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판매부터 서비스까지.. 완성차 업체, 소비자와 직접 만난다
코로나 확산에 이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까지 겹치면서 자동차 산업의 이례적인 위기가 닥쳤지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수익성은 오히려 개선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빠르게 회복된 데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감산(減産) 과정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고수익 제품에 집중한 것이 그 배경이지만, 완성차 업체들이 소비자와 접점을 강화한 것 역시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딜러망을 효율화하는 대신 온라인 등 직접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자동차 전자제어장치 소프트웨어를 무선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OTA(Over-The-Air)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판매와 서비스 분야에서 완성차 업체가 직접 소비자와 대면하는 채널이 확대되는 셈이다. 이는 수익성 개선으로도 연결된다.
포드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 영업이익 전망(35억달러)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극심한 반도체 수급난을 겪고 있는 포드는 마진이 높은 제품을 집중적으로 생산하면서 차 한대당 평균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상반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폭스바겐 역시 올해 실적 전망을 두 번이나 상향 조정했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모델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포드와 폭스바겐이 이례적인 실적 호조를 보이는 상황과 관련해 “반도체 수급난으로 자동차 판매에 따른 수익성이 이례적으로 높았지만, 이들 업체가 높은 마진을 유지하는 핵심은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WSJ은 포드가 전통적인 딜러 판매망 대신 고객의 직접 주문에 따라 제품을 생산하는 것과 포드, 폭스바겐 등 글로벌 차 업체들이 OTA를 통해 소비자와 더 긴밀한 유대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했다.
앞서 포드의 짐 팔리 CEO는 “딜러사에 상당한 물량을 위탁하는 대신 고객이 직접 주문하면 이에 맞게 제작해 인도함으로써 지나친 할인 판매가를 제공하던 관행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드뿐 아니라 BMW,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사태 이후 ‘비대면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테슬라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 온라인으로만 5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면서 완성차 업체의 온라인 판매 전략은 더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온라인 판매 비중은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수입차 업체들이 일부 한정판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나섰고, 한국GM이 신형 전기 SUV 모델 ‘볼트EUV’를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기로 했다. 르노삼성은 일부 모델을 홈쇼핑 채널에서 판매하기도 했다.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비대면 판매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현대차(005380)그룹은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생산하는 경형 SUV ‘캐스퍼’를 온라인으로 판매할 방침이다.
삼일PwC는 “국내에는 아직 수입차를 제외하고는 온라인 채널로의 이동이 본격화되고 있지 않지만, 자동차 유통이 디지털 채널로 이동하게 되면 많은 딜러망을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에 부동산 등에 묶여 있는 현금을 수익률(ROE)이 높은 분야에 투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정비나 차내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기 위해 서비스센터를 찾아야 했던 소비자가 OTA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고, 원격으로 차 내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할 수 있게 된 것 역시 새로운 변화다. 해외 업체들이 OTA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우리 정부도 관련 법령을 정비 중이다. 지금은 규제특례위원회를 통해 일시적으로 완성차 업체의 OTA 서비스가 허용돼 있다.
WSJ은 또 최근 폭스바겐이 유럽 1위 렌터카 업체 ‘유럽카모빌리티그룹’을 인수하려는 시도 역시 차 회사가 소비자와 직접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단계로 봤다. 폭스바겐은 코로나 사태 이후 다시 차량 공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모빌리티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25억유로(약 3조4000억원)를 투자해 유럽카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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