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 美 투자' 이재용의 고민 둘.."타이밍이냐 수익성이냐"

심재현 기자 2021. 9. 14.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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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을 생각하면 테일러시(市)가 나아보이지만 문제는 타이밍이다."

삼성전자가 이르면 이달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신규투자 후보지를 두고 반도체업계 한 인사는 13일 이렇게 분석했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 현지 투자를 공식화한 뒤 4개월 가까이 후보지를 발표하지 못하는 이면에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이 품고 있는 수익성과 타이밍에 대한 고민이 있다는 얘기다.

'파격 혜택' 유리해진 테일러
삼성전자가 현재 검토하는 후보지는 미국 텍사스주 윌리엄카운티 테일러와 오스틴, 애리조나주 굿이어와 퀸크리크, 뉴욕 제네시카운티 등 총 5곳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오스틴 파운드리 생산라인 인근의 부지를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존 공장과 연계된 증설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올초 오스틴 공장이 유례없는 한파와 전력 차단으로 한달 이상 가동 중단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한달이 넘는 가동 중단으로 3000억~4000억원의 매출 손실을 두고 오스틴시정부가 재발 방지 대책과 보상 방안에 미온적인 틈새를 노리고 테일러시가 파격 지원을 결의했다. 월리엄슨카운티와 테일러시는 지난 8일(현지시간) 합동회의를 열고 삼성전자에 10년 동안 3억1400만달러(약 3674억원)의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삼성전자가 오스틴시에서 지난 20년 동안 받은 것으로 알려진 세제 혜택(43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현지에서는 삼성전자가 테일러시로부터 10억달러(약 1조1665억원) 규모의 세제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오스틴시의 대응을 포함해 나머지 후보지의 조건을 모두 검토해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까지 삼성전자는 오스틴시에 앞으로 20년 동안 8억550만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세제 혜택을 요청했지만 오스틴시의 입장은 삼성전자 요구안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세제 혜택에 집중하는 배경으로는 파운드리 사업의 수익성 확보가 꼽힌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기술력과 시장 영향력 등을 종합 고려할 때 수익성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세제 혜택과 직결된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적어도 20%, 많게는 50%까지 나오는 반면 파운드리 부문 이익률은 한자릿수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오스틴 생산라인도 20년 동안 운영해 번 돈이 흑자를 유지하는 수준"이라며 "국내보다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이 큰 미국 현지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세제 혜택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도체는 타이밍 싸움…삼성의 또다른 고민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테일러시로 결정할 경우 부지 매입과 개발 허가 등의 절차를 감안해 공장 완공 시점이 최대 1년가량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두고 우려가 적잖은 것으로 알려진다. 오스틴의 경우 기존 공장 인근 부지를 매입해 지난해 용도 변경까지 마친 상태다.

특히 올 들어 미국·중국·유럽·일본 등 세계 각국의 반도체 패권경쟁이 심화하면서 자칫 투자 타이밍을 놓치면 파운드리 업계 1위 대만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TSMC는 미국과 일본, 유럽 등으로 대규모 신규 투자에 속도를 내면서 2위 삼성전자와의 격차 확대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황제' 인텔도 최근 미국 애리조나에 이어 유럽 2개 지역에 최대 800억 유로(약 110조3000억원)를 투자해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공장 건설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의 조급증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미국 신규투자로 3나노미터(㎚,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급 차세대 초미세공정을 도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오스틴 생산라인은 14나노와 28나노 공정을 주력으로 자동차용 반도체·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을 만들고 있다.

재계 한 인사는 "이번 선택은 수익성과 타이밍 사이에서 향후 삼성전자의 글로벌 반도체 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나침반이 될 것"이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이런 점 때문에 숙의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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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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