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실손보험, 모두가 패자

강기택 금융부장 2021. 9. 14.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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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지는 게임을 한다.

2018년 기준 실손보험금을 청구한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타 갔다.

건강보험 보장율이 64% 밖에 안 되는 실정에서 이를 보완해 온 실손보험을 망가뜨리는 한국사회도 패자다.

실손보험에 관한 한 모두가 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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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지는 게임을 한다. 그런데도 사회적으로 아무런 위기감도 없다. 사라질 즈음에나 그 소중함을 인지할 것이다. 3900만명이 들어 놓은 실손보험 스토리다.

'제2의 건강보험'이라며 의미를 부여하지만 실손보험은 이대로 두면 소멸할 운명이다. '건강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비급여를 보장한다'는 상품설계의 허점을 파고 든 일부 가입자와 일부 의료기관 때문이다. 과다 이용과 과잉진료는 도덕적 해이 수준을 넘어섰다.

일차적인 패자는 선량한 가입자다. 2018년 기준 실손보험금을 청구한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타 갔다. 1인당 평균 354만원이다. 반면 하위 10%의 평균 보험금은 1만7000원이다. 실손보험 가입자의 65%는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다. 보험금은 공짜가 아니고 누군가가 낸 보험료로 지급한다. 손해율이 높아져 보험료가 오르면 모든 가입자가 십시일반 부담해야 한다. 소수의 '헤비유저'로 인해 다수가 피해를 입는다. 소득이 적거나 없는 가입자부터 계약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것이다.

보험사도 패자다. 실손보험에서 5년째 적자를 냈다. 적자규모는 2016년 1조5600억원에서 지난해 2조3600억원으로 커졌다. 올 상반기 기준 손해율은 132.4%다. 100을 팔면 32.4의 손해를 본다. 손해가 난 만큼 보험료를 올리지 못한다. 정부가 억눌러서다. 누적손실은 쌓여간다. '가지고 있으면 돈이 될 채권'을 팔아 이익을 억지로 만들면서 버틴다. 사정을 모르는 가입자들은 보험사가 폭리를 취하는 줄 안다. 억울함이 배가된다. 팔면 팔수록 손실이 나니 견디다 못해 판매를 접은 곳도 있다. 손해보험사 3곳, 생명보험사 12곳이 실손보험 판매를 멈췄다. 나머지도 금융당국의 눈치와 사회적 평판 때문에 마지 못해 팔고 있다. 이들 보험사로 쏠림현상이 생기면서 손해율이 더 높아졌다. 임계치를 넘어서면 하나둘씩 손을 들 것이다.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와 국회도 패자다. 금융위원회는 청와대에 등 떠밀리다시피 가격 개입을 반복한다. 손해율을 그대로 반영하면 보험료가 급등한다. 보험료 인상을 억제하는 게 해결책이 아닌 줄 안다. 보험산업의 건전성이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장 사고가 터지지만 않는 수준으로 땜질만 한다. 임시방편으로 가격할인을 하게 하고선 되돌리지 않고 보험사 손목만 비튼다. 나중에 가입자들이 그 비용을 치러야 하므로 '조삼모사'다. 하지만 언젠가 책임질 날이 올 것이다. 보건복지부도 패자이긴 마찬가지다.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이 위태로울수록 복지부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두드러질 것이다. 근본 원인인 비급여 관리에 대한 직무유기 혐의를 피할 수 없다. 금융위가 보험료를 붙잡아둔들 복지부가 비급여 관리를 손 놓고 있으면 '수술해야 하는 환자에 밴드만 붙여 놓은 것' 밖에 안 된다. 진료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은 늘 국회에서 막힌다.

과잉진료를 남발한 의료기관과 과다이용자 역시 패자일 수 밖에 없다. 가입자들의 고령화로 실손보험 청구가 빈번해지는 경향이 있고 적자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가입자들은 보험료를 더 내야 하고 지급심사는 더 깐깐해질 것이다. 과잉진료나 과다청구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조치도 나올 것이다. 무엇보다도 실손보험이 지속 불가능하게 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건강보험 보장율이 64% 밖에 안 되는 실정에서 이를 보완해 온 실손보험을 망가뜨리는 한국사회도 패자다. 문제는 이게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점이다. 실손보험에 관한 한 모두가 패자다. 그래서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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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 금융부장 acek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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