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영의 News English] 한국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일본인 형제

윤희영 편집국 에디터 2021. 9. 14. 03: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 의해 수정되어 본문과 댓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서울 망우리공원(옛 망우리 묘지) 묘지번호 203363번은 일본인 무덤(grave)이다. 묻힌 이의 이름은 아사카와 다쿠미(淺川巧). 24세 때인 1914년 조선 땅에 첫발을 디뎠다가 1931년 40세 나이로 뼈를 묻었다. 그는 조선백자(white porcelain)에 매료돼 먼저 와있던 형 노리다카(淺川伯敎·1884~1964)의 권유로 조선총독부 산림과 직원을 자원했다.

조선 도자기에 심취한(be fascinated by Joseon Dynasty ceramics) 형 노리다카는 1913년 경성의 소학교에 미술교사로 부임해 1946년 돌아갈 때까지 33년 동안 전국 700여 가마터를 답사했다(explore more than 700 kiln sites). 처음으로 백자와 분청사기(grayish-blue-powdered celadon) 연대를 분류하고 지역 특성을 정리해 ‘조선도자기의 신(神)’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일본이 어떻게 문화재를 약탈했는지(plunder cultural assets), 부산요에서 만들어진 도자기들이 어떻게 일본을 통해 세계로 수출됐는지도 기록해 놓았다.

일러스트=김도원

동생 다쿠미는 황무지 같았던 한반도의 녹화운동에 헌신했다(devote himself to tree-planting campaigns). 조선의 삼림을 수탈하기 위한 총독부 직원 신분임에도 형을 따라 다니다가 본 민둥산을 울창하게 만들겠노라 마음먹었다. 이후 전국을 다니며 지역별로 맞는 수종을 고르고 식목에 앞장섰다. 현재 한국 인공림(artificial forest)의 약 30%는 그가 공을 들인 결과라는 보고서도 있다.

다쿠미는 청량리 근처 온돌방에 세 들어 살며 한복 바지저고리 차림으로 조선인과 같은 것을 먹고 마시면서 완전히 조선인처럼 살았다. 조선 공예를 좋아해 밥상과 식기 등에 관한 저서를 내기도 했던 그는 식목행사 과로에 따른 급성 폐렴으로 숨지면서(die of acute pneumonia) “조선의 옷을 입혀 조선식으로 장례를 치르고 조선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의 관이 나가는 날엔 다른 일본인들에겐 적개심을 품고 있던(bear enmity) 조선인들이 서로 상여를 메겠다고(shoulder a bier) 줄을 서서 몇 개조로 나눠야 했다고 한다. 그는 이문리 마을 뒷산 공동묘지에 묻혔다가 1942년 망우리로 이장됐다.

재일교포 사업가이자 미술 컬렉터인 하정웅씨가 이 일본인 형제를 기리는 기념비를 그들의 고향 박물관에 기증했다(dedicate a monument to commemorate the brothers).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야마나시현 호쿠토 소재 아사카와 형제 자료관 앞에 세워진 이 기념비는 한·일 양국의 돌로 만들어졌으며, 형제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be engraved).

올해 81세인 하씨는 고등학교 때 식민지배(colonial rule) 당시 아사카와 형제의 한국 사랑에 대한 얘기를 처음 듣고 언젠가 기념비를 세우겠노라 다짐했는데 이제야 오랜 염원을 이뤘다고(realize his long-cherished dream) 밝혔다. 제막식(unveiling ceremony)은 11월에 열릴 예정이며, 호쿠토시(市)는 이에 맞춰 일본 어린이들에게 형제의 삶을 가르치는 만화를 발간할(publish a manga comic) 계획이다.

“조선인 아이들은 특별히 예쁘다. 왠지 모르게 신비스러운 아름다움이 있다. 일본의 행위가 이 아름다운, 천사 같은 사람들의 행복을 어딘가에서 방해하고 있다면, 하나님,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 다쿠미의 1922년 설날 일기.

[영문 참고자료 사이트]

https://www.asahi.com/ajw/articles/14418696

https://en.wikipedia.org/wiki/Asakawa_brothers

https://www.japantimes.co.jp/culture/2011/08/25/arts/japanese-brothers-who-championed-korean-ceramics/#.WUNc8_PTVnG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