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주가조작 공방①] 금감원 과징금 '일파만파'..시장조성이 뭐길래

이정필 2021. 9. 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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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금융당국 "증권사가 고유동성 종목에 주문·취소 집중 반복...시장교란 혐의"
업계선 "업무상 호가 정정과 취소 빈번, 시세 영향 목적 없어" 시장조성 중단
운영 책임 거래소는 난처…시장조성자 제도 대대적인 개편 불가피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3162.99)보다 48.29포인트(1.53%) 내린 3114.70에 마감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RX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1037.22)보다 2.60포인트(0.25%) 하락한 1034.62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66.7원)보다 2.5원 오른 1169.2원에 마감했다. 2021.09.09.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정필 류병화 기자 = 금융감독원이 시장조성자로 참여한 국내외 증권사들에 대규모 과징금 부과를 예고하면서 업계 파장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시장조성 증권사들이 유동성이 충분해 시장조성이 필요없는 종목들에 집중해 주문과 취소를 반복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거래가 미미한 저유동성 종목들의 경우 오히려 주문을 빼면서 가격발견 기능을 저해해 당초 제도 취지와는 정반대로 조가조작의 시세조정 혐의가 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증권사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저유동성 종목들의 시장조성에 참여했는데, 이후 거래가 늘고 유동성이 높아졌다고 처벌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라며 시장조성 업무를 중단했다. 금감원에 정면으로 반발한 것이다.

14일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시장조성자로 참여한 국내외 9개 증권사에 '시세관여형 시장질서 교란행위' 혐의를 적용해 총 480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사전 통보했다. 미래에셋증권, 한화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신영증권, 부국증권 등 국내 6개사와 골드만삭스, SG, CLSA 등 외국계 3개사가 대상이다. 회사별로 10억원에서 90억원대에 달하는 과징금을 통보받았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상시적인 모니터링 과정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반복적인 주문과 취소가 발견돼 조사에 착수한 것"이라며 "추적 결과 시장조성자들의 계좌로 드러나 증권사 9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이 관여한 종목은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당히 많다"면서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에 들어갈 정도로 엄청난 고유동성을 가진 종목도 다수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성자는 한국거래소가 금융투자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사전에 정한 종목에 대해 지속적으로 매수·매도 양방향의 호가를 제시해 유동성을 높이는 제도다. 증권사들은 거래가 미미한 종목의 매수와 매도 호가 차이를 좁혀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거래가 체결되기 어려운 호가에 주문이 몰리지 않도록 매수·매도 양방향에 적정한 신규 호가를 제시하면서 저유동성 종목의 거래 체결 가능성을 높이는 게 주요 업무다. 시장조성자로 참여한 증권사가 적정가격의 호가를 시장에 상시적으로 내면서 투자자는 원하는 시점에 즉시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 달리 증권사들이 고유동성 종목들에 시장조성 거래를 집중하고 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시장조성이 필요 없는 고유동성 종목에 참여가 몰리고, 정작 관여가 필요한 저유동성 종목은 빈번한 정정·취소로 가격발견 기능을 저해하며 제도 목적에 역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거래소 분석 결과 시가총액 5조원 이상인 고유동성 시장조성 종목은 전체 5% 수준이지만, 거래 비중은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성 계약 종목은 거래세와 수수료 면제, 공매도를 제한하는 업틱룰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금융당국 과징금 철퇴에…증권사들 시장조성 업무 중단

업계에서는 즉각 거세게 반발하며 시장조성 업무를 중단했다. 과징금을 통보받은 곳들을 포함해 시장조성자로 참여한 국내외 증권사 14곳 중 13곳이 거래소에 활동을 중단하는 시장조성 의무 면제를 신청했다. 이들은 2015년부터 도입된 제도에 따라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해왔는데 6년여 만에 날아온 징계가 난데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증권사 임원은 "유동성을 높인다는 취지에 따라 시장조성자로 참여하려면 업무상 호가 정정과 취소가 빈번하게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이 아닌데 갑자기 시장질서 교란 혐의를 적용한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소가 시장을 살리라고 독려한 제도인데 당국은 과징금을 내린 것"이라며 "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저유동성 종목이 증권사 시장조성 참여로 거래가 늘고 유동성이 높아졌다면 목적대로 된 것이다. 그런데 적극적으로 참여한 증권사일수록 중징계를 적용한, 전후 사정이 뒤바뀐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같은 증권업계의 해명과 반발에도 유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왜 시장조성을 중단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이어지고 있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이 이런 시장조성 물량 매도를 `공매도'에 활용해 시세 차익을 얻어 왔다고 주장해왔다. 시장조성 물량은 공매도의 `업틱 룰'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일반적인 모니터링 과정에서 발견한 혐의로, 기획조사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해 자체감사를 실시해 시장조성 거래로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공매도 등 혐의가 나오지 않았다고 결론 낸 바 있다.

제도를 운영해온 거래소는 금융당국의 압박과 증권사들의 원성 사이에서 난처한 상황이 됐다. 금감원이 현재 제도가 역행하는 것으로 판단하면서 징계 강행 의지를 내비친 만큼, 향후 시장조성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 작업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국은 16일까지 증권사들의 해명을 들은 뒤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 등을 거쳐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roman@newsis.com, hwahw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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