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실패한 文정부 대북 정책 계승한다는 與 대선 후보들

최진욱 전략문화연구센터 원장·전통일연구원장 입력 2021. 9. 1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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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대북 정책 관련 각종 공약이 발표되고 있다. 대북 정책은 진영 논리가 유난히 강하게 드러나는 분야이다. 대북 정책이 실제로 성공했는지 여부 못지않게 정권에 대한 지지 여부가 정책의 계승·차별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사실 역대 모든 대북 정책은 거의 예외 없이 ‘실패’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역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정부 출범 당시 대북 정책에 대한 지지가 53%였으나 4년 만에 24%까지 떨어졌다(한국갤럽 여론조사). 2018년 한때 83%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역대급 추락이다. 북핵 문제 해결, 남북한 화해 협력 등 대북 정책 관련 공약 중 특별히 성과라고 기억될 만한 것이 없다. 대북 제재 해제와 남북 관계 발전을 둘러싼 한미 공조의 이상(異常)도 잘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잿더미가 된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의 현주소이다.

요컨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은 여론의 지지도 얻지 못하고, 한미 공조를 약화시켰으며, 북한의 호응마저 얻지 못하였다. 가장 큰 문제는 목표의 모호성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의 부재이다. 문재인 정부가 북핵 해결을 위해 채택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김대중 정부의 분단 관리 방안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천문학적 통일 비용에 대한 걱정과 남북 관계 긴장 등을 감안할 때 북한의 붕괴로 인한 조기 통일은 바람직하지 않으니 당분간 남북이 평화 공존을 거쳐 점진적으로 통일을 이루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핵 무력의 완성을 선언한 지금은 전략 환경이 전혀 다르다. 우선 한국에 안보 위협을 가하는 북한을 대상으로 경제 협력의 확대와 한미 합동 군사훈련의 중단을 논하는 것은 ‘비핵화’와 ‘변화’에 대한 북한의 적극적 호응 없이 어려운 일이다. 김정은의 핵 포기 의사는 확실하다는 문재인 정부와 달리, 통일연구원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90.7%가 북한의 비핵화에 회의적이다. 또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변질되어 ‘통일’이 실종되고 정체불명의 ‘평화 공존’은 국민들의 안보 불안을 가중시킨다. 이미 통일백서에서 통일 정책은 생소한 ‘한반도 정책’으로 대체되었다.

둘째, 북한의 핵 포기 의지를 의심하는 미국은 대북 제재 해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주한미군이 남북 관계 발전에 장애라는 일부 시각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을 지지하는 국민이 90%를 넘어섰다. 국민의 70% 이상이 정부의 북핵 저지 능력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과 대비된다.

셋째, 핵 무력을 완성한 북한에 당장 절실한 것은 경제이다. 핵 포기 의사가 없는 북한으로서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 외에 안전 보장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도 없다. 비핵화 논의를 함께 다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잿더미로 만들고 김여정의 독설로도 분이 안 풀렸는지 식당 주방장까지 내세워 문 대통령에게 악담을 퍼부었던 이유는 안보 문제가 아니라 경제 문제 해결 불발에 대한 분풀이였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전략이라기보다는 담론 수준에 머물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희망 사항이다. 희망 사항과 진영 논리를 넘어 실현 가능한 전략이 되기 위해서는 지지 세력을 넘어선 초당적 협력도 확보해야 하고 한미 간 긴밀한 전략 대화도 필요하다.

대선 후보들의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정책 개발은 세력 확장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지만, 정체성이 강한 정책의 계승을 통해서 기존 세력을 흡수하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은 실패했지만, 여권의 유력 후보들이 계승하려는 이유일 것이다. 진정으로 효율적 전략을 원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우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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