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공룡 가니 노란 공룡 온다..'공동체'는 어쩌다 '제국'이 됐나
시총 55조로 국내 기업 시총 6위…자금력으로 플랫폼 기업 인수하며 영향력 키워
과도한 요금제·수수료·골목시장 침해 비판 직면…정치권도 플랫폼 규제 박차
김범수 의장 이번주 내 상생방안 발표할 듯…상생 방안 내부 논의중
▶ 글 싣는 순서 |
①'혁신'인가 '탐욕'인가…플랫폼, 기로에 서다 ②녹색 공룡 가니 노란 공룡 온다…'공동체'는 어쩌다 '제국'이 됐나 (계속) |
"플랫폼 갑질과 상생 방안 관련해서는 저희 공동체가 함께 고민중입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어떤 해결책을 고민중이냐는 질문에 카카오 관계자가 내놓은 답변이다.
카카오는 계열사를 계열사라고 부르지 않는다. 대신 '공동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공동체 속에서 직원들은 카카오의 K자를 딴 'krew'로 불린다.
'공동체'는 카카오가 표방하는 대표적 기업 이념이다.
"일상을 새롭게 만드는 모바일 라이프 플랫폼 기업으로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기술을 연결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도전한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자 카카오의 공동체는 더욱 커졌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카오는 올해 6월 기준 국내 계열사 117개를 두고 있다. 해외 계열사 41곳까지 합치면 계열사 수만 모두 158개에 달한다. 지난 2016년 상반기 기준 78개 계열사에 비해 5년만에 두 배 가까이 계열사가 늘었다.
카카오 시총도 전날 기준 55조 4015억원으로 6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9년 13조 2388억원으로 10위권 밖에 머물러 있을 때와 비교하면 2년만에 4배 넘게 증가했다.
풍부한 자금력은 카카오가 '공룡'으로 성장하는 밑바탕이 됐다.
지난 2018년 252억을 들여 럭시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택시회사 9곳을 인수하며 택시면허 800개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설립한 카카오모빌리티는 공짜 호출 서비스를 내세우며 택시 운전기사 회원 23만명을 끌어모았다. 시장의 89.4%를 장악하면서 압도적인 업계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슬그머니 바꾼 유료화 정책이 문제가 됐다. 지난달 초 카카오T는 추가 비용을 내면 택시 배차 성공률을 높여주는 '스마트 호출'로 요금체계를 변경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고 개편안을 철회했다.
택시기사들 사이에서 가맹택시인 카카오T 블루에 콜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최근엔 카카오모빌리티가 대리운전 업계 1위인 1577 대리운전과 손을 잡으면서 업계의 반발을 샀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자회사 CMNP는 1577대리운전을 운영하는 코리아드라이브와 케이드라이브를 설립하고 대리운전 서비스를 이관받았다.
이에 대해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대리운전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동반성장위원회에 요청한 상태다.
카카오의 '공룡' 성장은 무료 서비스로 시장 지배력을 높인 뒤 수익화를 노리는 플랫폼 기업의 전형적인 전략이다.
대리운전, 미용실, 꽃집, 골프연습장 등 카카오는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때문에 매출의 대부분은 국내 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카카오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조 2176억원으로 금융과 커머스, 카카오톡 광고 등 국내 사업이 대부분이다. 카카오에 '내수기업' 꼬리표가 붙는 이유다.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은 한때 '녹색 공룡'으로 불렸던 네이버의 행보와는 사뭇 다르다.
네이버는 2017년 71개 계열사를 지난해 47개로 줄였다. 대신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를 비롯해 메신저 '라인' 등이 해외에서 성공을 거두며 글로벌 경쟁력을 꾸준히 키우고 있다.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김광석 실장은 "대기업에게 규제가 있듯이 플랫폼 기업도 어느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며 "혁신 성장을 침해하지 않은 수준에서 적정한 수수료를 정하는 등 시장 교란을 막을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본격 나서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을지로위원회에서 플랫폼 갑질 피해 사례를 모으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플랫폼 기업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올해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카카오와 네이버 등 플랫폼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7일 을지로위원회 소속 송갑성, 이동주 의원이 개최한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 토론회'에서 송영길 대표는 "카카오가 공정과 상생을 무시하고 이윤만 추구했던 과거 대기업의 모습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카카오가 골목상권까지 진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는 무소속 이용호 의원의 지적에 "공정거래위원회 판단만으로 규제조치에 들어갈 수 있는지 명확히 보도록 하겠다"며 "필요하면 강제적 조치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수수료, 광고료 등을 강요하는 플랫폼 횡포에 소상공인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며 "플랫폼 기업 독과점을 해소하기 위한 소상공인의 단체결성권과 협상권을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여기에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도 본격 조사에 돌입하며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카카오의 지주회사격인 케이큐브 홀딩스 관련 자료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카카오 김범수 의장에 대해 제재 절차를 진행중이다. 공정위는 지난주 카카오와 케이큐브홀딩스 본사를 찾아 현장 조사를 벌였다. 조사를 마무리한 뒤 3명의 위원이 참여하는 소회의에 안건을 상정해 카카오와 김 의장에 대한 제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방위 압박이 이어지면서 카카오는 상생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이번 주 내 직접 상생안을 발표할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 상생 방안 발표와 관련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CBS노컷뉴스 조혜령 기자 tooderigir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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