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e기업]리파인 "누구나 전세금 보호받는 서비스로 승부"

김겨레 2021. 9. 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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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전세대출 권리조사 시작
다음달 코스닥 상장..예상 시총 4000억
"B2C 진출해 개인에도 권리정보 제공"
희망밴드 2만1000원~2만4000원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전세살이를 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2년 뒤에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감을 느껴봤을 것이다. 전셋집 가격이 하락하거나 전셋집에 다른 근저당이 잡혀 있는 경우,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 세입자는 전세금을 날릴 수도 있다. 이 같은 세입자의 걱정을 덜어주는 곳이 다음 달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리파인이다.

전세대출 권리조사 국내 처음으로 시작…사실상 독점 회사

이창섭 리파인 각자대표. (사진=리파인)
부동산 권리조사업체 리파인은 2000년대 초 전세자금대출 권리조사 사업을 국내 최초로 고안해 시장을 개척한 업체다. 리파인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동으로 권리관계를 조회하는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B2C(소비자거래)로 영역을 넓혀 세입자 누구나 전세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다.

이창섭 리파인 각자대표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원래 돈을 빌리려면 담보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선 등기가 있어야 하는데 주택 관련 대출은 대출을 받아서 등기를 한다는 특성이 있다”며 “먼저 돈을 내어 주고 등기를 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많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권리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리파인이 2007년 전세대출 권리조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시중은행이 전세대출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상품 구조와 권리 관계가 복잡했기 때문이다. 이창섭·이길재 각자대표는 2000년 초 한국감정원 직원 시절부터 전세보증보험과 이를 위한 권리조사 사업을 구상, 이후 독립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업무 역시 리파인이 담당한다. 권리조사 시장 자체를 개척한 셈이다.

이후 리파인은 전세대출 권리조사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해왔다. 2위 업체와 매출 규모 차이가 10배 이상이다. 올 상반기 리파인은 매출액 294억원·영업이익 12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40%를 넘어선다. 매출의 90%를 전세대출금·전세보증금반환보험료 일부를 금융기관과 보증회사 등에서 권리조사료를 받아 창출한다.

다만 최근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를 위해 일부 은행이 전세대출을 중단한 점은 우려 요인이다. 이 대표는 “전세 자체가 없어지고 반전세로 바뀐다고 하더라도 주택 보증금이 있는 한 권리조사는 계속 필요하다”며 “전세보증금반환 보험 가입자 역시 13%로 낮은데다 가입자가 증가하는 추세여서 향후 수익 창출 잠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주택 시장 침체될 경우 리스크에 대해선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는 집값이 떨어질 때 다수 발생한다”며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권리조사는 필수”라고 밝혔다.

리파인은 한국감정원에서 독립한 이후 한 차례도 FI(재무적투자자)의 투자를 받지 않았다. 이창섭·이길재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40%에 달하고, 나머지는 개인주주들로 구성됐다. 공모 후 최대주주 등의 지분은 29.9%가 될 전망이다.

상장 후 B2C 진출…무료로 전세집 권리관계 변동 알림 서비스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리파인 본사. (사진=리파인)
리파인의 경쟁력은 연 60만건 이상의 등기부등본을 내려받아 필요한 정보를 추출해 분석한 뒤 금융기관에 보내는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프로그램이다. 등기부 1건 당 1분 안팎 소요된다. 20년간 이를 반복하면서 쌓은 데이터를 활용해 사기 패턴을 감지하는 시스템도 만들었다. 공모자금 1000억원 가운데 RPA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하는 등 IT 고도화에 435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리파인은 상장 후 B2C 사업도 진출한다. 최근 출시한 ‘집파인’은 주소를 입력하면 등기가 변동되거나 경매가 발생하는 경우, 사기 유형에 해당할 경우 자동으로 이를 업데이트해 알려준다. 집파인을 통해 전세보증금반환보험 가입 사각지대에 놓인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지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SGI서울보증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약 만료 후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발생한 미반환 피해금액은 최근 5년간 2조원에 육박한다.

이창섭 대표는 “20년 전 사업 모델을 구상할 때부터 하고 싶었던 것이 일반 세입자를 대상으로 권리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였다”며 “당시 IT(정보기술)로는 불가능했지만 상장 후 370억원을 투입해 B2C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의 한계점은 매매값이 전세값보다 낮은 ‘깡통전세’는 가입할 수 없다”며 “빌라 분양가를 속여 자신의 집이 깡통전세인지도 모른 채 살거나, 전세살이 도중 집주인이 바뀌어도 이를 모르는 세입자가 아직도 많다”고 했다.

이길재 각자대표도 “집파인이 아직 수익을 내는 구조는 아니지만 조사 건수가 쌓일수록 사기를 막을 확률도 높아진다”며 “단기적으로는 서민 주거 안정에 기여하고,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종합 정보 제공 업체가 목표”라고 밝혔다.

리파인의 희망공모가 밴드는 2만1000원~2만4000원이며 이에 따라 909억~1039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달 16~17일 수요예측을 거쳐 28~29일 공모 청약을 받는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3649억원~4169억원이 될 전망이다.

김겨레 (re970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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