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오프로드를 전기로 간다, 지프 랭글러 오버랜드 4xe
2021. 9. 14. 08:42
-지프의 첫 전동화, 오프로더·친환경차의 묘한 조화
지프가 오프로더의 대명사로 꼽히는 랭글러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스템을 얹은 랭글러 4xe를 최근 국내에 선보였다. 지금까지 친환경차가 세단이나 도심형 SUV를 중심으로 시장을 만들어 온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행보다. 더군다나 랭글러 4xe는 기존 가솔린 터보 제품보다 1,750만원이 더 비싸다. 하지만 랭글러 4xe는 80대의 초도 물량을 금방 완판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 비결이 무엇인지 스텔란티스코리아가 마련한 국내 오프로드 주행 프로그램 '지프 와일드 트레일'을 통해 알아봤다.
▲랭글러로 표현한 친환경성
랭글러는 전형적인 2박스 스타일을 바탕으로 오프로드 주행을 위한 높은 지상고와 각진 오버 펜더, 그리고 원형 헤드램프와 지프만의 7슬롯 그릴이 돋보이는 차다. 파워트레인에 특이점을 둔 랭글러 4xe는 이 같은 정체성을 고이 간직했다.
랭글러 4xe의 외관은 4xe를 알리는 배지와 충전구, 파란색의 전용 외장 색상으로 차별화했다. 기존과 같은 흰색이나 검정색의 외장색을 선택한다면 더욱 구별이 힘들다. 그러나 그 내면은 오프로드에 특화한 전기차 구조를 여실히 보여준다. 일반적인 승용 전기차는 차체 하부에 배터리를 배치하고 충전구를 낮게 배치한다. 때문에 차체 하부가 지면이나 바위에 닿을 수 있는 험로 주행이나 물이 실내로 유입될 수 있는 도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랭글러 4xe는 오프로더라는 태생에 걸맞은 대응이 이뤄졌다. 충전구는 좌측 A필러 뿌리 쪽에 높게 설치했으며 리튬-이온 배터리는 하부보다 훨씬 높은 뒷좌석 아래에 배치했다. 좌석 엉덩이 받이를 들어 올리면 잘 포장된 배터리를 확인할 수 있다. 덕분에 배터리 탑재로 인한 적재공간의 손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실내도 기존 제품과 거의 동일하다. 다만 두 가지 동력원을 쓰는 만큼 에너지 활용도를 보여주는 몇 가지 요소를 가미했다. 계기판은 전력의 충전과 출력을 보여주는 그래픽이 속도계를 대체했다. 속도는 계기판 중앙에 숫자로 표기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하이브리드 일렉트릭 앱을 더했다. 이 앱은 동력계의 출력 현황과 충전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센터페시아에는 회생 제동 기능을 높이는 버튼을 준비했다. 적재공간은 기본 784ℓ를 제공하며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908ℓ까지 늘어난다.
▲자연과 더 가까워진 랭글러
랭글러 4xe의 동력계는 최고 272마력, 최대 40.8㎏·m의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로 이뤄진 기존 시스템에 두 개의 전기 모터와 17.3㎾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추가했다. 두 개의 모터 중 하나는 엔진과 결합해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처럼 작동한다. 나머지 하나는 변속기와 맞붙어 구동에 직접 관여한다. 시스템 총 출력은 375마력, 최대토크는 64.9㎏·m다.
동력원 활용에 따른 주행모드는 하이브리드, 일렉트릭, E-세이브 모드의 세 가지를 지원한다. 하이브리드는 엔진과 전기모터를 주행 상황에 따라 적절히 사용하며 달린다. 일렉트릭은 엔진 시동 없이 모터만 가동하며 주행한다. 랭글러 4xe는 전기만으로 32㎞를 달릴 수 있다. E-세이브는 배터리 전력을 유지하거나 충전에 집중하며 달리는 모드다. 플러그인 충전은 AC 단상(5핀)으로 가능하며 약 2.5시간이 걸린다.
넉넉한 동력 성능은 2.3t이 넘는 차체를 가뿐하게 움직인다. 특히 모터로만 달릴 때에는 기존 전기차에서 느낄 수 없었던 묘한 느낌을 전한다. 아마 랭글러 특유의 높고 각진 프레임 차체가 주는 투박한 승차감 때문일 것이다. 온로드에선 모터 구동음을 잔잔하게 내면서 속도를 끌어올린다. 가속력은 기존 랭글러로도 불만이 없었지만 전동화를 이루면서 더 강력하고 부드러워졌다.
기대가 컸던 오프로드에서는 차 주변에 펼쳐지는 자연의 소리가 여과 없이 들려온다. 엔진음에 묻히던 바퀴가 지면을 구르는 소리, 나뭇가지가 차를 스치는 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생생하게 차 안으로 들어온다. 전동식 소프트탑을 채택한 파워탑은 2열 좌석의 헤드룸까지 개방할 수 있어 더 선명한 자연을 경험할 수 있다.
국내에 먼저 발을 디딘 랭글러 4xe는 도심형 트림인 오버랜드를 기반으로 한다. 루비콘 트림처럼 스웨이 바 분리나 액슬 락 등의 기능은 없지만 견고한 프레임 차체와 셀렉-트랙 풀타임 4WD 등 오프로드 주행을 위한 기본적인 장비는 갖추고 있어 어지간한 구간은 가볍게 극복한다.
랭글러 4xe가 인증 받은 효율은 합산 12.7㎞/ℓ(가솔린 9.2㎞/ℓ, 전기 2.4㎞/㎾h)다. 실제로는 8.9㎞/ℓ가 계기판에 표시됐다. 저속에서 큰 힘을 내야 하는 오프로드 주행과 고속도로에서 급가속이 잦았던 점을 감안하면 결코 낮은 수치는 아니다.
▲역대급 랭글러의 등장
랭글러 4xe는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는 가장 스마트한 방법을 제시한다. 탄소배출 없이 일정 구간을 달릴 수 있고, 엔진의 힘만으로 극복하기 힘들다면 모터의 성능을 빌리면 된다. 물론, 그 대가는 높은 구매 금액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격에 개의치 않는 지프 마니아와 소비자가 적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쩌면 오프로더인 랭글러와 전동화의 조합은 꽤 매력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랭글러 4xe 가격은 오버랜드 8,340만원, 오버랜드 파워탑 8,690만원.
태백=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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