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지못한' 北 장거리 순항미사일..軍 막을 수 있나?

장용석 기자 2021. 9. 1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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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방공체계 '탄도미사일 대응'에 특화.."탐지·추적에 한계"
전문가 "핵 투발 수단 가능성..잠수함 탑재시 위협 수준↑"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국방과학원이 지난 11일과 12일 새로 개발한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북한이 사거리 1500㎞의 장거리 순항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면서 우리 군의 관련 대비태세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에 비해 속도나 파괴력이 떨어지지만, 현재 우리 군의 대공감시망과 미사일방어체계는 북한으로부터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대비하는 데 특화돼 있기에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탄도미사일과 '섞어' 쏠 경우 그 대응에 허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한미 양국의 군과 정보당국은 북한이 지난 11~12일 실시했다는 이번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간으로 탐지·추적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소식통은 "북한의 미사일 이동식발사대(TEL) 전개는 정찰자산을 통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면서도 "탄도미사일과 달리 순항미사일은 일반적으로 수십~수백m 수준의 초저고도로 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육상이나 해상의 레이더만으론 그 탐지에 기술적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정찰위성 등을 속이기 위해 '가짜' TEL을 배치하는 상황도 가정해야 한다"면서 "이 경우엔 미사일이 실제로 발사되기 전까진 공격지점을 포착하기가 어렵고, 발사 전에 무력화하는 건 더욱 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이번에 시험 발사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이 북한 영토·영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7580초(2시간6분20초)간 1500㎞를 비행한 뒤 목표물에 명중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이에 대해 소식통은 "순항미사일이 원 궤도를 날았다는 건 '웨이포인트'(way point·중간지점) 설정 기능을 이용해 비행 중 궤도를 계속 수정했단 뜻"이라면서 "이 주장이 사실일 경우 북한에서 쏜 미사일이 동해 먼바다로 우회해 한반도 남부를 타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동해 방향으로 쏜 미사일의 경우 지구 곡률 때문에 특정고도 이하에선 우리 군의 레이더 전파가 닿지 않는 음영구역이 생긴다.

북한이 지난 3월25일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신형 전술유도탄)을 동해상으로 향해 시험 발사했을 당시 우리 군이 이 미사일의 '풀업기동'(미사일이 하강단계에서 재상승하는 것)을 포착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순항미사일의 경우 속도가 '충분히' 느리기 때문에 일단 식별만 되면 발칸 등 우리 군의 다른 대공무기로도 요격이 가능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북한 측 발표대로라면 이번에 시험 발사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의 속도는 평균 시속 712㎞ 정도로 일반 여객기(시속 900㎞ 안팎)보다도 느리다.

소식통은 "북한의 순항미사일에 관성항법장치(INS)와 위성항법장치(GPS)는 탑재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밀타격'에 필요한 지형 등고선 데이터나 디지털 영상 대조 기능까지 확보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그러나 북한이 이번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해 "복합 유도 결합방식에 의한 말기 유도 명중 정확성이 설계상 요구를 만족시켰다"고 주장함에 따라 관련 기술 확보 여부에 대해선 "좀 더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에 이어 순항미사일에도 핵탄두를 탑재하는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는 상황.

북한은 장거리 순항미사일이 올 1월 열린 제8차 조선노동당 대회에서 제시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 중점 목표 달성에서 커다란 의의를 갖는 '전략' 무기'"라고 소개했다.

미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시험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이 어떨 때 '전략' 무기란 표현을 쓰는지 분석가들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핵 투발 수단으로 개발하고 있단 얘기다.

미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소장도 북한의 이번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한국과 일본 전역의 목표물을 향해 핵과 재래식 탄두를 모두 쏠 수 있는 순항미사일을 시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이 잠수함에 탑재될 경우 그간 개발해온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더불어 한층 더 '위협적'인 무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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