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기의 웃음소리는 왜 침팬지를 닮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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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은 사람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는 행동 특성의 하나로 꼽히지만 사실 사람만 웃을 줄 아는 건 아니다.
그러다 성대 구조가 성숙해지고 사회적 교류가 일어나면서 웃음소리도 점차 달라진다.
두 시험 참가자들은 웃음소리가 어른과 같을수록 듣기가 더 좋고 전염성이 더 강했다고 말했다.
이때 부모가 내는 웃음소리도 배우기 시작하며, 이같은 웃음이 상대방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걸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점차 날숨 웃음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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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3~18개월 아기 웃음소리 분석한 결과
처음엔 침팬지처럼 숨 넘어가는 듯 웃어
웃음은 사람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는 행동 특성의 하나로 꼽히지만 사실 사람만 웃을 줄 아는 건 아니다. 과학자들은 침팬지, 보노보 같은 유인원도 서로 간지럽히면서도 놀 때 나름의 방식으로 웃는다고 말한다.
다만 웃는 방식이 서로 다를 뿐이다. 사람은 숨을 내쉬며 웃는다. 예컨대 숨을 들이마신 뒤 ‘하하하’ 소리를 내면서 숨을 내쉰다.
반면 수백만년전 인류와 진화계통을 달리하기 시작한 침팬지, 보노보는 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헐떡이듯 웃는다. 마치 숨이 넘어가는 듯한 소리로 들린다.
그런데 사람 중에서도 침팬지처럼 웃는 이들이 있다. 네덜란드 라이덴대 마리스카 크렛(Mariska Kret) 교수(인지심리학) 연구팀이 아기들의 웃음을 분석한 결과, 신생아들은 처음엔 침팬지와 같은 방식으로 웃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분석을 위해 생후 3~18개월의 아이들이 웃는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찾았다. 이를 통해 수집한 웃음소리 파일은 100여개였으며, 각 웃음소리의 지속시간은 4~7초였다.
연구진은 이를 15명의 음성음향 전문가와 100여명의 일반인에게 들려주고 아기가 어떻게 웃는지 판단해줄 것을 요청했다.
수십개의 짧은 오디오 파일을 들은 뒤,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내린 결론은 똑같았다. 아주 어린 영아는 들숨과 날숨에서 모두 웃는 반면 생후 18개월에 가까울수록 아기는 숨을 내쉴 때 더 많이 웃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영국 왕립학회가 발행하는 온라인 동료심사 국제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 9월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는 이 기간에 아기가 어른처럼 웃는 법을 배운다는 걸 뜻한다고 밝혔다.
웃음소리의 변화는 사회적 학습과정의 반영
연구진에 따르면 사람은 생후 석달 무렵부터 웃기 시작한다. 그러나 처음엔 제대로 웃지 못한다. 그러다 성대 구조가 성숙해지고 사회적 교류가 일어나면서 웃음소리도 점차 달라진다.
연구진이 다른 오디오 파일로 수행한 두번째 시험에서도 나이가 더 많은 아기는 주로 숨을 내쉴 때 웃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시험 참가자들은 웃음소리가 어른과 같을수록 듣기가 더 좋고 전염성이 더 강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세월이 흐르면서 일어나는 아기 웃음소리의 변화는 사회적 학습 과정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생후 6개월이 되면 아기는 부모가 내는 소리를 모방하기 시작한다. 이때 부모가 내는 웃음소리도 배우기 시작하며, 이같은 웃음이 상대방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걸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점차 날숨 웃음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 숨을 내쉬면서 웃는 것이 숨을 들이쉬면서 웃는 것보다 소리가 더 크고 또렷했다. 연구진은 날숨 웃음이 서로간의 유대감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크렛 교수가 2016년 영장류 학자 얀 반 후프(Jan van Hooff)의 강연에 참석한 것이 계기가 됐다. 영장류와 인간의 웃음이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한 그의 강연을 함께 들은 크렛의 친구가 그에게 “내 아기도 유인원처럼 웃는다”며 아기가 웃는 동영상을 보여줬고, 그때 갖게 된 관심이 결국 이번 연구로 이어졌다.
공저자인 암스테르담대 디사 소터 박사(심리학)는 “이번 연구는 현재 우리의 행동 목록은 아주 오래 전 유인원과의 공통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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