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화재, 태풍까지.."재난지원금도 소용없다" 전통시장 '한숨'

박은경 2021. 9. 1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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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추석이 오긴 오는 겁니까?" 추석 대목을 앞두고 역대급 규모의 재난지원금이 시중에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각지의 전통시장에선 추석 분위기를 찾을 수 없다.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그 와중에 발생한 집단감염으로 시장이 폐쇄되는가 하면, 화재로 시장이 통째로 사라지기도 한 곳들이다.

막대한 자금이 시중에 풀렸음에도 시장에 활기가 돌지 않는 데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귀성객이 줄고 명절음식과 제사상을 간소화한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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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락시장, 최소 126명 집단 감염
울산 태화시장, 복구 할만하니 또 태풍 
경북 영덕시장, 화재로 70여 개 점포 잿더미
전통시장 상인, "재난지원금 효과 체감 못 해"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청과물코너가 폐쇄돼 있다. 뉴스1

“진짜 추석이 오긴 오는 겁니까?” 추석 대목을 앞두고 역대급 규모의 재난지원금이 시중에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각지의 전통시장에선 추석 분위기를 찾을 수 없다.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그 와중에 발생한 집단감염으로 시장이 폐쇄되는가 하면, 화재로 시장이 통째로 사라지기도 한 곳들이다. 제주와 남부지역에선 연휴 직전 태풍까지 예고되면서 상인들은 울상이다.

추석 연휴를 1주일가량 앞두고 ‘시장 폐쇄’라는 날벼락을 맞은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엔 13일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시장엔 손님보다 선별진료소를 찾은 사람이 더 많았다. 가락시장은 2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열흘 만에 종사자 111명, 가족 및 지인 12명 등 120여 명이 확진됐다. 이날 다소 진정세를 보이긴 했지만, 검사결과 대기자가 1,300명이 넘는다. 안심하기엔 이르다. 한 과일가게 상인은 "추석 앞두고 무슨 난린지 모르겠다. 손님도 없지만 온다 해도 문제다. 경매가 안 열려서 물건 공급도 제대로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13일 오후, 추석을 앞두고 한 시민이 뒷짐을 진 채 썰렁한 울산 태화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박은경 기자

같은 날 오후 울산 태화시장도 한산했다. ‘쉬는 날인가’ 싶을 정도였다. 시장 인근 목욕탕과 유흥주점 등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라 각 가구에 선제검사 명령까지 내려진 상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최수준(52)씨는 “제수용품 중에도 생선은 추석이 가까워질수록 비싸져서 보통 일주일 전에 많이들 사러 오는데 올해는 손님이 없다. 창고 가득 물건을 갖다 놨는데 팔리질 않으니 밤엔 잠도 못 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정육점 주인 이경수(57)씨도 “명절엔 보통 선물세트 200~300개를 주문받았는데 이번에는 3개가 전부”라며 “재난지원금이 풀리고 주문이 좀 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아직은 별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주일 동안 2,950만 명에게 재난지원금이 지급됐다. 전체 지급 대상자의 70% 수준에 이르는 규모로, 시중에 풀린 돈은 7조3,700억 원이다.

막대한 자금이 시중에 풀렸음에도 시장에 활기가 돌지 않는 데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귀성객이 줄고 명절음식과 제사상을 간소화한 것도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명절음식이나 제수용품을 농식품으로 구매할 때 지출되는 올해 예상비용은 34만3,200원이다. 2019년 대비 5%가량 감소했다.

여기에 제14호 태풍 ‘찬투’까지 예고된 제주와 남부지역 시장 상황은 더 나쁘다. 제주지역 최대 오일장인 제주민속오일시장 상인들도 걱정이 태산이긴 마찬가지. 한 상인은 “보통 명절 앞에 서는 장날 네 번까지를 대목으로 보는데 지난 12일에도 영 재미를 못 봤다”고 했다. 추석 전 마지막 장날인 오는 17일 찬투의 제주 근접이 예보돼 있다. 마선심 제주민속오일시장 상인회 사무국장은 “한마디로 죽을 맛”이라고 했다.

화재 피해를 입은 경북 영덕군 영덕읍 영덕시장 상인들을 위해 영덕군이 마련한 임시 컨테이너 가게가 13일 영덕시장 인근 옛 야성초등학교에 설치돼 있다. 영덕군 제공

예년 같았으면 명절 보름 전부터 북적거렸던 영덕시장은 유례없는 대목을 겪는 중이다. 4일 새벽 냉각기 과열로 추정되는 불이 나 시장 상점 절반이 전소했기 때문이다. 한 상인은 "재난지원금이 풀리면 설 명절보다 낫겠거니 했는데, 갑작스런 화재로 대목을 앞두고 사둔 걸 모두 잃었다"며 "뒤늦게 다시 채우느라 물건을 비싸게 주고 사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고 말했다. 류학래(67) 영덕시장 상인회장은 "얼마나 올지 모르지만, 시장이 다시 문을 열게 됐다"며 "재난지원금도 지원된 만큼 남은 며칠이라도 손님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덕시장은 14일 인근에 임시 컨테이너 시장을 연다.

울산=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영덕=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제주=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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