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비명에 당황해 우발적 살인"..'사형구형' 김태현의 궤변

김성진 기자 2021. 9. 14.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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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세 모녀'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김태현(25)이 지난 4월 9일 검찰로 송치되며 피해자 유족을 향해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사진=뉴스1

"피해자가 비명을 질러 당황한 피고인이 우발적 살해를 저지른 것입니다."

서울 노원구의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25) 측 변호인은 13일 1심 마지막 재판의 최후변론에서 이 같이 말했다.

택배기사로 변장해 피해자 A씨 집에 강제로 들어가고 A씨 동생과 모친에 이어 A씨까지 살해한 김씨의 범행이 '우발적'이었다는 주장이다.
흉기 소지해 세모녀 살해하고 "우발적 범행" 주장…왜?
서울북부지방법원./사진=뉴스1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오권철)는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정보통신망침해·경범죄처벌법위반죄 등 5개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의 결심 공판을 열었다.

지난 4월 구속기소된 후 5달 동안 열린 다섯 차례 재판에서 김태현은 줄곧 범행이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해 왔다.

이날도 김태현은 "피해자 살해할 의사가 있었냐"는 변호인 질문에 "아니다.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열린 4차 공판에서도 그는 "(흉기를 소지한 건)오로지 위협해서 제압해야겠다는 생각이었지 살해하겠다는 생각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청테이프로 A씨 여동생의 눈을 가렸으나 비명을 지르고 발로 자신을 밀치자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된 것이라 주장했다. '가만히 있으면 헤치지 않겠다'고 했으나 저항이 너무 심해서 살해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범행 당시 피해자가 김태현을 한 차례 밀친 것에 관해 변호인이 김태현에 "목숨이 위태로웠느냐"고 묻자 김태현은 "그렇다"라 답했다.

김태현 측이 '우발적 살인'을 강조하는 것은 결국 형량을 적게 받기 위해서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범한 변호사는 "계획 살인과 우발 살인은 양형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현이 구속기소된 후 반성문을 14차례 제출한 것에 관해서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어떻게든 형량에 영향을 주기 위해 요즘은 거의 모든 피고인이 반성문을 제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현 측 "따돌림 피해자에다 피해자 A와 잠재적 연인 관계였다"
'노원구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 김태현(25)./사진=뉴스1
'우발적 범행'이란 점을 뒷받침하려는 듯 이날 김태현 측 변호인은 △김태현과 A씨가 친했다는 점 △김태현이 따돌림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변호인은 △A씨가 김태현 생일에 문화상품권을 선물로 준 점 △단둘이 술을 마신 점이 사실인지 물었고 김태현은 "그렇다"고 답했다. 여기에 A씨와 김태현이 잠재적 연인 관계였다는 취지의 질의응답도 오갔다. 변호인은 "새벽에 게임을 하다가 A씨가 '하고 싶은 말(사랑 고백) 있으면 해'라 한 게 사실이냐"고 묻자 김씨는 또 "그렇다"라 했다. 김씨가 '힘들다'며 눈물을 흘리자 A씨가 그의 손을 잡았다는 진술도 나왔다.

김씨가 A씨 때문에 따돌림을 당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변호인이 "A씨 관련 문제로 함께 게임하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느냐"고 묻자 김태현은 "그렇다"라 답했다. A씨가 김태현과 말싸움을 벌인 후 게임 모임의 구성원들과 김태현의 험담을 했고, 단체 메신저방에서도 내쫓았다는 주장이다. 김씨 역시 피해자라는 취지의 발언이다.
검찰 "우발적 범행 아냐…범행 치밀하게 계획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씨가 범행 전 과정을 "치밀하게 계획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김태현이) 피해자의 근무 일정 맞춰 범행일을 결정했고, 도구를 사전에 준비했으며 '경동맥'을 검색해 살해할 방법 미리 구상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했다. 아울러 김태현이 △피해자의 집 주소를 알아낸 점 △범행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상점에서 흉기를 훔친 점 △택배기사로 위장한 점 △범행 후 갈아입을 옷을 준비한 점을 비춰볼 때 김태현이 범행 전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고 보고 있다.
김태현이 A씨와 친밀한 관계였다는 진술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피해자의 친밀한 배려를 저버리고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씨는 "죄송합니다"라 말했다. 김씨가 A씨를 자신의 잠재적 연인으로 묘사한 데 대해서도 "피해자가 누구에게나 친절한 모습 보이고 소위 '남사친'(연인이 아닌 단순 이성 친구)이 많아서 이성도 격의없이 대한다는 점을 잘 알죠"라 물었고 김씨는 또 "죄송하다"고 답했다.
檢 법정 최고형인 사형 구형…마지막 집행은 1997년
이날 검찰은 김태현에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런 극악한 범죄의 재범을 막기 위해 가장 중한 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사형이 실제 집행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부가 사형을 마지막으로 집해한 건 1997년이다. 당시 서울구치소 등 전국 각지에서 사형수 23명의 사형이 집행됐다. 이후 사형 20년 넘게 집행되지 않았다. 국제앰네스티가 2007년 우리나라를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할 정도다. 현재 우리나라엔 사형확정자 60여명이 남아있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사형의 집행 가능성은 낮지만 법조계에선 검찰의 사형 구형 자체가 의미있다고 평가한다. 검사 출신인 오선희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는 "검찰이 김태현의 범행을 살인 중에서도 최고 악질이라 판단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김태현의 1심 선고는 다음달 12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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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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