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은행은 왜 가계대출을 선호할까?

이진석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2021. 9. 14.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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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을 선호하는 이유는 가계대출의 수익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은행의 경우 기업대출이 가계대출보다 많은 것이 일반적이다.

은행은 왜 가계대출을 선호할까? 이유는 가계대출의 위험조정수익률이 기업대출보다 높기 때문이다.

2017년까지 기업구조조정이 일단락되면서 은행의 경영상태가 호전되었으며 기업대출 위험조정수익률도 개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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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을 선호하는 이유는 가계대출의 수익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국내은행은 여러 차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위험회피 성향이 강화됐다. 그 결과 영업모델이 저위험·저수익형으로 바뀐 것이다.

은행의 경우 기업대출이 가계대출보다 많은 것이 일반적이다. 2008년 기업대출 증가율은 20.3%, 가계대출은 6.9%였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은 기업대출보다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늘렸다.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2017년부터는 신용대출을 확대했다. 2020년 중 주택담보대출은 9.4%, 신용대출은 20.9% 증가했다. 주력 대출이 기업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로 다시 신용대출로 옮겨간 것이다. 은행은 왜 가계대출을 선호할까? 이유는 가계대출의 위험조정수익률이 기업대출보다 높기 때문이다. 위험조정수익률이란 이자 이외에 대출 부실까지 반영한 수익률이다. 2009년 기준으로 가계대출 위험조정수익률은 5.1%, 기업대출 위험조정수익률은 4.4%이다. 이와 같은 추세는 이후로도 계속된다. 은행은 대출 부실까지 고려해서 경제적으로 합리적 선택을 한 것이다.

2017년까지 기업구조조정이 일단락되면서 은행의 경영상태가 호전되었으며 기업대출 위험조정수익률도 개선되었다. 그러나 대출관행은 변하지 않았다. 위축된 기업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 LTV 60%를 초과하는 고위험 대출의 위험가중치를 높였고, 예대율 산정시 가계대출의 가중치를 상향조정 했다. 가계대출의 규제비용을 높임으로써 경제적 매력도를 떨어뜨리고자 한 것이다. 그럼에도 가계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2019년 12월부터는 차주단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도입해 확대해 나가고 있다.

가상의 가계대출 사례를 들어보자. 얼마 전까지 일부 은행은 연봉이 3000만원인 직장인에게 9000만원까지 신용대출을 해줬다. 저축은행에서 추가 대출을 받으면 1억 원 정도의 신용대출이 가능하다. 이 돈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경우 증권회사에서 자기자금의 100%(1억 원) 이상 신용거래융자를 받을 수 있다. 연봉 3000만원 직장인이 은행과 증권사에서 2억 원이 넘는 돈을 빌려서 주식에 투자 가능한 것이다. 15% 손실이 발생할 경우 1년 연봉을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 과잉대출은 재앙이 될 수 있다.

미국 상업은행 현황을 보자.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기준으로 미국 상업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1.1%이다. 국내은행(0.3%)의 세 배를 넘는다. 순이자마진 또한 미국이 3.36%로 한국(1.66%)보다 높다. 미국 상업은행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 대출함으로써 연체도 많이 발생하지만 리스크에 상응하는 대출금리를 부과함으로써 높은 수익을 올린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ROA가 1.3%로 한국(0.6%)보다 높다. 국내은행이 저위험·저수익 모델이라면, 미국 상업은행은 중위험·중수익 모델이다. 이제 국내은행은 가계대출 중심의 영업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관성을 깨는 것은 어렵다.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약을 위해서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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