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기술 입증책임 완화.. '中企 등골 빼먹기' 사라질까 [대기업 기술탈취, 고달픈 중기]
공정위 "무관용으로 대처" 강조에도
중기 10곳 중 4곳 '상생정책'에 불만
'시장의 공정성 확립' 가장 시급 꼽아
'상생협력 촉진법' 개정안 내년 시행
비밀유지계약 체결 의무화 등 담겨
중소기업계 "면밀한 사후관리 필요"
중소기업 기술보호와 기술탈취에 대한 엄단은 정부와 정치권의 단골 구호이자 약속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매년 1000억원대 기술탈취가 이뤄지고 있을 정도로 중소기업 기술탈취는 한국 산업·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고질병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정부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할 경우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등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불공정행위 근절·상생협력 확대… 현장은 “글쎄”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일 울산 울주군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를 찾아 중소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 “기업의 기술개발 노력을 송두리째 빼앗아 산업혁신을 저해하고 국가안보, 국가경쟁력까지 위협하는 기술 탈취·유용행위에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속거래 관계에서 열악한 하도급업체의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행위를 중점적으로 점검하겠다”며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뿐 아니라 2~3차 협력업체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하는 1차 협력업체의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도 엄중한 법 집행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특히 “원사업자 및 하도급업체 스스로가 바람직한 하도급거래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이를 위해 관계부처와의 협업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이 기업 활동을 원활히 지속할 수 있기 위해 추진돼야 할 정책으로는 시장의 공정성 확립(28.5%)이 1순위로 꼽혔다. 금융 세제 지원 강화가 24.0%, 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강화가 11.3%로 뒤를 이었다.
◆상생법 개정안 통과… 이번엔 달라질까
이 같은 상황에서 중소기업계에서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 개정안이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기대를 하는 분위기다. 상생법 개정안은 지난 7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지난달 1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내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법안에 입증책임 완화 등 중소기업계의 숙원이 반영된 만큼 이번에는 달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간 정부가 마련한 여러 가지 중소기업 기술보호 대책은 단편적인 법·제도 개선에 머무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현장에서도 법 제정·개정과 관계없이 대기업이 납품업체인 중소기업에 기술자료를 요구하고, 제공받은 기술자료를 이용해 납품업체를 이원화한 후 기존에 납품하던 중소기업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거나 발주 자체를 중단하는 사례가 계속됐다.
중소기업계도 환영의 뜻을 표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상생법 개정을 통해 기술자료 제공 시 비밀유지 협약이 의무화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이 될 예정”이라며 “특히 중소기업의 최대 난제였던 기술탈취에 대한 입증 책임도 대기업과 분담하게 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들이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개정된 법률을 통한 기술탈취 방지 정책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면밀한 사후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실효성을 강조했다.
이우중, 김용언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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