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50만명 몰린 토스뱅크, 대출상품도 파격적일까

고은빛 입력 2021. 9. 1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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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없는 연 2% 이자..사전신청에 50만명 이상 몰려
카카오뱅크, 출범 당시 1억5000만원으로 대출한도 높여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카뱅도 신용대출 축소로 금리 경쟁은 없을 듯"
토스뱅크가 조건없는 연 2% 통장 등을 선공개했다. (사진 = 토스뱅크)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에 이은 3호 인터넷 전문은행 토스뱅크가 내달 5일 공식 출범한다. 토스뱅크는 2%의 예금금리를 제시하며 모객에 나서면서, 대출금리도 시중 은행보다 낮출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이어지는데다,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줄이고 있는 만큼 토스뱅크가 대출금리를 파격적으로 낮추거나 대출한도를 확대하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토스뱅크는 최근 내놓은 연 2% 금리 입출금 통장과 체크카드에 대한 사전 신청자 수가 사흘 만에 50만명을 돌파했다고 14일 밝혔다. 

토스뱅크는 지난 10일부터 만 17세 이상 모든 토스 사용자를 대상으로 뱅킹 서비스 사전 이용 신청을 받았다. 조건 없이 연 2% 금리를 제공하는 수시 입출금 통장과 월 최대 4만6500원의 캐시백을 제공하는 체크카드 등 혜택을 내놓았다. 서비스 사전 신청을 시작한 당일에만 신청자수는 30만명을 넘었다. 시간당 약 7000명씩 신청한 셈이다. 

특히, '조건 없이 연 2%' 토스뱅크 통장은 가입 기간이나 예치 금액 등 아무런 제한이 없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에서 볼 수 있는 조건이다. 기존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1.40~1.50% 정도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바로 대출 상품이다. 토스는 지난달 중순부터 계열사의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신용대출을 연 2.5%로 한도가 최대 2억7000만원으로 제공하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4%까지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다. 이에 토스뱅크가 정식 출범 후 일반 고객들에게도 더 낮은 금리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30대 직장인 이 모씨는 "최근 시중은행들이 연봉 100%로 대출 한도를 규제하고 있어 필요한 금액만큼 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토스뱅크는 초반에 고객 유치를 위해 대출 금리를 낮추고 한도는 높인 상품을 내놓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로 시중은행은 가산금리를 높이면서 대출 증가율을 억제하고 있다. 지난 8월말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 기준)는 연 2.98~4.05%로, 지난해 7월말(연 1.99~3.51%)과 비교하면 1%포인트나 급등했다. 가산금리는 은행들이 대출 관리 비용과 업무 원가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앞서 소비자들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를 통해 낮은 금리와 높은 대출 한도를 경험했다는 점도 토스뱅크의 대출상품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2017년 4월 영업을 개시한 케이뱅크의 '직장인K 신용대출' 최저금리는 연 2.73%였다. 당시 주요 시중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연 3.61~4.73%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는 2%포인트나 낮은 수준이었다. 같은해 7월 문을 연 카카오뱅크의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최저 연 2.86%로, 최대 1억5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당시 시중은행의 모바일 신용대출 한도(1억원)보다 더 높았다. 

이처럼 대출 문턱을 크게 낮추면서 인터넷은행에 가입자들이 빠르게 몰려들었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규모는 영업 시작 32시간 만에 920억원에 육박했다. 출범 5일 만에 가입자 수는 100만명을 돌파하면서 케이뱅크의 실적도 압도했다. 카카오뱅크는 영업을 개시한 지 28일 만에 1조3000억원의 대출이 실행되면서 예상보다 자본금이 빠르게 감소했다. 결국 2017년 9월 예상보다 빠르게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토스뱅크, 대출금리 2.5%보다는 높을 듯…"카뱅도 신용대출 축소 움직임"

실제로 토스뱅크도 낮은 금리 대출을 앞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서비스 시범 운영할 때 신용대출 최저 금리는 연 2.5%, 마이너스 대출 최저 금리는 연 3%로 정한 바 있다. 다만 8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추가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는 만큼 금리 수준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금리 2.5% 시범 서비스는 임직원을 우대한 지원 형태로 큰 의미가 없다"며 "초반에 획기적으로 대출 상품을 내놓으면 잘 팔리긴 하겠지만 수익성 측면에서 마이너스가 될 수 밖에 없는 만큼 과감하게 나서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의 가계대출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심지어 최근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추가 대책도 예고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서울 명동에서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마친 후 "추석 이후 여러 상황을 고려한 뒤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실무적으로 20~30가지 항목에 대한 세부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전세대출 관련해서도 "전세대출 규제 여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면서도 "실수요자가 피해를 입지 않는 차원에서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보겠다"며 추가 대책을 시사했다.  

무엇보다 경쟁관계인 카카오뱅크가 신용대출을 줄이고 있다는 점도 금리경쟁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이유다. 최근 카뱅은 신용대출 한도를 최대 7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마통 대출은 최대 5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각각 줄였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대출금리가 낮아져 카카오뱅크 출범 때와 같이 공격적인 금리를 제시할 만한 금리차를 만들기 어렵다"며 "카카오뱅크는 최근 신용대출을 축소하고자 하는 모습으로 금리경쟁에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시중은행들도 신용대출 증가를 억제하는 상황으로 대출금리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카카오뱅크 출범 때와는 달리 중금리 대출자들 위주로 금리 혜택이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토스뱅크의 중금리대출 비중 목표는 35%로, 다른 인터넷은행(20%)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다. 이처럼 높은 중금리대출 비중을 맞추기 위해선 고신용자대출의 증가 폭을 줄일 수 밖에 없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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