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컬리의 '오픈마켓'은 다르다?

나원식 2021. 9.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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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 오픈마켓 준비.."상품군 확대"
'큐레이션' 경쟁력 우려.."위탁 판매 형태"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컬리가 오픈마켓에 진출합니다. 내년 상반기에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인데요. 마켓컬리는 그간 상품을 직매입해 판매해왔습니다. 마켓컬리는 이를 '상품 큐레이션'이라는 용어로 설명합니다. 질 좋은 상품을 직접 골라 소비자들에게 소개한다는 의미입니다. 상품 큐레이션이란 마켓컬리만의 차별화한 경쟁력으로 강조해왔습니다. 

그랬던 컬리가 이제는 외부의 셀러(판매자)들이 자사 몰에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컬리는 판매자와 소비자를 중개해주는 역할을 할 테고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나 G마켓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컬리의 오픈마켓 진출 소식이 알려지자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컬리가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는 만큼 몸집을 불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직매입한 상품만 파는 것보다는 여러 셀러들을 끌어들여 판을 벌리는 게 매출 규모를 키우는 데 좋다는 겁니다. 성장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전략이라는 시선입니다.

반면 컬리가 '초심'을 잃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오픈마켓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컬리가 판매 상품을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아집니다. 이 경우 그동안 컬리가 자랑해왔던 '상품 큐레이션'이라는 장점이 점차 사그라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몸집을 키우려다가 자칫 고유의 특성을 잃을 수 있다는 겁니다.

마켓컬리가 주방용품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마켓컬리 홈페이지 화면 캡처.

그런데 신기한(?) 것은 정작 컬리는 시장의 이런 우려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그런 의미의 오픈마켓이 아니다'라는 것이 컬리의 주장입니다. 오픈마켓에 진출한다고 발표해놓고 오픈마켓이 아니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컬리 관계자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컬리가 계획하는 오픈마켓은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나 G마켓 등 여타 오픈마켓 서비스와는 다릅니다. 입점을 원하는 판매자라면 누구나 마켓컬리에 들어와 물건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니라는 설명인데요. 물론 다른 업체들도 일정 요건이 갖춰져야 입점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하지만 컬리의 경우 더욱 엄격하게 셀러를 선별하겠다는 설명입니다.

또 컬리가 오픈마켓 서비스를 시작하려는 목적은 따로 있다고 합니다. 컬리의 주력 상품군은 '신선식품'인데요. 컬리는 여기에 더해 화장품이나 대형가전 등 비식품 카테고리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식품군 제품들을 직매입해 자사의 물류 창고에 쌓아두는 게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셀러들이 각자의 창고에 물건을 쌓아두고 판매하도록 하려는 겁니다. 이를 위해 '오픈마켓'이라는 서비스가 필요했던 거고요. 컬리 관계자는 이를 '위탁판매 형태의 오픈마켓'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결국 컬리가 판매 상품을 강하게 컨트롤하는 기존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건데요. 그래서 셀러를 무작정 많이 끌어들여 몸집을 키우는 게 아니라 엄선해 관리하겠다는 거고요. 또 단기간에 상품군을 크게 늘리지도 않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다소 의아한 점이 있습니다. 그냥 편하게 오픈마켓을 시작하면 매출 규모도 키우고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 텐데 컬리는 왜 '남다른' 오픈마켓을 계획하고 있는 걸까요. 게다가 컬리는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는 만큼 몸집을 키워야 할 텐데요. SSG닷컴이나 롯데ON, 오아시스 등 경쟁사 역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줄줄이 오픈마켓 진출을 선언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여기서 컬리의 고민을 읽을 수 있습니다. 컬리의 경쟁력은 새벽배송 외에 '상품 큐레이션'에서 나옵니다. 질 좋은 신선식품을 직접 골라 판매한다는 입소문이 돌아 강남맘 필수 앱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픈마켓은 '큐레이션'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픈마켓 서비스의 핵심은 '중개'입니다. 컬리가 고르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고르도록 하는 겁니다. 이 경우 자칫 컬리가 핵심 경쟁력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고요. 컬리는 이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컬리의 계획대로 남다른 오픈마켓을 만들 수 있을지는 조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셀러를 선별하는 건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선별된' 셀러가 판매하는 상품들까지 컬리가 하나하나 컨트롤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셀러를 점진적으로 늘린다고 하지만, 어쨌든 판매자들이 많아질수록 '컨트롤'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거고요.

얼마 전 한 증권사 연구원은 '유통 업체는 플랫폼을 이길 수 없다'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놨습니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픈마켓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내용입니다. 유통마진만으로 수익을 내기보다는 오픈마켓을 통한 광고나 수수료 수익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 리포트에도 컬리의 '딜레마'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컬리는 차별화한 상품 구색과 상품 큐레이션 능력이 돋보이는 장보기 플랫폼입니다. 따라서 오픈마켓으로의 확장을 꾀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그렇게 되면 브랜드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컬리는 언제까지 '상품 큐레이션'이라는 가치를 유지하면서 성장할 수 있을까요. 질 좋은 신선식품을 소비자에게 소개한다는 장점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동시에 대형 이커머스 업체로 발돋움 할 수 있을까요. 컬리가 내년에 선보일 '남다른' 오픈마켓의 모습은 과연 어떨지, 또 그런 모습으로 지속해 성장해갈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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