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여성후보 동시 출사표, 불붙는 佛대선

파리/손진석 특파원 2021. 9. 1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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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7개월 앞, 마크롱이 초반 1위… 한국과 대선시계 비슷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과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로이터 연합뉴스

2017년 대선의 양강 구도가 또다시 펼쳐질 것인가, 새로운 다크호스가 등장해 선거판을 흔들어 놓을 것인가. 프랑스에서 대선이 7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프랑스는 한국과 대선 시계가 거의 비슷하게 작동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나흘 늦은 2017년 5월 14일 취임했다. 대통령 임기도 5년이다.

현재 판세는 2017년 결선 투표에서 격돌한 마크롱 현 대통령과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가 양강을 이루며 앞서가고 있다. 그러나 내년 4월 대선까지 시간이 남아 있고 나머지 후보들이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어 언제든 판세가 뒤집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12일(현지 시각) 두 여성 후보가 동시에 출사표를 던진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날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이 대선 출마 선언을 했고, 르펜 국민연합 대표가 대선 출정식을 갖고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돌입했다.

중도 좌파인 이달고 시장은 프랑스의 첫 여성 대통령을 노린다. 스페인 출신 이민자인 이달고는 2014년 파리의 첫 여성 시장으로 당선돼 지난해 재선에 성공했다. 이달고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역점을 두겠다”며 친환경을 강조했다. 이달고는 사회당과 좌파 진영을 재건할 주인공으로 지목되고 있다. 전임 대통령인 프랑수아 올랑드가 잇따른 실정(失政)으로 지지율이 추락해 2017년 재선 도전을 포기한 이후 사회당은 외면을 받아왔다.

이달고와 반대 성향인 르펜은 이날 출정식에서 “강력한 법 집행으로 프랑스의 자유를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탈레반화된 지역에서 법에 의한 통치가 이뤄지게 하겠다”고 했다. 르펜은 거친 극우주의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이민자·난민에 거부감을 갖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지가 탄탄하다. 올해 들어서는 자극적인 표현을 자제하며 “품위가 없다”는 지적을 불식시키려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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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우파인 공화당에서 어떤 후보를 내세우느냐도 관심을 끌고 있다. 정통 우파 유권자들은 사회당에서 출발한 중도 우파인 마크롱에 대해 “좌파들 눈치를 살핀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공화당에서는 북부지역 광역 지자체인 오드프랑스의 그자비에 베르트랑 의장, 수도권 일드프랑스의 발레리 페크레스 의장, 미셸 바르니에 브렉시트 협상대표 가운데 한 명이 후보로 선출될 전망이다. 셋 중 누가 나와도 마크롱, 르펜에 이은 지지율 3위가 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달고 외에 좌파 진영에서는 야니크 자도 녹색당 대표와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도 표밭을 다지고 있다. 자도는 유럽의 녹색당 열풍을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다. 멜랑숑은 과격한 좌파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2017년 대선에서 19.6%를 득표해 4위에 올랐을 정도로 저력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2주 후 결선투표를 치른다. 이에 따라 극좌에서 극우까지 거의 모든 진영에서 후보를 내고 각축전을 벌인다.

최근에는 극우 진영에서 일간 르피가로의 논설위원을 지낸 에리크 제무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2014년 출간한 베스트셀러 ‘프랑스의 자살’이라는 책에서 68혁명, 이민자 유입, 페미니즘을 체계적으로 비판해 관심을 모았다. 르펜처럼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품위 있는 극우’라는 점에서 이민자들에게 반감이 큰 이들의 지지를 끌어내고 있다.

지난 3일 발표된 일간 르파리지앵과 공영방송 프랑스앵포의 대선 후보 지지율 공동조사에 따르면, 마크롱 24%, 르펜 19%, 베르트랑 15%(공화당 후보로 확정될 경우), 자도 10%, 이달고 9%, 제무르 8%, 멜랑숑 8%로 나왔다. 이 같은 판세는 언제든 바뀔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우파에 비해 지지세가 약한 좌파 진영이 후보 단일화를 시도하면 이달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프랑스 언론의 전망이다. 이럴 경우 이달고의 지지율이 급격히 오를 수도 있다. 우파 진영에서는 제무르가 정치인으로서 활동한 경력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돌풍을 일으키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은 여유가 있다. 그는 아직 공식적인 재선 도전을 선언하지 않고 국정에 전념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의 행보가 내년 대선에 맞춰져 있다는 데 이론이 없다. 그는 이달 초 지지율이 약세를 보이는 제2의 도시 마르세유에 내려가 사흘간 머무르며 이 지역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재선 도전 시기를 저울질하는 중이다. 지난 1일 해리스 인터랙티브 조사에서 결선투표에 마크롱과 르펜이 오를 경우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마크롱 55%, 르펜 45%라는 결과가 나왔다. 2017년 결선투표에서 마크롱은 66.1%대33.9%로 르펜을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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