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통일♪" 언제까지..MZ세대 걸맞은 외교란
[편집자주] 2022년 3월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머니투데이가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와 함께 9회에 걸쳐 '대한민국 공론장'을 마련합니다. 어느 정파에도 얽매이지 않고 모든 후보와 정당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 어젠다를 발굴하는 좌담회를 진행합니다. 대선을 앞두고 기승을 부릴 맹목적 진영논리나 인기 영합의 흐름에 제동을 걸고, 여야·좌우를 넘어 미래를 위한 생산적이고 책임 있는 정책 대안 경쟁을 유도할 계획입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각각 서로 다른 '3NO'를 외쳤다. 2015년 3월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사드에 대한 정부 입장과 관련, "요청·협의·결정 없음"이라며 첫 번째 '3NO' 입장을 밝혔다. 사드 배치설에 선을 그은 것으로 사드와 관련한 청와대의 첫 공식 입장 표명이었다. 그런데 4·5차 핵실험을 비롯한 북한발 안보 위협이 커지자 박근혜 정부는 결국 사드 배치를 추진키로 했고 중국은 우리 기업을 상대로 '사드 보복'에 들어갔다.
첫 번째 '3NO'가 '공수표'가 되면서 새로운 '3NO'가 나왔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10월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사드와 관련, "추가 배치·MD 참여·한미일 군사동맹 없음"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런데 한국의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부쩍 반(反) 중 노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좌담회에 참석한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한국의 외교 노선과 관련, "미·중 사이에서 어떻게 할까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우리의 좌표·방향을 정한 게 아니라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는 생각 하에 사안 별로 그때 그때 선택을 해 왔다"며 박근혜, 문재인 정부가 서로 다른 내용으로 각각 제시한 사드 관련, '3NO' 발언을 예시로 들었다.
위 전 대사는 "이런 방식을 지속하기에는 이제 너무 (미·중) 대립이 첨예하다"며 "일정한 좌표·방향을 정하고 한국 상황을 각인시키면 예측 가능성·일관성·일체성이 생김으로써 정책이 안정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는 "중국 정부에 영향력 있는 정치학자 ·경제학자 여러 명에게 '얼마나 중국이 북한 문제, 특히 북핵 문제에 적극적일까'하고 물어봤더니 모든 사람이 공통으로 답하는 것이 '그것은 미중 관계에 달렸다'고 했다"고 전했다. 북한 문제가 미중 관계의 서브셋(subset·부분집합)이 되고 있다는 언급도 했다.
참석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북핵 사태 해법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봤다.
위 전 대사는 "한반도의 평화 문제를 큰 어젠다로 걸고 힘을 많이 넣어서 아주 정열적으로 상당히 담대하게 접근하려고 했던 의도·출발점은 평가하고 싶다"면서도 "2018년에는 일단 정상회담이 됐기 때문에 떴고, 기대가 컸지만 하나의 이슈에 너무 매몰돼서 단선적인 측면에서 우리 중심으로 밀고 가려고 하는 데서 오는 부작용이 한계였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도 "문재인 정부가 열망은 높았지만 미국과 소통 등에서 디테일한 안배 능력, 코디네이션(조율)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어느 정부도 이제까지 그런 걸 잘한 적은 없었고 문재인 정부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했다.
대북 전문가들이 즐비한 대통령 직속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혁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교수는 "NSC는 북한만 쳐다봤는데 결국 북한 문제를 못 풀었고 외교나 안보, 경제 전문가도 의사결정에 별로 참여하지 못했다"며 "국무위원들이 어떤 면에선 논의를 거쳐서 거기서 컨센서스를 끌어내고, 그 다음엔 NSC도 포괄적으로 바뀌어서 좀 더 많은 국무위원들이 참석을 하고 다양하고 전문적인 피드백을 받아서 (외교·안보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위 전 대사는 "NSC에서 리딩역할을 할 때 아래에 있는 방대한 조직과 어떻게 매치가 되고 시너지가되느냐는 미국에 모델이 있다"며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미국의 헨리 키신저를 언급했다.
위 전 대사는 "헨리 키신저가 정책의 대가처럼 알려져 있지만 제가 아는 미국 사람 중에는 '사실은 국무부에서 나온 좋은 아이디어를 키신저가 채택한 게 많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며 "(대북) 제재를 어떻게 하느냐 할 때, 우리가 돌아가는 사정과 관계없이 우리 소망, 사고만 얘기하는 이유는 그라운드에서부터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사정이 전부 검토돼 올라가서 나온 방략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 180여개 재외공관을 갖춘 외교부와 NSC간 소통·협업이 강화돼야 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김 대표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과연 북한하고 우리가 교류했을 때 얻는 것이 뭐냐 손실이 뭐냐, 통일의 비용·손실이 어떻게 되는 거냐 (의문을 제기하는데) 그렇다면 그런 걸(비용·손실) 회피하려면, 오히려 점진적인 여러 가지 방법들을 해야지 않냐(라는 시각이다)"고 말했다. 586세대로 1989년 당시 대학생이던 임수경 전 의원이 방북하면서 불렀던 노래 '우리의 소원'에 담긴 통일의 열망과는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한국 외교에 대한 국민 공감대 조성도 급선무로 꼽혔다. 김 교수는 "정책 결정자들이 국민에게 설명하고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정책으로 어떤 의미에서는 '네이션 빌딩'(나라만들기)"이라고 했다. 한국의 국격에 걸맞은 외교가 필요하다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다른 세계와 공유하고 그에 대한 모범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 전 대사도 "한국이 100년간 이룬 한국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갖고, 우리의 앞길을 선택해야 한다"며 "G7, G20 나라들이 자신들의 이익이 어디인지 다 생각하고, (어려움은) 동맹을 통해 막아낸다"고 했다.
김 교수는 "예를 들면 일본은 가장 고령화를 빨리 이겨냈고, 그에 대한 여러 실험 결과라든지 혹은 고령 사회에 정할 수 있는 기술들을 다 개발해 놨다"며 "특히 고용층에 대한 바이오 분야에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그런 모델을 만들고, 잠재적인 편익을 우리 국민에게 설득하면서 같이 가야 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경색된 대일 관계를 거론하며, "글로벌 밸류 체인에서 한일간에 밸류체인 고리가 약해지고 있다. 중국과는 더 긴밀해졌다"며 "그러다보니까, 일본과 잘 지냄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 대비 일본이 하는 걸 보니까 (국민 정서가) 서운한 것"이라고 했다.
위 전 대사는 한일 관계가 첨예하니, 정부가 초당적 '현인회의'에 해법 도출을 맡기는 방안을 제안했다.
위 전 대사는 "2019년 G20 오사카 회의 직전 정상회담을 하려 했던 한국이 일본을 끌어들이려면 양보를 해야 했는데, 정부가 양보를 할 수 없는 정치적 상황으로 이해가 됐다"며 "(현인회의와 같은 민간 전문가들에) '초당적 외주'를 주는 방안을 제안했던 적이 있다. 해법에 대한 책임의식을 정치권과 같이 공유하면서, 한국사회 전체가 어디로 나가는 게 최적인가 찾아보기 위한 하나의 웨이아웃(way out·출로)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위 전 대사는 또 "소련은 냉전 시기 미국과 세계의 비확산을 책임져 왔는데, 북한 핵에 대해서도 원칙론적으로 부정적이고 막으려고 하는 생각이 중국보다 강했다"며 "핵 비확산에 대한 러시아의 사고방식이나 통일에 대한 관점을 우리가 잘 활용해서 한국 외교의 전략적인 외연 확대를 위해 써야 한다"고 했다. 중국보다 원칙론에 가까운 러시아를 대북 외교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통일에 긍정적인 러시아가 대북 외교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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