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핵, '학폭' 피해 겪던 애니 덕후에서 '힙합 스타'로 [인터뷰] ②

김현식 2021. 9. 1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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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 피하려 접한 힙합에 빠져
"'너도 할수 있다'는 희망 주고파"
"도쿄돔 공연·은하와 협업 목표"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최근 ‘오하요 마이 나이트’(OHAYO MY NIGHT)로 음원차트에서 역주행에 성공하며 스타덤에 오른 디핵(D-Hack, 본명 이동훈)은 ‘MZ세대’ 리스너가 열광하는 뮤지션이다.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솔직담백하게 녹인 가사가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찌질했던 과거, 그리고 부끄러운 순간들까지 용기 있게 가사 주제로 다뤄왔는데 그런 용기와 노력을 보상받는 느낌이 들어요. 훗날에는 ‘이등병의 편지’, ‘서른즈음에’,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등 다양한 세대에게 사랑받는 곡들을 탄생시킨 고(故) 김광석 님처럼 전 세대를 아우르는 뮤지션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제 이름을 딴 ‘D 세대’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포부도 있고요.”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일본 문화를 향한 동경을 앨범 재킷과 가사, 뮤직비디오 등을 통해 당당하게 드러낸 점도 인기에 한 몫 했다. 자신을 ‘성공한 덕후’라고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디핵은 “제 노래 덕분에 자신감과 용기를 얻었다는 SNS 메시지를 보내주시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요즘은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제가 학창시절을 보낼 때만 해도 애니메이션 보는 걸 창피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디핵은 1994년생으로 올해 스물 여덟이다.) 어떻게 보면 제가 서브 컬쳐 문화를 즐기는 이들에게 노래를 통해 ‘너희도 당당하게 드러내도 돼’라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학창시절 그런 부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상처를 받았던 만큼, 누군가의 삶에 도움을 줬다는 것에 더욱 뿌듯함을 느끼게 돼요.”

디핵은 학창시절 ‘학폭’ 피해자였다. 그는 “엄청 뚱뚱한 데다가 ‘덕후 문화’를 좋아하기도 해서 표적이 되기 쉬웠다”며 “주변 친구들을 괴롭히는 무리들을 소위 ‘일진’이라고 표현하지 않나. 저는 그 반대 지점의 최고봉이있다”고 고백했다. 힙합 음악은 괴롭힘에서 벗어나기 위해 ‘억지로’ 듣기 시작했단다. “힙합을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있을 땐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억지로 힙합을 듣기 시작했었죠. 그러다가 어느 순간 힙합의 매력에 빠지게 됐고, 노트를 사서 가사를 서보고 몰래 녹음도 해보면서 새로운 꿈이 갖게 됐고요. 물론 ‘멋진 래퍼가 되면 애들이 날 괴롭히지 않을거야’ 하는 막연한 생각도 조금은 있었죠.”

디핵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힙합에 빠졌다고 돌아봤다. 고등학교 3년 땐 운 좋게도 동네 교회에서 인연을 맺게 된 매드클라운에게 주말마다 랩 레슨을 받을 기회를 얻기도 했단다. 디핵은 그렇게 차근차근 실력을 쌓은 끝 2016년 정식으로 데뷔했고, 꾸준히 믹스테이프와 앨범을 내면서 입지를 다졌다. 2018년 발표한 ‘슈퍼스타 라이트’(SUPER STARLIGHT)가 나름 핫한 반응을 얻으면서 희망을 봤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개인 공연도 3차례 열었다. ‘오하요 마이 나이트’의 역주행은 그렇게 내공을 다지고 다양한 경험을 싸흔 끝에 얻어낸 값진 성과다.

“힙합신 내에선 제 음악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렸어요.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데 거리낌이 있는 열려 있는 분들은 좋게 들어주셨지만, 갇혀 있는 분들은 ‘얘는 힙합이 아니다’ 하면서 평가절하 하기도 했죠. 좋지 않은 평가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나만의 힙합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포기하지 않고 제 길을 계속 걸었어요. 점차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고요.”

자신의 인생을 바꿔준 힙합은 이제 디핵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디핵은 “’딱히 잘나지 못한 삶을 살았던 이런 나도 잘 될 수 있는데, 너희는 왜 못하겠냐‘는 메시지를 던지는 뮤지션이고 싶다”며 “제 노래를 듣는 분들이 절대 본인이 가는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되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10월 발매를 목표로 한 새 앨범을 준비 중인 디핵은 작업해놓은 곡이 벌써 10곡이 넘는다면서 ‘최고를 만들어내자’는 생각으로 곡을 추려내며 후반 작업을 하는 데 집중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스케줄을 관리까지 하느라 정신이 없다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인터뷰 말미에는 언젠가 꼭 이뤄내고 목표에 관해서도 물었다. 그가 언급한 목표는 2가지. 우선 첫 번째는 일본 도쿄돔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디핵은 “인디펜던트 뮤지션으로 출발해 도쿄돔에서 공연하는 가수로 성장하면 정말 멋질 것 같다”며 “그 정도로 레벨이 된다면 한국에서도 엄청난 공연을 하고 투어까지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미소 지었다.

두 번째는 걸그룹 여자친구 출신 은하와의 컬래버레이션 성사. 디핵은 은하를 위한 헌정곡을 2곡이나 발표한 적이 있을 정도로 그의 열혈팬이다. 그는 “4년여 만에 3번째 헌정곡도 만들기 시작했다”고 여전한 팬심을 드러내며 “언젠가는 꼭 함께 곡 작업을 해보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김현식 (ssi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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