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 反유대주의 경고장

파리/손진석 특파원 2021. 9. 14.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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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반 총리에 포용 강조 메시지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12일(현지 시각) 부다페스트 시내에서 만났다./EPA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헝가리를 방문해 극우 지도자인 빅토르 오르반 총리를 만났다. 오르반은 교황과 대척점에 있는 리더라는 점에서 이번 만남이 주목받고 있다. 오르반은 이민자 배척과 반유대주의를 내세우며 포용을 강조하는 가톨릭 교리와는 어긋난 행보를 하고 있다.

12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부다페스트 시내 한 미술관에서 오르반 총리를 40분간 면담했다. 교황 옆에는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폴 리처드 갤러거 대주교가 배석했으며, 헝가리 측에서는 대통령과 부총리가 오르반의 옆에 앉았다.

이날 교황과 오르반의 만남은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유럽 언론들은 오르반의 반유대주의에 대해 교황이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오르반은 약 10만명에 이르는 헝가리의 유대인 사회를 탄압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헝가리 출신 유대인으로서 미국 투자금융업계의 거물인 조지 소로스를 공격해 물의를 빚었다. 오르반은 2019년 소로스가 헝가리에 세운 중앙유럽대학(CEU)을 퇴출시켰다.

교황청은 이날 면담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성명을 내고 “헝가리 가톨릭 교회의 역할을 비롯해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했다. 교황은 오르반과의 면담을 마친 후 부다페스트 영웅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그는 수만명의 가톨릭 신자들 앞에서 “우리 시대의 목마른 자에게 문을 열자”고 했다. 헝가리에서 핍박받는 이민자·난민과 유대인을 포용하자는 의미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왔다.

교황은 껄끄러운 만남을 피하지 않는다. 그는 지난 3월 역대 교황 중 처음으로 이라크를 방문했다. 코로나 사태가 한창인 데다, 테러를 비롯해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주변의 우려가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교황은 바르함 살리흐 이라크 대통령과 만나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차별과 위협에서 보호해달라고 요청했다.

교황이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황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에 갈 용의가 있다며 여러 차례 방북 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아직 북한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성사될지 미지수다. 유럽에 근무하는 한국 정부의 고위 인사는 “북한이 정식으로 초청해야 교황이 평양에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초청받더라도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실현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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