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 쏟아지는 신규 분양..하반기 관심 단지는?

2021. 9. 1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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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2월 수도권 중심으로 '매머드급 단지' 분양
대출 옥죄기에도 내집 마련 희망 갖는 실수요자

[스페셜 리포트]

서울 송파 잠실새내역 인근 부동산에 게시된 매매 및 전월세 물량. 출처: 한국경제신문



“올해 매수나 전세 문의가 그 어느 때보다 많았지만 최근에는 더욱 많아지고 있다. 은행의 대출 규제가 심해지면서 매주 부동산을 찾아 비교적 저렴한 매물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서울 흑석동 A 공인중개사)

“대출 규제에도 소위 말해 ‘핫한 지역’에 대한 임장(부동산 현장 방문)이 그 어느 때보다 많다. 실수요자인 젊은 세대가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3기 신도시 예정 지역을 찾고 있다.” (경기 고양 B 공인중개사)


그 어느 때보다 아파트 등 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지역을 막론하고 집값이 무섭게 오르면서 전국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 가격은 민간 통계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2000만원을 넘어섰다. 서울은 4000만원을 넘어섰다.

내년 대통령 선거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내 집 마련이 절실한 실수요자는 금융권의 대출 옥죄기에도 주택 구입을 향한 한 줄기 희망을 품고 부동산을 찾고 있다.

높아진 수요에 맞춰 건설사들은 민족 대명절 추석이 낀 9월에만 5만 가구가 넘는 물량을 분양한다. 특히 인기가 높은 수도권에 물량이 집중돼 실수요자들의 수요를 어느 정도 충족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9월 전국에서 5만1429가구 분양…전년比 58%↑

건설사들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견본주택(모델하우스) 개관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 여느 때보다 분양 물량이 많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모델하우스 오픈이 대세로 자리 잡은 만큼 빠른 개관을 통해 실수요자를 모집하려고 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9월에는 전국에서 5만1429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지난해 9월의 3만2466가구 대비 58% 늘어난 물량이다. 그중 70%에 달하는 3만5891가구가 수도권에 풀린다. 지난해 1만811가구 보다 3배 정도 늘어난 규모다.

서울에서는 5000가구에 달하는 물량이 입주자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임대 331가구 분양이 전부였지만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의 물량이 대거 풀린다. 경기도에서는 2만5702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지방은 지난해 동기(2만1655가구) 대비 다소 줄어든 1만5538가구가 예정돼 있다.

추석 연휴 이후인 올해 4분기 분양 예정 물량은 11만4988가구다. △10월 3만6641가구 △11월 2만2472가구 △12월 5만5847가구 등이다. 4분기 예정물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물량이 귀한 서울 분양이 적지 않아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9월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분양 물량이 대거 늘어난 것은 폭발적인 시장 수요 속에 건설사·시행사 주도의 분양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분양 사업은 시행사 자본과 시공사의 신용 보강(책임 준공 등)을 기반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해 진행된다. 분양 속도가 느리면 프로젝트 현금흐름이 악화되는데 시행사와 시공사 모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단, 최근 분위기는 분양 시장 활황세에 힘입어 사뭇 다른 양상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 초기 분양률(분양 후 3~6개월 계약률)은 98.3%로 집계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분양만 시작할 수 있다면 현금 흐름에 대한 고민 없이 다수의 사업 진행이 가능한 상황이다.

KB증권은 올해 아파트 분양 물량을 전년 대비 5.7% 늘어난 38만 가구로 전망한다. 올해 8월 기준 누적 물량은 23만2000가구로 나머지 가구가 9~12월에 집중된다. 부동산114는 KB증권의 예측보다 더 나아가 현재 기준으로는 50만7000가구가 분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기준으로도 초기 분양률이 역대 최고 수준을 이어 가고 있다”며 “유례 없는 강력한 수요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규제 지속과 재개발·재건축 분양 지연 양상에도 건설사와 시행사 주도의 분양 사업이 시장과 물량 확대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추석 전 서울·경기에 알짜 단지 쏟아진다

추석을 전후해 수도권의 알짜 단지가 분양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특히 서울·경기를 중심으로 한 물량이 대거 분양에 나선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이문1구역 래미안’과 강동구 고덕강일지구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 경기 광명 ‘베르몬트로 광명’, 안양 동안구 ‘평촌 엘프라우드’, 광교 ‘힐스테이트 광교중앙역 퍼스트’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물산의 이문1구역 래미안은 지난 8월 24일 착공 승인을 받았다. 2904가구 중 일반 분양 물량은 803가구(전용면적 33~99㎡)다. 3.3㎡(1평)당 분양가는 2000만~210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DL이앤씨가 고덕강일지구에 짓는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593가구 모두 수요가 많은 84~101㎡로 지어진다. 전용 101㎡의 일반 공급 물량의 절반은 추첨제로 나와 가점이 낮은 청약자나 1주택자도 청약을 신청할 수 있어 경쟁률이 치솟을 전망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된다는 점도 경쟁률을 끌어올릴 배경 중 하나다. 올해 3월 분양한 고덕강일 제일풍경채(평당 2430만원)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면 9억원 미만이어서 중도금 대출도 받을 수 있다. 고덕강일지구의 전용 84㎡의 현재 시세는 12억~13억원으로 시세 차익이 최소 4억원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광명·안양 등 집값 상승률이 가파른 경기도 인기 지역에서도 대단지가 분양에 나선다. 대우건설·롯데건설·현대엔지니어링은 광명시 광명1동 일대에 전용면적 36~102㎡의 ‘베르몬트로 광명’ 3344가구의 대규모 단지를 분양한다. 일반 물량은 726가구다. 102㎡형의 절반은 추첨 물량으로 나온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예상 분양가는 평당 2000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양 ‘평촌 엘프라우드’는 2739가구 규모로 일반 분양은 689가구다. 예상 분양가는 평당 2600만원 안팎이다. 베르몬트로 광명보다 비싼 수준이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미적용돼 전매 제한이 비교적 짧다. 광명의 베르몬트로는 전매 제한이 10년이지만 평촌 엘프라우드는 등기 때까지만 전매가 제한된다.

여경희 부동산119 수석연구원은 “9월 분양 물량의 72%가 수도권에서 공급될 예정”이라며 “8월 주목할 분양이 없었던 서울의 분양 물량이 늘면서 무주택자들의 청약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단지 중심’ 추석 후에도 연이은 신규 분양

추석 연휴가 끝난 10~12월에도 9월의 분양 속도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중심의 분양이 예정돼 있어 실수요자의 청약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단군 이후 최대 재건축 사업지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둔촌주공)’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는 전체 85개 동, 1만2032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그중 조합원 분량이 약 6200가구, 일반 분양이 4786가구, 임대가 1046가구 등으로 구성된다. 단지별로 가구 수가 다른데 가장 많은 가구 수가 포함된 단지는 3단지로 3942가구 규모다.

일반적으로 전체 분양 물량이 3000가구만 넘어도 ‘매머드급 분양’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반면 둔촌주공은 3단지의 단일 규모만 3900가구가 넘는다. 둔촌주공 인근에 있는 대단지인 서울 송파 헬리오시티도 1만 가구가 넘지 않는다. 이를 볼 때 둔촌주공이 단군 이후 최대 규모의 재건축 단지라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일반 분양은 전용면적 46~74㎡의 중소형 주택만 공급된다. 100% 가점제이고 올해 12월께 분양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공사현장. 출처: 한국경제신문



서울 서초구 방배2동 방배5구역을 재건축한 ‘디에이치방배’의 일반 분양도 11월께로 점쳐지고 있다. 3080가구의 일반 분양은 1686가구다. 조합원 입주권의 가격은 현재 18억~20억원에 형성돼 있다. 올해보다 웃돈이 2억~3억원 정도 붙었다.

청약 접수는 올해 11월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하철 4·7호선 이수역과 7호선 내방역 사이에 자리해 대중교통 여건이 좋고 방배초·서울중·서문여고 등과 가까워 교육 환경도 좋은 편이다.

서초구 잠원동의 ‘신반포 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도 3329가구를 분양하는 매머드 단지다. 그중 일반 분양은 236가구다. 디에이치방배와 메이플자이는 일반 분양가가 9억원 이상을 넘을 것으로 확실시돼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또 입주 시점의 시세가 15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보여 주택 담보 대출도 받지 못한다. 금융권 대출 없이 분양가를 100% 조달할 수 있는 이들만 청약하는 것이 좋다.

수도권에서도 대규모 단지가 속속 분양에 나선다. 현대건설은 올해 4분기에 경기 용인 처인구 모현읍 왕산리 일대의 ‘힐스테이트 몬테로이’를 분양한다. 지하 4층~지상 최고 29층, 40개 동, 전용 59~185㎡, 3731가구의 대단지다. 처인구 모현읍은 수도권에서 보기 드문 비규제 지역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건설사가 올해 하반기에 분양 계획을 집중시켰다”며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부동산 호황기였던 2015년 52만 가구, 2016년 45만 가구 분양과 맞먹는 수준으로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4분기에 몰린 분양 계획, 건설사 공급 차질 없다

대형 건설사의 상반기 분양 성과는 연간 계획 대비 달성률이 35%에 그치며 다소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전국 기준 상반기 16만6000가구 공급으로 각 사의 목표치를 달성하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단, 하반기 들어 분양 공급에 속도가 붙으며 3분기 기준 60% 물량을 소화했다. 또 4분기가 대체로 분양 성수기임을 고려하면 연간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건설사별로는 조금 차이가 있다. 대우건설·현대건설·GS건설·DL이앤씨·HDC현대산업개발 등 주요 5개 건설사의 올해 1~8월 누적 분양 공급은 6만2000가구다.

현대건설이 1만9000가구(계획 대비 60%)로 가장 많고 △GS건설 1만5000가구(49%) △대우건설 1만3000가구(38%) △DL이앤씨 9000가구(47%) △HDC현대산업개발 5000가구(32%) 순이다.

현대건설이 올해 9월 분양하는 힐스테이트 가평 더 뉴 클래스 투시도. 출처: 현대건설



9월 분양 예정 물량까지 포함하면 현대건설의 분양 성과는 지난해 2만 가구를 충분히 넘어선다. 또한 2015년 2만4000가구를 넘어선 역대 최대 분양 공급에 예상되기도 한다. GS건설·대우건설·DL이앤씨·현대산업개발 등 올해 1~8월 달성률이 50%를 넘지 못한 곳들도 분양 성수기를 맞아 목표치에 근접한 성과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청약 시장이 여전한 호황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에 나선 점도 건설사의 분양 물량 공급 확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을 앞두고 건설사들이 계획된 물량의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며 “상반기에 지연된 물량이 하반기와 4분기에 본격적으로 공급되면서 목표치 달성은 무난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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