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오지서 수제맥주?"..식음료업계 '웹예능'에 빠진 이유 있네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아무런 장비도 없이 시골 오지에서 수제 맥주를 만들 수 있을까. 스타가 팬에게 음식을 대접한다면…
식음료업계가 다소 엉뚱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그들이 선택한 플랫폼은 TV 광고나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라 자체 제작하는 웹 예능이다. 제작 비용을 아낄 수 있으면서도 MZ(밀레니얼·Z)세대와 공감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이다.
◇ 식음료업계, 웹 예능 제작 봇물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박정진 카브루 대표는 '어드벤처 비어'라는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울산 울주군 저승골에서 수제맥주를 만드는데 도전하고 있다. 카브루는 박 정진 진주햄 대표가 차린 수제맥주 회사다. 여기에 양조사 조익훈씨와 지상렬씨가 함께 한다.
첫 회에서는 연예계 대표 주당으로 꼽히는 지상렬씨와 박 대표가 절구로 보리를 빻고 가마솥에 맥아를 볶으며 맥주 원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이 소개됐다. 이 영상은 페이스북에서 75만회, 유튜브 16만회, 인스타그램 87만회(광고 75만회 포함)가 재생되며 큰 인기를 누렸다.
카브루 측은 "박 대표가 직접 나와 지상렬씨에게 혼나거나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수제 맥주 제조의 어려움이나 난항, 맥주 브랜드 다양성 등을 알리는데 주력했다"며 "향후에도 카브루의 정체성인 '맥주 다양성'을 알리기 위해 비정기 편성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CJ제일제당은 유튜브 채널 '제1의 맛'을 통해 '역조공키친'과 '근강요리'를 편성, 공개하고 있다. 역조공키친은 스타가 팬을 초대, 직접 요리를 대접하는 내용이다. 개그맨 곽범씨, 이창호씨가 '부캐'(부캐릭터)로 데뷔시킨 아이돌그룹 매드몬스터, 가수 이석훈씨, 헤이즈(본명 장다혜) 등이 출연했다.
근강요리는 유튜브 89만5000명 구독자를 거느린 운동 인플루언서 핏블리(30·본명 문석기)와 함께 닭가슴살, 깔라만시, 우엉 등을 활용한 '근육 건강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가정에서 요리해 먹는 횟수가 증가하고, 가정간편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레시피 공유 차원에서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CJ제일제당 제품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방식이다.
이밖에도 오리온, 해태제과 등도 각각 '오!정상회담' '해태가 그래태' 등을 기획, 연재하고 있다.
외부와 협업하는 형태로는 국순당과 크라운제과가 '기업 짝짓기프로젝트 콜라붐신'을 통해 협업하는 과정을 담은 4부작 예능 프로그램을 편성한 바 있다.
◇ 웹 예능 '역효과' 사전차단 가능…규제 '사각지대' 지적도
식음료 업계가 웹 예능이 주목하는 또다른 이유는 '역효과'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국이나 제작사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직접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광고 효과를 노리고 협찬했으나 당초 의도와 다르게 부정적 인식만 쌓이는 경우가 자주 있다"면서 "자체 제작의 경우 이러한 리스크 관리가 더 쉽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방송사가 제작한 웹예능 '네고왕'에서는 할인률이나 가맹점 부담 등이 문제가 되면서 홍보 효과는 반감되고, 되레 부정적 이미지만 쌓인 바도 있다.
최근 세븐일레븐은 'D.P.' 제작사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애초 '물건을 진열하는 장면'이라는 공문을 받고 촬영 협조했는데 실제로는 유통기한이 지난 물건을 매대에서 제외한 아르바이트 직원을 호통치는 내용이었다. 세븐일레븐 이미지 실추는 물론 가맹점주에게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아직 공중파 프로그램에 비해 규제가 덜하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압박이 세진 방송과 달리 유튜브, 네이버·카카오TV 등 웹예능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덜하다. 이 때문에 향후 규제 칼날이 들어오기 전까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웹예능 프로그램에 기업들은 더 큰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6월 국회는 주류 광고제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TV는 물론 데이터방송, IPTV, DMB 등에서 주류 광고 제한이 강화됐다. 청소년이 따라부르기 쉬운 노래 형태 광고도 금지됐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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