자자(FI)에게 매각 개요를 담은 투자설명서(티저레터)를 배포하고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있다. 앞서 에어인천은 실적 악화 이후 지속적으로 유상증자 등 투자유치를 추진해 왔지만 최근 경영권 매각으로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매각 대상은 창업자인 박용광 대표이사 보유 지분 약 89%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감사보고서 기준 박용광 대표 지분은 30.6%, 모회사인 ㈜성광에어서비스 지분은 58.3%였지만 에어인천에 따르면 올초 성광에어서비스 지분 전량이 박용광 대표에게 이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정리 작업은 지분 구조를 단순화해 순조로운 매각에 나서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에어인천은 ‘아시아의 페덱스’를 모토로 2012년 2월 설립된 화물전용 항공사다. 출범 당시부터 에어인천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들의 화물운송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중국 옌타이 등 다수 노선과 러시아 사할린, 일본 나리타 노선에 잇따라 취항하며 소형 화물 위주로 운송을 확대했다.

2018년에는 베트남 하노이 노선까지 진출하면서 대기업인 삼성SDS 물량을 수송하기도 하는 등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당시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국적 항공사들을 제치고 대형 화주를 유치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경영 악화를 이유로 이듬해 하노이 노선에서 철수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하노이 실험’은 1년여만에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같은 틈새시장 전략에도 불구하고 에어인천은 ‘규모의 경제’ 실현이 절대적인 화물 운송사업에서 지속적인 성장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분석된다. 매출은 꾸준히 늘었지만 매년 적자가 누적돼 2018년에는 자본잠식률이 395%까지 악화됐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2019년 9월 에어인천에 사업개선 명령을 내리고 향후 3년간 재무상태를 개선하지 못하면 항공운송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고 통보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국토부의 재무개선 명령 직후인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항공물류 호황에 힘입어 에어인천은 영업이익 64억원을 거둬들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도 2분기까지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항공물류 수요 폭발에도 경쟁이 심화되면서 추가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다소 낮아졌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틈새시장으로 파고들었던 하노이 노선이 복구되지 않은 데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기존 노선으로는 국적항공사 틈에서 경쟁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재무개선 작업으로 노선이 축소돼있는 점도 최근 물류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실적을 대폭 개선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지난해 흑자 전환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구조조정 관련 펀드를 보유한 PEF나 항공 운송과 시너지를 기대하는 SI(전략적투자자)를 찾아 매각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각가는 500억원 안팎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근 매각에 성공한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이 1000억원대에 매각된 것에 대입해 EV/EBITDA 멀티플 8배를 적용한 수준이다. EV/EBITDA 멀티플은 기업가치(EV)를 상각전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배수로, 동종 기업과의 비교를 통해 매각가를 산정할 때 쓰인다.

업계 관계자는 “여객 중심의 LCC인 이스타항공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작년과 올해 화물 운송 호황을 반영해 올해 EBITDA가 100억원 가량으로 확대된다면 최대 800억원의 매각가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미·이세진 기자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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