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의혹 더 조사해야" 음모론이 교과서에

박세미 기자 입력 2021. 9. 14. 03:01 수정 2021. 9. 14.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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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이 승인한 '미래 교육과 4·16' 부적절한 내용 많아
경기도교육청 인정 교과서 '미래교육과 416' 표지. 내년부터 경기 지역 중·고교 수업 시간에 쓰이게 된다.

경기도교육청이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음모론 등을 담고 있는 ‘미래교육과 4·16’이라는 교과서를 교육감 인정(認定) 교과서로 지난 8월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부터 경기도 일대 중·고교에 배포돼 실제 수업 시간에 쓰이게 된다.

이 교과서는 경기도 지역 현직 교사들과 세월호 활동가들이 쓰고,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 협의회가 감수를 맡았다. 교과서·참고서 출판사인 해냄에듀에서 출간했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등 3종류가 있다. 세월호 고의 침몰설 등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담고 있는데다 당시 정권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도 포함돼 있어 교과서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과서 곳곳에 “세월호 침몰 아직도 의문”

교과서는 발행 체제에 따라 크게 국정(國定), 검정(檢定), 인정 세 종류로 나뉜다. 국정은 정부가 교과서 집필진을 구성하고 내용 감수·발행까지 맡아 만드는 교과서다. 검정은 출판사가 만든 교과서를 교육부 장관 심사를 거쳐 각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채택한다. 인정은 시도교육감 승인을 받아 특정 지역에만 배포된다.

‘미래교육과 4·16’ 교과서는 2020년 11월 경기도교육청 인정도서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난 8월 인정 교과서로 최종 승인을 받았다. 올 하반기 경기도 일대 중고교에서 교과서 주문을 하면 해당 학교에 한해 내년 3월 새학기부터 사용된다. 다만 초등용은 학교 현장에 배포되지 않고 시중 서점에서 판매된다.

13일 본지가 ‘미래교육과 4·16’ 교과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그동안 좌파 단체가 제기해 온 세월호 관련 주장과 루머를 일방적으로 옮겨 실은 부분이 상당했다. 대표적인 것이 세월호 침몰 원인을 둘러싼 음모론이다. 중학생용 세월호 교과서는 “세월호 침몰의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무리한 과적 등) 이것이 침몰의 결정적인 원인이 될 수 없다는 반박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여기저기서 제시되었다”며 “여러 의문점들이 풀리지 않고 있다. 세월호와 진도 VTS 센터 간 교신이 잡음이 가득하고, 세월호 CCTV 일부가 없다”고 썼다. 일부 좌파 단체에서 주장하는 음모론을 그대로 옮겨 실으면서 근거없는 의혹을 다시 끄집어 내고 있는 것이다. 초등용 교과서는 “왜 선장과 선원들은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을까?”라며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의혹들을 더 찾아보고, 어떤 내용이 더 조사되고 밝혀져야 할지 생각해보자”고 썼다.

세월호 참사는 2014년부터 외부 충격설, 고의 침몰설, 국가정보원 개입설까지 다양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경 합동수사본부 수사부터 검찰 특별수사단, 특검 수사까지 9차례 조사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들 대부분이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침몰 원인은 무리한 선체 구조 변경, 화물 과적 등이 복합 작용한 것이라는 게 과학적인 결론이다. 그런데 검찰과 정부 발표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식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고등학생용 교과서는 또 ‘그날 국가는 무엇을 했는가’라는 단원을 통해 “무능력한 모습만 보였던 국가” “청와대 상황실은 승객 구조보다 ‘보고’ 자료를 요청하는 등 구조에 집중할 시간을 빼앗았다” “국가 구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국민들이 무고하게 희생됐다” 등 세월호 사고의 원인이 당시 정부에만 있는 것처럼 썼다. 그러나 올해 1월 서울중앙지법은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초동 대처를 잘못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전현직 간부 10명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중학생용 세월호 교과서 /해냄에듀

◇초등생에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 규탄하는 촛불혁명”

현 정부를 출범시킨 촛불 집회를 미화하고, 전 정부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포함된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고등학생용 교과서는 “세월호 추모와 애도를 위해 들었던 촛불의 목소리는 (중략) 2016년 촛불 혁명을 일으킨 시발점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측근에 의한 국정농단으로 인해 국민의 저항을 받았다”며 “촛불의 외침은 거대한 힘이 되어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 놓았다”고 썼다. 또 세월호 유가족의 말을 빌어 “절대 물러설 것 같지 않던 대통령에게 하야하는 구호가 나오고... ‘정의가 살아있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초등학생용 교과서는 “촛불 시위는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를 규탄하고 대통령을 탄핵하여 정권을 바꾸는 촛불 혁명으로 이어졌다”며 “이처럼 대한민국 국민들은 1919년 3.1운동 이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비폭력 평화 촛불 혁명을 이뤄냈다”라고 썼다.

세월호 사고를 이윤만을 추구하는 보수 정권과 기업의 탐욕이 빚어낸 비극이라고 집필하고, 독일 정부의 ‘홀로코스트 추모일’ 제정에 빗대 세월호 참사를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고 쓰는 등 재난 사고와 반인류적인 범죄행위를 동일시하는 오류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집필진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들은 교육이 올바르게 살아나기를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이 교과서는 생명존중, 정의, 자유, 평화, 평등, 인권과 같은 인류 보편적 가치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하는 사람, 타인과 사회의 아픔에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람을 추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좌파 단체의 세월호 관련 교재 발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교조가 2016년 세월호 고의 침몰설 등 의혹을 담은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 교과서’ 교재를 발간하고 이를 계기수업에 활용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러나 교육감이 승인하고 수업시간에 쓰이는 교과서 형태로 발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교육계 인사는 “세월호 참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비극적 사고인 건 분명하지만, 교과서를 통해 이미 밝혀진 수사 결과도 부정하고 있는데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시위와 국정농단 시위를 연결시키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일”이라며 “어린 학생들에게 잘못된 생각을 심어주고 지속적으로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심사 과정에서 일부 편향된 정보는 몇 차례 수정 지시를 내린 것”이라며 “인정 교과서 취지에 맞춰 집필진 뜻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심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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