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95] 배구에서 왜 영어 '히트(Hit)'를 '연타(軟打)'라고 말할까
예전에는 이 말을 한자로 표기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1964년 7월15일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일본 올림픽팀이 변화(變化)있는 강연타(强軟打) 성공으로 충주비료팀에 2대1로 역전승했다’고 보도했다. 강연타의 의미를 한자로 써서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배구 기사는 ‘요스바니와 조재성이 이끄는 OK저축은행이 적절한 강연타로 승리했다’는 식으로 강연타를 한문을 섞지 않고 순 한글로만 표기해 뜻을 명확하게 알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원래 연타는 영어 ‘Hit’를 한자어로 번역한 말이다. 일본에서 쓰던 한자어를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차용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 등에 따르면 ‘Hit’의 어원은 친다는 의미의 고대 노르만어 ‘Hitta’를 거쳐 고대 영어 ‘Hittan’으로 변형됐으며 중세 영어 ‘Hitten’에서 현대 영어로 자리잡았다.
스포츠에서 히트라는 말을 많이 쓰는 종목은 야구다. 딕슨 야구사전에 의하면 히트는 안전하게 때린 타구라는 의미로 미국야구 초창기인 1860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야구에서 영어 히트에 해당하는 우리 말은 안타(安打)이다. 안전타격(安全打擊)의 줄인 말이다. 안타라는 말은 일본어에서 가져왔다. (본 코너 203회 ‘왜 히트(Hit)를 ‘안타(安打)’라고 말할까‘ 참조)
배구에서 히트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이다. 볼을 받고 처리하는 것을 모두 히트라고 말 할 수 있다. 국제배구연맹(FIVB) 규칙에서 ‘히트는 경기중 선수가 볼을 접촉한 것을 뜻한다’고 정의한다. 히트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팀은 블로킹을 빼고 최대 3번의 히트를 통해 상대에게 볼을 넘겨줘야하며 그 이상 볼을 접촉하면 ‘Four Fault’로 처리해 상대에게 점수를 허용하고 서브권도 넘겨준다. 또 한 선수가 연속해서 두 번 볼을 히트할 수 없지만, 2명이나 3명이 동시에 볼을 터치할 수 있다. 이때 각각 선수들에게 1번씩의 히트가 적용된다. 선수가 히트를 할 때 동료 선수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며 어떤 구조물이나 대상물에 의한 도움이 있어도 안된다.
볼은 몸의 일부에 접촉할 때 히트로 처리할 수 있다. 볼은 어떤 방향으로 리바운드 될 수 있지만 볼을 손으로 잡거나 던져서는 안된다. 이럴 경우엔 홀딩 반칙이 선언된다. 또 볼은 동시에 접촉되는 것을 조건으로 손, 발 등 신체 어떤 부위에 맞아도 상관이 없다. 상대의 공격을 받을 때 첫 번째 리시브를 하면서 동시에 여러 몸 부위에 볼이 맞을 수 있다. 이 때는 한 번의 히트로 처리를 한다. 하지만 한 선수가 볼이 동시에 맞지 않고 연속해서 두 번의 히트를 할 경우는 ‘Double Contact’ 반칙으로 선언된다.
히트를 연타라는 말로 번역한 것은 패스, 리시브 등과 구별해 공격행위라는 의미를 부각시키려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공격행위 가운데 강타는 강하게 때리는 공격이며, 연타는 부드러운 공격으로 나눠 분류했던 것이다. 상대 블로킹과 수비를 따돌리기 위한 페인트(Feint) 공격도 어떻게 보면 연타의 범주로 포함시킬 수 있다.
뛰어난 공격능력을 갖춘 배구선수들은 강연타를 적절히 배합해 상대 수비를 무력화시킨다. 2020도쿄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엮어낸 여자배구 에이스 김연경은 192cm의 큰 키와 힘을 앞세워 결정률 높은 공격으로 대표팀 주공격수로 활약했다. 김연경은 파괴력 높은 강타를 날려 득점을 주도했지만 강한 공격을 하는 척하다가 부드러운 공격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기도 했다. 체력을 조절하며 강공과 약공을 섞어서 활용한 그의 공격력은 세계적인 공격수로 결코 손색이 없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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